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주유부터 세탁소까지…주유소 업계 "변해야 산다"
  • 서재근 기자
  • 입력: 2013.03.26 10:20 / 수정: 2013.03.26 12:06

주유소가 국내에 도입된 지 어느덧 40년이 지났지만, 최근 몇 년 새 이어지고 있는 고유가 현상에 문을 닫는 주유소가 속출하는 등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 더팩트 DB
주유소가 국내에 도입된 지 어느덧 40년이 지났지만, 최근 몇 년 새 이어지고 있는 고유가 현상에 문을 닫는 주유소가 속출하는 등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 더팩트 DB

[ 서재근 기자] 지난 1969년 SK에너지 전신인 유공이 국내 최초로 현대적 주유소인 '청기와 주유소'를 세운이래 우리나라 주유소의 역사도 어느덧 40년을 훌쩍 넘어섰다. 자동차 보급이 급증하면서 주유소 사업도 덩달아 호황을 누렸던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 2~3년 새 고유가 시대가 도래한 이래 국내 주유소 사업은 말 그대로 '암흑기' 그 자체다. 이에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주유소 업계의 새로운 시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유가가 바꿔 놓은 주유소 문화에 대해 살펴봤다.

◆ '전단지까지 돌려야 할 판' 고유가에 문 닫는 주유소 속출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국의 주유소 수는 모두 1만2803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만2901개를 기록했던 전년보다 100개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폐업 비용이 부담스러워 휴업을 택한 주유소도 424곳에 이른다.

아울러 경영난으로 휴·폐업한 주유소 수는 총 685개에 달한다. 정유사에서 운영하는 직영주유소도 그 수가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4대 정유사가 직영하는 주유소 수는 2000년대 들어 단 한 번도 2000개 아래로 떨어진 적 없이 그 수를 유지해 오다 지난 2011년, 전년 대비 11% 이상 감소하며 처음으로 그 수가 2000개 밑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문을 닫는 주유소들이 속출하는 데는 무엇보다 최근 몇 년 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휘발유가격에 따른 소비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기름값 상승으로 인한 고객수 감소가 결국 주유소 간 '제살 깎아먹기 식'의 과잉경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25일 현재 ℓ당 1979.49원으로 2010년부터 지금까지 3년 새 약 14%(약 250원) 이상이 올랐다. / 네이버 캡처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25일 현재 ℓ당 1979.49원으로 2010년부터 지금까지 3년 새 약 14%(약 250원) 이상이 올랐다. / 네이버 캡처

최근 3년 간 국내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전국 주유소의 수가 처음으로 1만3000개를 넘어선 2010년 12월 ℓ당 1732원(같은해 5일 기준)을 기록했던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25일 현재 ℓ당 1979.49원으로 3년 새 약 14%(약 250원) 이상이 올랐다.

단기간에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주유소들이 저마다 1원이라도 싼 가격에 기름을 파는 데 집중하다 보니 2008년 9%에 달했던 주유소들의 매출 이익률 역시 현재는 5%선마저 위협받을 정도로 곤두박질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름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강남 일대에서는 일부 주유소들이 전단을 배포하며 홍보에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강남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 주유소 업주는 "인건비, 운영비, 카드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몇 십억을 투자해 벌어들이는 돈이나 일반 점포에서 버는 돈이나 큰 차이가 없다"며 "주유소를 차릴 자금으로 건물임대사업을 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 '고유가'가 바꿔놓은 것들…'복합주유소'가 대세

불황이 지속되면서 기존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주유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신개념 주유소의 시초는 단연 고객이 직접 주유를 하는 '셀프 주유소'다. 국외에서 보편화 된 셀프주유소는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도입된 이래 10년 만에 1000개를 돌파했다.

고유가 행진이 지속되면서 1원이라도 싼 가격에 주유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2007년 59개에 불과했던 셀프주유소는 2007년~2012년 연평균 340%라는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그 수가 1068개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아울렛 매장, 커피 전문점 등 서로 다른 업종과 주유소를 결합한 '복합 주유소'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있는 '경일주유소'는 최근 국내 최초로 세탁소를 입점해 주유와 세탁서비스를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 이 주유소는 세탁소를 운영한 이래 매출이 30%가 늘어나는 등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경일주유소 관계자는 "주유와 동시에 세탁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많은 고객들이 어색해했지만, 현재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매출 신장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극복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복합 주유소들이 생겨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SK에너지의 여성친화주유소 엔느 전경
불황극복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복합 주유소'들이 생겨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SK에너지의 여성친화주유소 '엔느' 전경

SK에너지에서도 '복합 주유소'를 내세우고 불황극복에 나섰다. 지난해 12월에는 전북 완산군에 국내 최초로 주유소와 전자제품 판매점인 'LG 베스트샵'을 결합한 'SK 서곡주유소'를 열었다.

SK에너지는 지난 2009년에도 서울 방배동에 여성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친화주유소'라는 콘셉트를 적용한 '엔느'라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한 이후 주유소에서 네일아트숍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물론 세차 대행 서비스 등 여성 고객들을 위한 각종 서비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 간 과잉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 신개념 문화복합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갖춘 주유소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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