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에 불리한 정국에서 안방 지키기에 머문 승리…이재명표 정치 한계 노출
10.16 영광군수 재선거 판세가 민주당의 텃밭임에도 불구하고 후보 간 접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이재명 대표가 4차례나 현지 지원 유세에 나섰을 정도로 전례없이 긴장된 국면이 펼쳐졌다. /더팩트 DB |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10·16 재보궐선거는 여야가 '서로의 안방을 지켰다'는 총평을 남기고 끝났다. 국민의힘이 전통적 강세 지역인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에서 이기고, 더불어민주당이 텃밭인 전남 두 곳의 선거구에서 승리했으니 적절한 표현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작금의 정국 상황에 비춰 좀 더 엄밀히 따져본다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선방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계를 노출한 선거였다고 평가해 볼 수도 있다. 디올백 불기소 후폭풍,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논란, 명태균 녹취록 파문 등 모든 게 집권 여당에 불리한 정국이었다.
이 때문에 조국혁신당과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결과는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가 20% 이상의 표차로 민주당 김경지 후보를 꺾었다. 전남 두 곳의 재선거에서 승리하고 여권 강세지역 한 곳을 차지하는 민주당의 '2+α' 전략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자타가 민주당의 안방이라 인정하는 전남의 영광·곡성 두 곳 재선거구의 승리도 선거의 전개 과정을 두고 볼 때 그렇게 빛나 보이지는 않는다. 일찌감치 민주당 후보의 압승이 예견된 곡성과는 달리 영광군수 재선거는 선거 막판, 이변의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민주당이 고전했다.
'2강 1약' 구도 속에서 선거 초반 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선두에 나섰지만, 진보당 이석하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후보가 '3강'을 이루고 초접전을 펼치는 양상으로까지 치달으며 장 후보가 위기에 내몰렸다.
세 후보가 2% 내외의 미세한 차이로 각축하는 국면은 이재명 대표가 4차례나 영광을 찾아 지원 유세에 나섰을 정도로 심각했다. 당 대표가 지방 기초자치단체장 재선거 지원에 4차례 나선 것은 전례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중앙당의 고위 당직자와 광주‧전남 국회의원들 대다수가 영광을 지원 방문했을 정도로 화력을 집중했다. 간발의 우위를 지키기 위한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결과는 장세일 후보가 41.08%로 넉넉하게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막판까지 민주당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었던 게 사실이다.
지역 정가에 나도는 선거 후문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의 치열한 선거 지원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재명을 살려야 한다'는 동정론이 민주당 지지층의 막판 표심을 결집시켰다는 얘기다.
그러나 민주당의 영광군수 재선거 압승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공론센터 장성철 소장은 2위, 3위의 지지표를 더하면 민주당의 장 후보보다 16% 앞서있다는 수치를 제시하며 민주당도 이제 '호남의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고언했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홍익표 민주당 전 원내대표도 '호남 정치 경쟁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호남이 민주당의 '땅 짚고 헤엄치기' 선거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경고로 다가서는 언급이다.
정당은 선거를 통해 거듭 일신하고 새롭게 갈 길을 찾는다. 선거의 결과를 정파주의에 빠져 오독하면 정당의 쇄신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유력 주자인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대표가 새겨들어야 할 얘기다.
한동훈 대표는 보수의 오랜 아성인 금정과 강화의 승리에 취해 윤석열 정부를 향한 국민적 반감을 가볍게 여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표 또한 텃밭을 지켰다는 안일한 자세로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
정치를 생물이라 일컫는 이유는 민심 자체가 생물인 까닭이다. 이 때문에 정당은 선거를 통해 거듭 일신하고 새롭게 갈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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