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도 아닌데 쳇바퀴만 도는 尹·與 vs 野
거부권·탄핵·사퇴…22대 국회의 무한도전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여야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어떤 것도 내놓지 못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야권은 법안 단독 통과와 탄핵을 남발하고 여당은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여·야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본회의장 입장 전 각자의 구호를 외치는 모습. /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무한도전이다. 무한반복이다. 와이셔츠에 정장을 입은 모습이 점잖아 보이지만 하는 짓을 보면 무뢰한들과 뭐가 다를까 싶은 수준이다. 손에 칼이나 연장 대신 권력을 쥐고 힘자랑하는데 여념이 없어서다. 한심하다.
어떤 사람 또는 어떤 집단일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집단의 모습이 이렇다. 싸우고 또 싸운다. 고성과 막말은 기본이라 이들이 과연 정치인이 되기 전 나름 괜찮은 평가를 받았던 사람들이었을까 의심스럽다.
정치집단에 들어가면 평소와 180도 달라진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다들 공감할 것 같은데, 멀쩡한 사람도 예비군 훈련만가면 평소와 180도 달라지는 것과 흡사하다. 학력도 직업도 사회적 지위도 필요없다. 거의 다 똑같다.
이 막강한 권력으로 국민을 위해 좋은 정책이라도 내놓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알다시피 22대 국회는 개원식도 못 한 채 싸움질만 무한반복하고 있다. 막말과 고성으로 서로를 잡아먹을 것 같지만 사실 이 정치집단들의 티키타카는 정말이지 환상적이다. 시쳇말로 대환장 파티랄까.
일을 반복하지만 나아지지 않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라고 하는데 정치권이 그렇다. 민주당은 법안을 당론으로 정하고 해당 법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부분 단독으로 처리한 후 본회의에 상정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단독 처리에 항의하며 상임위나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간다. 야당이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면 여당은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건의한다. 대통령은 여당의 뜻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로 돌아온 법안은 끝내 가결된다. 무한도전이면서 무한반복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고 있다.
탄핵을 놓고도 쳇바퀴만 돌린다. 대통령은 또 지명하고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싸운다.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에 상관없이 임명을 강행한다. 이어서 탄핵안을 발의하고 당사자는 바로 사퇴해 버린다. 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어이없는 그들만의 싸움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의 재의요구권 건의에 잇따라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
국민들은 지리멸렬한 극한 대립의 정치가 끝날 것이란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균형이 깨져버린 정치에 타협은 없다. 기울면 기운대로 앞을 향해 오로지 직진하며 힘으로 눌러버리면 그만인 정치가 일반화됐다고 할까. 법과 원칙을 떠들면서도 집단최면에 걸린 것처럼 행동한다. 오로지 가진 권력의 크기가 정하는 법과 원칙에 의해서 말이다. 상식과 정치는 업고 권력투쟁만 한다. 소수정당도 매한가지다.
'정치에서는 당동벌이(黨同伐異, 옳고 그름의 여하간에 한 무리에 속한 사람들이 다른 무리의 사람을 무조건 배격하는 것)가 최고의 행동준칙이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한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음모와 술수, 권력투쟁이 경쟁 정당 사이는 물론, 같은 당내에서도 죽자 살자 벌어진다. 진실보다는 당파적 이익이 우선하기에 제 눈의 들보는 가리고 남의 눈의 티를 맹공하는 자가 대우받는다.'
약 15년 전 이런 정치 행태를 지적한 글이다. 지금은 공당의 대표가 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009년에 출판한 책 '보노보 찬가'의 내용이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세상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정치집단의 시계는 늘 제자리라는 점에서 기대를 저버리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하는 척 쳇바퀴만 돌려대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불쾌지수 가득찬 요즘 '개 팔자가 상팔자'가 아니라 '정치권 팔자가 상팔자' 같으니 어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