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지지율 총선 이후 횡보세
국민 위해 野와 협력·대화 모색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 정부는 인기에만 연연하지 않고, 선동이나 가짜뉴스, 거짓 프레임에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통령실 제공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우리 정부는 인기에만 연연하지 않고, 선동이나 가짜뉴스, 거짓 프레임에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한 말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정부의 '독도 지우기' 의혹과 탄핵에 대비한 '계엄령 준비설'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야당이 정부를 모략하는 선동 정치로 정치적 이익을 노리더라도 굳건하게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 정도로 해석하는 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야당의 공세를 두고 대통령실의 비판과 비슷해서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현안 브리핑에서 "광우병, 사드, 후쿠시마에 이어서 이제는 독도 지우기에 계엄령 준비설까지 야당은 괴담이 아니고선 존재 이유가 없는 건가"라며 쏘아붙였다. 지난 23일에도 "야당은 반성은커녕 지금도 자극적인 발언으로 여전히 황당한 괴담 선동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있다. 윤 대통령은 일선 공무원들을 두고 "국회에 나가 많이 고생하고 의기소침한 게 안타깝다"고 했다. 야당 주도의 국회 상임위 등에 출석한 공무원들의 피로도와 심리적 압박감이 높아진 데 대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이에 앞서 대통령실은 26일 "야당의 탄핵 공세와 청문회 강행으로 공직사회가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 (문재인)정부는 5년 동안 400조 원 이상의 국가채무를 늘려 (윤석열)정부가 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야당에 대한 불만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야당이 괴담을 퍼트리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부를 향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면 이러한 적극적인 대응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는 5년 동안 400조 원 이상의 국가채무를 늘렸다"며 문재인 정부를 직격했다. /대통령실 제공 |
사사건건 대립했던 여야가 비쟁점 법안 처리 등에 속도를 내는 등 협치의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야당의 신경전은 첨예해지는 모습이다. 최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비판을 보면 야당과 함께 정치할 수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야당이 정부를 시쳇말로 '억까'(억지로 비난) 한다면 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크게 떨어질 법도 한데 또 그렇지도 않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일부터 닷새간 성인 2506명을 대상으로 한 국정수행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응답률은 2.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30%를 기록했다. 2주 연속 하락했다. 부정 평가는 66.4%로 집계됐다.
20%대 지지율도 나왔다. 한국갤럽이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에게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관해 물은 결과(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11.7%), 긍정 평가는 27%에 그쳤다. 반대로 부정 평가는 63%에 달했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횡보하고 있다.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후 대통령의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국민은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일제시대 우리 국적은 일본"이라고 주장하고 제주 4.3.사건을 '폭동'이라고 매도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중일마) 발언 논란에 휩싸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1945년 광복을 인정하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노코멘트"라며 답변을 거부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응급실 뺑뺑이' 논란에도 정부는 여당이 제안한 의대 증원 유예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인기에만 연연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인기영합적 국정 운영을 지양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왜일까. 정부·여당과 야당이 원활한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을지라도 국민을 위해 소통과 협력을 모색해야 하는데, 지금의 정국을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말로는 하늘의 별도 따다 줄 듯 기대를 부풀리는 기득권이 민생 파탄에 허덕이는 국민의 고통을 알고는 있으려나. 깊은 한숨이 절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