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 이광희 문화 엿보기] 성심당, 언제까지 고객들을 줄 세울 것인가
입력: 2024.08.05 16:38 / 수정: 2024.08.05 16:38
대전 성심당 본점 앞은 빵과 케이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 이광희
대전 성심당 본점 앞은 빵과 케이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 이광희

[더팩트 | 이광희 기자]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유명한 가구회사 이케아의 설립자다. 그는 1926년 스웨덴 엘름훌트에서 태어났다. 저렴하면서도 기능적이고 디자인적인 가구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가 이런 가구를 만들기 전 유럽의 가구는 보통 참나무로 만들었다. 두텁고 투박하고 무거웠다. 우리가 엔틱가구로 알고 있는 가구가 그것이다. 참으로 단단하게 만들어 몇 대가 물려 써도 될 만큼 견고했다. 단점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 너무나 고리타분했다. 전통을 중시하는 어른들과 달리 가볍고 경쾌한 변화를 추구하는 신세대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점에 착안한 게 이케아 가구다.

그는 어릴 때부터 사업에 대한 센스를 가지고 있었다. 17세의 나이에 우편 주문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서 1943년에 이케아를 설립했다. 이케아는 캄프라드의 저렴한 가격 정책과 친절한 서비스, 끊임없는 혁신 정신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는 그의 개인적인 철학과 무관치 않다. 그는 절약과 검소한 생활 방식으로 유명했다. 또한 환경보호와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자신의 재산을 이케아재단에 기부했다.

캄프리드의 고객 친절 정신은 이케아 성공의 핵심 가치다. 그는 고객을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여겼다. 고객 만족을 위해 늘 최선을 다했다. 먼저 그는 고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가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생산 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인 공급망을 구축했다.

캄프라드는 또 고객들이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매장 설계에 신경을 썼다. 그는 이케아 매장을 미로처럼 설계해 고객들이 다양한 제품을 둘러보고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셀프 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친절하고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교육했다. 그는 직원들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했다.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했다. 캄프라드의 고객 친절 정신의 영향은 이케아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가구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때문에 이케아는 현재도 고객 만족도가 높은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이 조금 다르지만 성심당도 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대전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성심당이라고 할 정도다. 그만큼 성심당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성심당 창업주 임길순·한순덕 부부는 함경남도 함주가 고향이다. 그들은 1950년 한국전쟁 중에 피난 내려와 진해에 정착했다. 이어 서울로 이주를 결심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열차 고장으로 대전에 머물게 됐다.

먹고 살 일이 막막했다. 대흥동성당에서 원조받은 밀가루 두 포대로 1956년 빵집을 열었다. 장소는 대전역 앞이었다. 서울로 가기 위한 임시거처인 셈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대전에 터를 잡았다. 이제는 대전을 대표하는 토박이 기업이 됐다. 2023년 빵 매출 1000억 원. 참으로 대단한 성과다. 그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든 결과를 이룩했다.

창업자의 2세로 성심당을 이끌고 있는 임영진 대표는 "빵을 통해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맛있는 빵, 경이로운 빵, 생명의 빵’을 통해 사랑의 문화를 이루겠다는 성심당의 비전을 제시했다. 소박하면서도 당찬 포부다.

그의 말처럼 성심당 빵은 맛이 좋다. 사람들이 경향각지에서 대전을 찾아 빵을 먹는 것도 단순하게는 그 이유가 가장 크다. 다른 빵집에서 맛보지 못하는 맛, 흉내 내지 못하는 맛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저렴하다. 모든 것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상품들은 다른 곳의 상품과 달리 저렴하게 팔고 있다. 실속을 찾는 젊은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 것도 이런 탓이다.

또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지역 농산물을 최대한 활용하기에 충청 지역 농민들이 성심당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면에서 성심당의 위상은 대전 대표 브랜드로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성심당 앞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저리다. 왜일까. 그것은 대전 대흥동 본점뿐만이 아니다. 대전롯데백화점 분점도 다르지 않다. 머리가 뜨거울 정도의 땡볕이 쏟아지는데 빵을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넘쳐난다. 34도를 오르내린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비가와도 늘어선 줄은 다르지 않다. 그만큼 성심당을 사랑하는 고객들의 마음이 깊다는 의미다.

그런데 과연 성심당은 이런 고객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 언제까지 줄을 세워둘 것인가? 의문이 생겼다.

물론 성심당 본점 앞이나 옆 인도에 가벼운 차양막이 쳐지는 경우도 있다. 노란 비닐우산도 꽂아두었다. 햇빛을 가리고 비를 막으란 의미다. 그것도 줄을 선 사람의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33도를 오르내리는 이 무더위 속에 노란 비닐우산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얼마나 달랠 수 있을까. 언제까지 고객들이 줄을 서며 성심당에 충성도를 보일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과연 성심당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이 정도인가. 되묻게 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은 첫 번째 철학이 탁월한 서비스다. 고객을 하늘로 생각하는 창업자의 정신, 그것이 그 기업들을 성공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성심당도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혁신과 서비스 의식이 있어야 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땡볕에 줄을 세워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는 것도 좋은 마케팅 요소 일수는 있지만 결코 훌륭한 서비스는 아니다. 대전을 사랑하고 성심당을 좋아하는 이들이 함께 느끼는 감정이다. 이제 고인이 된 잉그바르 캄프라드의 서비스 정신을 배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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