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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항공이 승무원들에 대해 소셜미디어 관련 유의사항을 전달했다. |
[ 성강현·오세희 기자] 회장 따님이 친 사고에 직원들만 날벼락을 맞게 됐다. 바로 대한항공의 이야기이다.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가 트위터 논란을 일으킨 것을 계기로, 대한항공이 직원들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제재하고 나섰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지나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 대한항공, "개인 사이트에 비키니 사진 올리면 안돼"
7일 대한항공의 사내 인트라넷에는 '승무원 준수 규칙'과 관련된 글이 올라왔다. 지침이 내려온 배경은 이렇다. 최근 회사허가를 통하지 않은 언론매체의 기내 무단 촬영행위를 방조하거나 소셜미디어에 회사 관련 사항을 공개해 회사의 명예 및 이미지를 실추시킨 사례가 발생했으니 유사사례가 발생치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는 것이다.
글에는 사실상 직원들의 개인 블로그나 트위터까지 회사에서 통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소셜미디어 관련 유의사항에는 '회사업무 사항이 아니더라도 회사 개인 이미지를 손상할 수 있는 내용은 게시 금지'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업무와 관련해서는 보안을 중시하라는 지침이 내려올 수 있지만, 사생활 관련 조항까지 삽입된 것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직원들의 개인 SNS 활동을 규제하고 있다. 한 승무원은 지인과 놀러가 비키니를 입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을 두고 윗선의 호출을 받았다. 비키니 사진이 음란하게 보이고 사실상 외부인들이 볼 수 있으니 사진 삭제는 물론, 블로그 활동을 중지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승무원과 대한항공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회사의 이러한 조치에 승무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업무와는 전혀 관련 없는 사안에까지 회사에서 제재하려고 한다는 것. 회사의 방침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직원들 사이에서는 얼마 전 조현민 상무가 진에어 유니폼과 관련된 트위터 발언으로 논란이 된 것이 승무원들에게 불똥이 튀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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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의 트위터 발언이 논란이 됐다. |
◆ 회장 따님 실수에 승무원들만 날벼락?
지난 4월 조현민 상무는 여행용품 쇼핑몰 '트래블메이트' 대표와의 트위터 설전으로 논란이 됐다. 진에어의 승무복인 티셔츠가 짧아 배꼽이 보인다는 내용의 트위터 글에 조 상무가 답글을 남기면서다. 조 상무는 글 작성자에게 명예훼손 감이라며 '삭제와 공식사과를 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 '대한항공과의 관계가 오래가길 바란다'는 멘션을 달았다.
이 내용이 화제가 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조 상무의 행동이 안하무인 격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재벌그룹 회장 딸이라는 신분을 내세워 크게 문제 될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과도한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명예훼손 내용증명을 받은 트래블메이트 대표 역시 "트위터 글도 대기업 비위에 거스르면 소송당하는 세상"이라며 조 상무에게 일침을 가했다.
이는 곧바로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조 상무의 대처를 두고 "대한항공 상무님은 할 일도 없으시나요", "대한항공 이미지 최악", "대기업 딸의 슈퍼갑 행세에 어이가 없다", "이번 사태는 대한항공 상무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듯"이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논란이 일자 대한항공은 일이 원만하게 해결됐다며 급히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정작 단속해야 할 사람에 대해서는 하지 못하고 애꿎은 직원들만 잡고 있다"며 "회사 업무 기밀과 관련된 사항이 아닌 상황에서 직원들에 대한 개인 사생활을 제재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대기업의 처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처사로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이번 지침과 관련해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직원들의 사생활까지 지나치게 통제한다는 것은 과도한 제재라고 본다. 따라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노조 관계자는 "유니폼을 입고 일어나는 일에 관해서는 얼마든지 회사 차원에서 제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일어났기 때문에 신분 노출이나 본인 노출이 곧 회사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어서 권고하는 사항으로 안다. 일정 부분 이미지 손상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노동고용청 관계자는 "노무나 징계와 관련해서는 회사의 권한이다. 직원들의 인사관리로 봐야 하는지 권한을 넘어선 부분으로 봐야 하는지는 정확하게 판별하기 어렵다"며 "이와 관련해서는 회사 인사위원회나 징계위원회,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내부 논의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즈포커스 bizfocu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