[오세희의 유통방통] 은둔 3세 장재영, 배당금보다 오너 책임 절실
  • 오세희 기자
  • 입력: 2013.06.22 11:44 / 수정: 2013.06.22 11:44

장재영 씨가 세운 회사 유니엘 공장은 6월 현재 문이 닫힌 채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장재영 씨가 세운 회사 유니엘 공장은 6월 현재 문이 닫힌 채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 오세희 기자] 이른바 엄마 친구 아들인 '엄친아'가 가업을 따른다고 해서 나까지 친구와 똑같을 필요가 있을까.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재벌가들은 조금 다른 듯하다. 어려서부터 경영 수업을 받고 자란 그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자연스레 그룹에 입사해 후계 수업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일반적인 코스를 벗어난 재계 3세가 있다. 바로 국내 재계 순위 5위 롯데의 장재영 씨다. 그의 나이 올해로 45살.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아들이자,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외손자인 그는 여전히 두문불출한 '은둔 3세'로 통한다. 공식적인 자리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을 뿐더러 사진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장 씨는 수입의류 도소매업, 무역 등의 사업을 하는 비엔에프통상과 부동산 사업을 준비 중인 유니엘이라는 회사를 따로 운영 중이다.

물론, 그룹 일선에 들어가 경영 수업을 하지 않고 따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그가 결정할 일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전자 부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장 등 여타 재벌 3세들과 다른 행보를 걸을 수 있다. 그룹의 후계자 삶과는 별개의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회사 운영 역시 그룹과는 한 발짝 떨어져서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동안 장 씨는 일감몰아주기의 수혜자로 지적받아왔다. 그가 1991년 5월 89.3% 지분율을 소유하며 세운 회사 유니엘(전 제영상공)은 롯데계열사의 전단을 전적으로 담당하며 매출을 챙겨왔다. 1999년 187억원의 매출은 2005년 37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매출을 롯데에서 올린 유니엘의 배당금은 대주주인 장 씨의 몫이었다. 유니엘은 1999년 5억원을 배당금으로 하던 것을 2002년 15억원, 2006년 20억원으로 늘려갔다. 이후 2007년에는 3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배당금 80% 이상은 장 씨가 챙겼다. 장 씨가 2007년 받은 배당금은 27억원으로 당기 순이익 18억원을 훨씬 웃돈다.

이 과정에서 고액의 배당금만 챙길 뿐 오너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거 제영상공이 잘될 수 있었던 이유는 롯데그룹의 일감 밀어주기가 있어 가능했다. 2007년 인쇄업을 접으면서 유니엘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직원들 역시 거의 다 내보냈다. 처음 제영상공으로 시작했을 당시 유니엘의 상시 종업원 수는 190여명이었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유니엘 직원은 3명에 불과하다.

이효욱 대표를 따로 내세우고 있지만, 유니엘에 대해 오너인 장 씨의 관여 흔적을 찾기도 어려웠다. 회사 관계자들은 장 씨가 회사에 나와 가끔 업무를 살핀다고 설명했지만, 직원들은 그의 출근 여부를 전혀 알지 못했다.

유니엘의 실패는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7년 인쇄업을 접으면서 롯데그룹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자 7년 내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장 씨가 비판받아야 할 점은 바로 이 대목이다. 장 씨는 200명에 가까운 직원들을 데리고 있던 오너로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쇄업을 접기 전에 다른 사업 준비를 위한 발편을 마련했어야 했다.

장 씨의 또 다른 회사인 비엔에프통상은 여전히 롯데와 길을 나란히 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아덴, SK2, 폴 스미스 등 명품 브랜드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이 회사는 장 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비엔에프통상은 롯데면세점, 백화점 등에 입점해 롯데에서 올리는 매출 비중이 높다. 때문에 비엔에프통상 역시 롯데를 통해 빠르게 선점 효과를 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유야 어쨌든 유니엘과 달리 비엔에프통상은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에서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장 씨가 배당금만 챙기는 재벌 3세가 아니라 책임감 있는 오너가 되기 위해서는 비엔에프통상의 자생력을 키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니엘 사태가 비엔에프통상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기업은 오너뿐 아니라 종업원 모두의 생계가 걸린 소중한 일터란 점을 장재영 씨가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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