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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의 딸이 올린 페이스북 글(왼쪽), 백화점 매니저와 매장 매니저가 나눈 메시지 내용 |
[ 오세희 기자]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신이 일하던 백화점 고층에서 몸을 던졌다. 죽음을 둘러싼 배경을 두고 유족과 백화점이 충돌하고 있다. 유족은 매출 압박이고, 백화점은 사실무근이라며 맞서는 형국이다.
고인의 투신자살과 관련해 단순 개인사가 아니라 백화점 직원의 매출 압박이 실질적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족들이 고인이 평소 백화점 매니저에게 매출 압박을 심하게 받아 자살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백화점 다른 브랜드 직원들은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21일 동대문구 전농동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여성복 매장에서 파견직으로 일하던 직원 김모(47)씨가 백화점 7층에서 뛰어내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26일 오후 A씨의 동생과 관리급 대리 등 백화점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한다고 밝혔다. 매출 실적 압박에 따른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유족 측의 주장에 대해 수사에 나선 것이다.
앞서 경찰은 고인이 펜션 사업 등을 통한 개인적인 재정 사정으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지만, 고인이 죽음 직전 동료, 매장 관리자 등 30여명이 함께 대화하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대리님, 사람들 그만 괴롭히세요. 대표로 말씀 드리고 힘들어서 저 떠납니다"라는 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인의 자살을 둘러싼 배경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유족 역시 고인의 죽음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26일 고인의 딸인 정모(22)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엄마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며 "너무 억울하고 슬프고 힘이 들어서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됐다. 엄마가 일하던 백화점에 매니저가 새로 들어오면서부터 엄마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줬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매출 압박부터 해서…심지어는 가매출을 하라고까지 했다. 그로 인해 엄마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며 "'백화점 측에서 2억원의 합의금을 받았다', '매니저에게 욕설을 보냈다' 등의 내용은 허위 사실이다. 그리고 엄마를 괴롭히던 매니저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백화점을 다니고 있다"고 썼다.
정모씨는 "엄마가 돌아가신 것도 너무 힘든데 저희 엄마의 죽음이 이렇게 왜곡되는 것이 더욱 더 힘이 든다. 너무 억울하고 슬프고 힘이 들어서 글을 올리게 됐다. 이 글이 퍼져서 저희 엄마의 억울한 죽음이 풀리고 매니저에 대해서도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고인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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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은 백화점 7층에서 3층 화단으로 떨어졌다. |
26일 오후 찾은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은 큰 일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운영되고 있었다. 다만, 고인이 자살한 백화점 7층 화단에는 '보수 중입니다. 조속히 조치하겠습니다'라는 팻말을 두고 외부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확인 결과, 유족이 고인을 자살로 내몰았다고 주장하는 백화점 매니저는 이틀 전부터 백화점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백화점 타 브랜드 직원들은 유족들과 다른 주장을 펼쳤다. 타 브랜드 매니저 김모(36)씨는 "고인의 매장이 백화점에 들어온 지 두 달 밖에 안됐고, 해당 매니저도 여기 온 지 한 달 됐다. 이제 업무릃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 매니저 얼굴을 본 것도 20여일이 안되는데 백화점 매니저 때문에 자살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함께 메시지를 받은 30여명이 이를 모두 매출 압박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매장 브랜드 매니저 성모(34)씨는 "백화점 파트 매니저는 30개 이상의 매장 매출을 관리한다. 하지만 매니저는 백화점 소속일 뿐 고인을 비롯한 각 브랜드 매니저들이 매장 매출의 6~10%의 매출을 가져가는 구조이다. 고인의 매장 매출은 신규 점포 치고 잘 나오는 편이었다. 잘하면 매장 매니저들이 좋은 것인데 백화점 매니저의 매출 압박에 자살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백화점 관계자 역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결과를 보고 있다"며 "고인의 죽음이 개인적인 일로 알고 있다. 백화점과 연관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포커스 bizfocu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