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개원 28일 만에 전반기 원 구성 마무리
野 쟁점 법안 단독 처리 가능성…국회 파행 우려
여야는 27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어 여당 몫 국회부의장과 7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이로써 22대 국회 개원 28일 만에 전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됐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22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다 돼간다.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국회는 혼돈의 싸움터였다. 거대 야당은 국회의장단과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뒤 여당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상임위를 가동하며 '힘'의 우위를 과시했고, 여당은 등원을 거부하고 대야 투쟁에 집중했다. 꽉 막힌 정국, 답답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가까스로 개원한 지 28일 만에 원 구성은 마무리됐다. 여야는 27일 본회의에서 여당 몫 국회부의장과 7개 상임위원장 후보를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 소수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에 백기를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이 핵심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차지하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힘의 균형이 깨진 국회 현실의 단면이다.
그나마 늑장 개원이 더 길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정파적 이해관계 충돌로 뒤로 밀린 민생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의 시간이 됐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와 장마 피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하는 입법 노력이 시급하다. 북한의 무력 도발과 북·중·러의 밀착으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보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점과 경제 불황은 말할 것도 없다.
국내외적으로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지는 의문이다. 여당은 국회 상임위 복귀를 선언하면서도 강력한 원내 투쟁을 예고했고, 실제 최근 일부 상임위는 파행됐다. 민주당은 거침없이 '방송3+1법' 등 쟁점 법안을 단독 처리하거나 의사일정과 입법청문회를 진행하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여당은 상임위에 불참하고 있다. 지켜보는 게 민망할 정도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사일정에 대해 항의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
앞으로도 난맥상이다. 산 넘어 산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와 주가 조작 의혹, 대통령 처가 양평 고속도로 게이트 등을 파헤친다는 계획이다. '노란봉투법', '채상병 특검법'도 신속하게 처리할 태세다.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됐던 법안을 재추진하는 것인데 정상적인 국회 운영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스럽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국민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요구했고, 정치권은 달라져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22대 국회를 보면 상생과 협치의 정치는 신기루와 같달까. 없는 것을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국회의 정치는 팔딱팔딱 살아 움직이는 생동의 정치가 아니라 당리당략의 정치적 이익을 노린 구태 정치에 가깝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겨냥한 여야의 압박과 공세만 봐도 그렇다. 여야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으로 거론되는 이들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넘어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 등 진상 규명을 둘러싼 국민적 관심사를 두고서도 여야가 계속 충돌해 국민의 피로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여야가 다수 국민이 국회를 불신하고 외면하는 것을 알면서도 정쟁에만 치우친다면 국회의원으로서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다. 이제 원 구성도 된 만큼 쟁점 현안을 두고 타협점을 찾을 때까지 다투더라도 생산적인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 교과서적인 뻔한 방향성이지만 애석하게도 기대감은 낮다. 최근 통화한 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현실적으로 국회는 답이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