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전면 금연, 업주 ‘생계 힘들다’ vs 정부 ‘충분한 시간 주는 것’
  • 박지혜 기자
  • 입력: 2013.06.11 14:50 / 수정: 2013.06.11 14:51

PC방에서의 흡연이 전면 금지됐지만 대부분의 PC방에서 고객의 흡연을 말리지 않고 있어 PC방 전면 금연이라는 법안이 무색해지고 있다. /박지혜 인턴기자
PC방에서의 흡연이 전면 금지됐지만 대부분의 PC방에서 고객의 흡연을 말리지 않고 있어 PC방 전면 금연이라는 법안이 무색해지고 있다. /박지혜 인턴기자

[박지혜 인턴기자] PC방에서의 흡연이 전면 금지됐다. 비흡연석, 흡연석 구분없이 모두 담배를 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PC방에서는 버젓이 라이터, 재떨이 갖춰놓고 있으며, 고객들의 흡연을 말리지 않고 있어 PC방 전면 금연이라는 법안이 무색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국민건강진흥법 개정에 따라 PC방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껏 흡연석과 금연석으로 좌석을 구분해 운영했던 PC방은 앞으로 별도의 흡연실을 설치해야 한다.

흡연실이 아닌 곳에서 흡연을 하다 적발 시 손님에게는 최대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금연구역 표시를 하지 않은 업주는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PC방 전면 금연구역은 올해 말까지 이행 준비와 계도 기간을 거친 뒤 오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PC방에 전면 금연 구역을 표시하고, 흡연실 설치 등 변경된 제도 적용을 위한 계도기간을 설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고의로 법령을 지키지 않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담배 피는 손님 제지 못 해 … 아르바이트생들 난감

PC방에 흡연자들을 위해 재떨이, 라이터, 향균살취제와 같은 제품을 PC방 카운터에 배치해두고 있다.
PC방에 흡연자들을 위해 재떨이, 라이터, 향균살취제와 같은 제품을 PC방 카운터에 배치해두고 있다.

PC방 전면 금연이 되고 난 후, PC방이 어떻게 변했을지를 확인하기 위해 <더팩트>이 마포구의 PC방을 찾았다. 하지만 전면 금연이라는 법안이 무색할 정도로 흡연자들은 연신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마포구의 한 PC방에는 늦은 밤 11시까지 게임을 즐기는 고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비흡연석은 10석 가운데 2석 자리가 차있었지만, 흡연석은 30석 가운데 15석이 차있을 정도였다. 이처럼, PC방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흡연자임을 감안했을 때, 흡연자들에게 금연을 요구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5군데의 PC방에서는 흡연자들을 위해 재떨이, 라이터, 향균살취제와 같은 제품을 PC방 카운터에 배치해두고 있었다. 한 PC방의 아르바이트생은 “이렇게 라이터, 재떨이가 준비되지 않으면 고객들이 종이컵을 재떨이로 사용하거나 바닥에 침을 뱉는 등의 행동을 하기 때문에 꼭 갖춰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더팩트>이 취재한 PC방 모두 흡연자들을 제지하지 않았고, 흡연자들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에 대해 마포구의 PC방 주인은 “아직 손님이나, 가게 주인들이나 PC방 흡연 전면 금지에 대해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주들의 말처럼 PC방 이용 고객들 역시 PC방 전면 금연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PC방에서 흡연을 막는 것에 대해 한 고객은 “아르바이트생도 담배를 피지 못하게 하지 않고, 피지말라고 해도 피울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PC방 고객들의 단호한 태도 때문인지, 아르바이트생들도 쉽게 흡연을 제지하지 못했다. 서대문구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21)씨는 “담배피는 손님을 무슨 수로 제지하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밤 늦게까지 있는 고객들은 대부분 단골이기 때문에 함부로 담배를 꺼달라고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정부, ‘충분한 시간 주는 것’…PC방 업주들 ‘게임 방해하는 피시방? 손님 안 온다’

정부는 오는 12월 31일 까지를 계도기간으로 정하고, PC방 업주들에게 흡연실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PC방이 전면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기한달전부터 금연 구역 설정에 대한 스티커, 자료를 배부했다. 또 7월 초에 합동단속반과 함께 PC방 전면 금연과 과태료에 대해 업주들에게 다시 교육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PC방의 대부분의 고객이 흡연자이기 때문에 매출에 큰 타격이 갈 것이라는 태도에 대해 마포 구청 관계자는 “전면 금연 구역을 만든다고 해서 흡연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흡연실을 따로 만들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흡연실을 만드는데 200만원~3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앞으로 남은 5개월 동안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실을 만들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PC방 업주들은 게임을 하는 동시에 담배를 피지못하게 되면 손님들이 분명 줄어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마포구의 PC방 업주는 “게임을 하면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것이 PC방의 큰 장점인데 게임 한번하고 담배 피러 가고 하는 행동을 고객들이 불편해 할 수 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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