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하여는 세 개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고 말하였는데, '정치개혁', '원칙과 신뢰', '국민 통합'이 바로 그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제는 20여년이 지나도 나아진 게 없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사진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자리한 노 전대통령 묘역./더팩트 DB |
더팩트 | 박순혁 칼럼니스트] 고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면서 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이 있다. 이 연설에서 노 전 대통령은 우리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하여는 세 개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고 말하였는데, '정치개혁', '원칙과 신뢰', '국민 통합'이 바로 그 것이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 세 가지 과제 중 어떠한 것도 나아진 것이 없고 오히려 후퇴일로에 빠져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노무현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이 세 가지 후퇴에 앞장서고 있음은 실로 통탄을 금할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하는 핵심전략은 원칙을 세우고 신뢰를 다지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기회주의와 연고주의, 정실주의 문화에 깊이 젖어 있습니다. 이런 낡은 관행을 걷어내겠습니다. 상식이 통하고 원칙이 바로선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원칙을 바로 세워야 부정부패를 청산할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과 번영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한 이래 한결같이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지도자가 반칙을 하는 나라, 국민이 지도자를 의심하는 나라는 절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원칙을 지키면 저절로 신뢰가 뿌리를 내립니다. 원칙이 살아있고 정부와 국민이 서로를 믿어야, 좋은 정책이 나오고 성공합니다. 실패한 정책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노무현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 중에서)
국민이 정치와 정치인을 믿고 공직자에 대한 신뢰를 가지려면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할 것이 정치인과 공직자가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하고, 거짓말이 발각되었을 때에는 강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정치인과 공직자가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말 하기를 밥 먹듯이 하고 혹여 발각되었더라도 별 일 없이 넘어가는 일이 너무나 많다. 이러니 신뢰는 붕괴되고 대한민국 정치는 갈수록 더 나빠지는 것이다.
2021년 2월 문재인 정부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며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예를 들어 기술적으로 음주운전 시 시동이 안 걸리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면 그렇게 할 필요가 있겠나"가 당시 은 위원장의 발언이었다. 2023년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2023년 12월 28일 한국거래소가 주관한 공매도 토론회에 참석한 한 인사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말들은 싹 다 거짓말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공매도 전산화 및 감시 시스템은 구축에 들어 갔고, 올해 7월 한국 거래소가 발표한 소요 비용은 14억 2천만원이다. 고작 14.2억원을 갖고 은성수 등은 천문학적 비용이라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한 셈인데, 이렇듯 국민을 상대로 새빨간 거짓말을 해 놓고서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최근 진성준 등 민주당 몇 몇 의원들은 다시금 금투세 강행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7월 31일 YTN 뉴스파이팅에 출연한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금투세를 부과받는 분들은 연간 소득이 5000만 원 이상인, 그야말로 거액 자산가들에 해당한다", "거의 세계 모든 나라에 자본이득세 또는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어 있다. 이건 선진금융 세제라는 것으로, 이를 피할 방법은 없다" 등의 사실과 다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을 보며 그야말로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금투세는 주식뿐만 아니라 손실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금융상품, 즉 채권, 펀드, ELS, ETF 등에 다 부과되고 국내 주식을 제외한 이들 금융상품은 모두 2그룹에 포함되어 연간 공제한도가 250만 원에 불과하며, 또 신고한 한 금융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금융사에서 발생한 금융소득은 단 돈 천원이라도 과세가 되기 때문에 2천만 개인투자자 전부가 과세대상인데도 이를 1%만 해당된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금투세가 거의 세계 모든 나라에 도입되어 있다는 것도 왜곡된 말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증시와 선진 과세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극소수의 나라만 금투세를 도입하고 있고, 우리와 비슷한 경제 수준인 대만, 홍콩, 싱가포르를 비롯한 그 외 대다수의 나라들은 금투세 대신 거래세 체계이다. 또한 지금 민주당이 추진하는 것처럼 거래세도 내면서 금투세도 내는 이중과세 부담을 지우는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런 식으로 국민을 대놓고 속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민주당의 금투세 추진 입장의 의원들이 금투세 도입으로 사모펀드 수익자의 세율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문제를 숨기려고 든다는 것이다. 8월 3일 이데일리 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는 안도걸 의원이 출연하였는데 아래와 같이 국민을 상대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이혜라: 이거 하나 더 여쭤볼게요. 일각에서 금투세 도입이 사모펀드 수익 세금도 덜 내게 되는 방법이다 그렇게 얘기하는데, 이거 허와 실을 좀 따져보고 싶어서. 의원님께선 어떻게 보십니까?
▷안도걸: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있잖아요. 이제 과세가 조금 되는 거죠. 금융투자 소득하고 같이 주식하고 마찬가지로. 이렇게 좀 되는 문제가 있고요.'
"사모펀드에 대해서 이제 과세가 조금 된다"는 표현은 심각한 사실 왜곡이자 의도를 가진 말이다. 현재 사모펀드는 대략 630조원 정도가 되는데 이 중 ‘과세가 조금 되는’에 해당되는 ‘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20조원 규모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600조원이 넘는 사모펀드는 부동산이나 전환사채 등 메자닌, 비상장주식 등을 투자대상으로 하고, 이들 사모펀드의 수익자들은 대부분 초부자들이기 때문에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대상이 되어 49.5%의 누진 최고세율을 적용받아 왔었다.
이번에 민주당 주도의 금투세가 통과되면 이들이 22% ~ 27.5%로 서민과 동일한 세율을 적용받게 되고, 이렇게 해서 이들 초부자들의 세금은 8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즉, 금투세 폐지가 '부자감세'가 아니라 금투세 도입이 '부자감세'인 것이다. 지금 진성준 등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나라의 곳간을 헐어서 사모펀드 부자들의 곳간을 채워주려고 금투세를 도입하려 한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고, 더 나쁜 것은 이런 의도와 목적을 숨기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노무현 대통령이 땅을 치며 원통해 하실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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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더팩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