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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커뮤니케이션즈가 연이은 실적 하락과 개인정보 유출사건 패소에 따른 위자료 배상으로 휘청이고 있다.
[ 황원영 기자] '싸이월드' 3000만 가입자 신화를 기록하며 '네이트' 파라다이스를 꿈꾸던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가 연이은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전반적인 사업 부진으로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가 하면 해킹 피해자 소송에 패해 고액의 위자료를 물어 주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흘러나왔던 SK플래닛과의 합병설도 다시 불거졌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배호근 부장판사)는 15일 2011년 7월 발생한 '네이트·싸이월드 개인정보 유출사건' 피해자 2737명이 SK컴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에게 각각 위자료 2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SK컴즈는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을 인지하지 못한 점, 로그아웃을 하지 않고 PC를 방치해 둔 점, 공개형 알집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점이 과실로 인정된다"며 "피고 SK컴즈는 원고 2882명에게 각각 2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SK컴즈가 싸이월드·네이트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자 추가 집단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해킹피해자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는가하면 일부 법무법인은 소송 진행자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네이트 해킹 피해자 카페 곳곳에는 "SK컴즈 집단 소송 참여자를 추가로 모집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일부 피해자 카페에 가입한 회원 수는 6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소송이 이어질 경우 SK컴즈의 피해액은 기하급수로 증가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피해자 약 3500만명(3495만 4887건)이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해 이번과 같은 판결을 받게 되면 SK컴즈의 배상 책임은 '7조원'에 달한다"며 "SK컴즈가 항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K컴즈는 15일 "관련 법정과 사업자에게 요구되는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며 법원 1심 판결에 항소한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해당 기업으로부터 집단소송을 통해 위자료를 받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SK컴즈가 '개인정보유출피해 기업적 책임'의 본보기가 됐다는 반응이다. 2011년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해킹으로 1320만명 개인정보가 유출된 넥슨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며, 2008년 1900만명의 회원 정보를 해킹당한 옥션은 1심에서 승소했다.
또한 SK컴즈는 최근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이번 판결의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컴즈는 전 부문 실적 부진 및 희망퇴직의 영향으로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SK컴즈의 지난해 매출액은 1972억원으로 전년 대비 24.3% 감소했다.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469억원, 353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10월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해 250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등 몸살을 앓았다. 희망퇴직 프로그램은 대규모 일회성 비용을 낳았고, 4분기 적자로 이어졌다. 디스플레이 광고, 검색 광고, 콘텐츠 등 모든 사업 부문에서도 실적이 부진했다. SK컴즈의 주가는 2012년 한 해 동안 32% 떨어졌다.
이는 경쟁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매출 2조3893억원, 영업이익 7026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NHN은 매출 12.6% 성장률을 기록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넘어섰다.
지난해 흘러나왔던 합병설도 다시 불거졌다. 지난해 SK 계열사인 SK플래닛이 SK컴즈를 흡수합병 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진 바 있다. 당시 SK컴즈는 이를 부인했다.
지난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컴즈는 판교에 건축 중인 사옥을 SK플래닛에 팔아 749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규 전략사업 투자여력 확보'가 처분 목적이라 밝히고 있으나 업계는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컴즈가 모바일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적자폭이 나날이 확대되는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며 "모회사인 SK플래닛에 일부 사업 운영권과 사옥을 매각하는 등 행보가 심상치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SK컴즈는 네이트 내 쇼핑부문 운영권을 206억원에 매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컴즈 관계자는 "SK플래닛과 합병은 계획에 없다"고 말했다.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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