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성 논란 시발점 된 'TBS 사태' 정치 공방에 '폐국' 위기
방통위 '정관 변경' 유일한 통로, 1인 파행 체제 '검토 불가'
방통위 기능이 무력해지면서 TBS 해법도 오리무중이 됐다. TBS는 지난 1990년 서울시 산하 시영방송으로 개국된 이래 2020년 미디어재단 독립법인으로 전환됐지만, 현재는 송출료와 전기료 연체는 물론 직원들의 임금 지급도 중단되는 안타까운 처지가 됐다. /TBS |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방송법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설치법의 기본 목표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 보장', '방송의 공적 책임 제고',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 추구', '국민의 권익 보호와 공공복리 증진'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방통위는 지난 8월 탄핵 소추로 이진숙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여야 정치권 힘겨루기에 의한 장기 파행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시급한 방송 통신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도 합의제 기구로 운영되는 안건 심의·의결 등은 합법성 논란에 발목이 잡혀있습니다.
방통위는 현재 이진숙 위원장의 직무정지로 판사 출신의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이 직무대행하는 1인 체제입니다. 방통위법은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대통령 지명 2인, 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에 반영한다'고 돼 있습니다.
방통위의 장기 파행은 절박한 TBS 회생 문제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방통위는 TBS가 외부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지난달 8일 신청한 정관변경 허가 건을 반려했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장악 관련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더팩트 DB |
◆ 서울시 출연기관 해제 후 TBS 직원들 두달째 임금 미지급 사태
방통위의 장기 파행은 절박한 TBS 회생 문제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TBS는 지난 6월 서울시의회에서 지원 조례를 폐지하며 서울시로부터 출연금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3개월 뒤인 9월 11일부터 출연기관 지위에서 해제되면서 사실상 모든 운영자금이 끊겼습니다.
최근 방통위는 TBS가 외부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지난달 8일 신청한 정관변경 허가 건을 반려했는데요.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현재 방통위가 1인 체제로 운영돼 TBS의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없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TBS는 지난 6월 서울시의회에서 지원 조례를 폐지하며 서울시로부터 출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3개월 뒤인 9월 11일부터 출연기관 지위에서 해제됐다. 지난 2월 TBS구성원들이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TBS 폐국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팩트 DB |
◆ TBS 무급휴직 구성원들 택배 상하차 등 아르바이트로 생계 유지
서울시의회의 결정으로 모든 운영자금이 끊긴 TBS는 사실상 폐국의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인력이 떠났고, 그나마 남아있는 직원들도 당장의 생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의 서울시 출연기관 해제 후 TBS 직원들은 6월부터 8월까지 40% 삭감된 임금을 받았고 9월과 10월에는 전혀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현재 TBS는 20억 7000만 원 가량 임금이 체불된 상태인데 남은 구성원들은 5개월째 계속되는 임금 체불과 무임금 상황에서도 방송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무급휴직을 받은 직원들 중 일부는 택배 상·하차나 식당 설거지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TBS는 또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는 자구책을 내놨습니다. 남은 직원 230명 중 100명을 더 구조조정하기로 한 것인데요. TBS는 8일 '대시민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고 "이대로 TBS를 침몰시킬 수는 없기에 희망퇴직 등을 통해 절반에 가까운 동료들과 이별을 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방송을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통위는 지난 8월 탄핵 소추로 이진숙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여야 정치권 힘겨루기에 의한 장기 파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진숙 위원장이 지난 8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장악 관련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 방통위 장기 파행 '기능 무력', TBS 경영에 외부 기관 참여도 불가
TBS를 바라보는 여야의 정치적 입장 차는 크게 엇갈립니다. 야당은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의 TBS 지원조례 폐지에 대한 재의를 거부하지 않은 것은 TBS 폐국을 방조한 것'이란 취지로 비판하고, 여당은 'TBS가 진작 구조 조정하고 허리띠를 졸라맸어야 하는데 너무 안일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TBS는 90년 서울시 산하 시영방송으로 개국된 이래 2020년 미디어재단 독립법인으로 전환됐지만, 현재는 송출료와 전기료 연체는 물론 직원들의 임금 지급도 중단되는 안타까운 처지가 됐습니다. 한계를 넘어선 자금 수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폐국은 불을 보듯 뻔한데 공공기관이든 민간기업이든 선뜻 나설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 경영에 실질적 도움이 될 기부금을 받기 위한 유일한 통로는 방통위가 정관 변경을 허가해줘야 열리는 상황인데요. 제 코가 석자인 방통위도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TBS 사태는 애초 방송의 정치색 편파성이 시발점이 됐지만, 계속되는 정치 공방으로 끝내 문을 닫아야할 지도 모릅니다. 방통위 기능이 무력해지면서 TBS 해법도 오리무중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