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민주, '당심이 민심'…결국 명심(明心)
입력: 2024.06.25 00:00 / 수정: 2024.06.25 00:00

'총선 민심' 강조하는 민주당, '당심 강화' 나서는 이유
당심은 민심이 될 수 있나...당심·민심 괴리 커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요즘 더불어민주당은 '마음(心)' 때문에 바쁘다. 총선 민심도 받들어야 하고 당원의 뜻(당심)도 잘 반영해야 한다. 역사상 전례 없는 야당의 과반 압승, 250만 명에 육박하는 권리당원. '당심이 민심'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함의하는 바가 크다.

짚어볼 것이 있다. 250만의 권리당원은 분명 큰 숫자다. 하지만 22대 총선 기준 총 유권자는 4425만 명을 조금 넘는다. 지역구선거를 기준으로 민주당의 득표율은 50.5%, 약 2235만 명이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줬다. 이 민심을 250만 명의 민주당 권리당원이 대표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이 중에서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출하는 당원은 한정적일 테다. 이들이 250만 명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어느 집단도 과대대표와 확증편향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에 많은 의심과 의문을 가져야 한다. '집단지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숙의를 거쳤는가. 숙의의 공간과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는가. 소수의견도 충분히 제시되고 논의될 수 있는가. 다수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을 찍어 누르고 있지는 않은가. 마지막으로, 당원은 언제나 옳은가. 민주적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비민주적인 결과가 탄생한다. 파시즘과 나치즘이 바로 그 예다. 그렇기에 '당심이 곧 민심'이라는 짧은 문장은 너무 안일하다.

당원권 강화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총재 1인이 의사결정을 독점하던 시대에서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하고, 당내 각종 위원회를 두는 등 당내 의사결정 과정은 상향식으로 발달해왔다. 대의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 동시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직접민주주의는 규모가 큰 집단에 한계가 있는 제도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정치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현대의 민주국가들은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배정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배정한 기자

무엇보다 지금 이야기하는 당원권 강화, 당원 중심주의는 이재명 대표의 연임과 대권가도를 위한 것임이 너무나 자명하다. 당심을 내세워 당권·대권 분리조항을 무력화했다. 또 지난 2022년 전당대회에서 개정했던 '부정부패 연루 시 자동 직무 정지' 조항은 아예 삭제하기로 했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주)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3~4일 유권자 1004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2.5%)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의 연임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은 41.9%, 부정적인 답변은 49.1%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한 당헌 개정에도 '적절하다'는 답변은 41.6%, '부적절하다'는 답변은 44.9%로 집계됐다. 당심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것과는 다른 결과다. 당심은 당심일 뿐 민심과 달리 봐야 한다는 의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멀리 갈 것도 없다. 비슷한 얘기를 지난해 초에 들었던 것 같다. '당심과 민심은 괴리될 수 없다', '당원권 강화를 통해 민심을 더 잘 반영하겠다' 등등.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였다. 국민의힘은 '당심이 민심'이라며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하던 전당대회 룰을 당원 여론조사 100%로 바꿨다. 결과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었다. 민주당의 당심 강화 또한 결국 '명심(明心·이재명 대표의 마음)'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다시 총선으로 돌아가 보자. 민주당은 분명 압승했다. 그러나 총선 민심이 오롯이 민주당에 있었다고 하기엔 지역구선거 득표율에서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45.1%로 채 6%포인트도 차이 나지 않았다. '윤석열' 반대가 반드시 '이재명과 민주당'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민심과 당심의 간극을 좁히고 중도 확장을 고민해야 할 때다. 당심과 민심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건 특정 개인이 아니라 민주당의 정신이다. 진보 야권의 대표적인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강령 마지막 문단의 함의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유능한 민생정당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한다. 진정한 성찰과 쇄신, 겸손한 태도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다. 우리는 국민 개개인의 삶이 행복하고, 생명 공동체가 번영하며, 세계 평화를 선도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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