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尹 대통령, '반국가세력'과 협치할 수 있을까
입력: 2024.04.14 00:00 / 수정: 2024.04.14 00:00

野 '영수회담' 제안 응할지 주목 
레임덕의 핵이 된 '여사 리스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반국가세력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야당 등 민주진영 세력을 겨냥했다는 오해부터 해소할 필요가 있다. 2023년 6월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반국가세력'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야당 등 민주진영 세력을 겨냥했다는 오해부터 해소할 필요가 있다. 2023년 6월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총선 참패에 대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 쇄신'이라고 표현한 것은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대통령실이 "어떠한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만 낸 것에 비하면 확실히 이번 결과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집권 3년차 여당인데도 국회 과반 의석에 한참 못 미치는 108석만 얻었기에 이처럼 '납작 엎드린' 메시지는 당연했다.

'국정 쇄신'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강서 보궐 선거 이후 윤 대통령은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며 민생토론회 등 현장 행보를 강화했지만 '국민 반쪽'과만 소통한다는 지적과 '총선용'이라는 비판이 컸다.

'참모 교체'나 기자회견 실시가 국정 쇄신 방안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등이 전원 사의를 표했고, 총선 전부터 예상했던 인사들이 이미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후보 하마평에 이름을 올렸다. 국정운영을 조속히 안정화하기 위해 대통령은 늦지 않게, 야당과 소통이 가능한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 행정안전부 등을 비롯해 중폭 개각도 예상된다. 인적 쇄신은 대통령이 '결단'만 한다면 무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이와 함께 다음 달 '취임 2주년'을 맞이해 기자회견을 하느냐가 '소통하는 모습'의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 쇄신의 '킬러 문항'은 야당과의 협치다. 22대 총선에선 175석의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한 12석의 조국혁신당이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옷을 벗고 정계에 뛰어들게 만들었던 추미애 전 의원은 6선으로 살아 돌아와 유력한 차기 국회의장 후보다. 3대(노동·교육·연금)개혁과 올해 가장 공들이고 있는 의료개혁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고, 전국을 돌며 약속했던 민생 토론회 입법 과제를 실현하려면 입법 권력을 쥔 야당과의 협치는 필수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최근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 행정부가 구두 뒤축이 닳도록 뛰어야 한다"고 조언했을 정도다.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는 대통령의 레임덕을 초래할 수 있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22년 2월 27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는 대통령의 레임덕을 초래할 수 있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22년 2월 27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하지만 대통령이 진심으로 협치에 나설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소감으로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며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눈에 띄는 노력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제1야당 대표와의 공식회담을 거부해왔다. 인식도 강경했다. 지난해 6월 '한국자유총연맹' 기념 행사에서 북한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한 이들을 '반(反)국가세력'이라고 규정한 이후,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시대착오적인 투쟁과 혁명과 사기적 이념에 우리가 굴복하거나 거기에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다(국민통합위 2기 출범식에서)"라고 하는 등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여기고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들을 해왔다.

실제로도 거대 야당이 입법을 강행하면 여당을 통해 조율하려 하기보다 공이 넘어오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국정과제에 필요한 제도 개선은 각 부처 시행령을 개정하는 식으로 '협치' 숙제를 매번 미뤄왔다.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이번 총선 결과도 '반국가세력의 선동에 넘어간 유권자들이 많아졌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직면한 더 큰 문제는 '배우자 설득'일 수도 있겠다.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권은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주가조작 의혹 등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가장 먼저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을 다시 행사하더라도 이번에는 여당에서 재의결 요건(200석 이상)을 충족하는 이탈 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배우자 특검법'에 대해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할지, 내용 조율을 거쳐 특검법을 받아들일지 결단해야 한다.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면 여당조차 멀어지는 레임덕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야당을 때려잡는 게 목표라면 대화할 필요도 존중할 필요도 없겠지만"이라며 압박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총선 직후 일성에 대해 '야당과 긴밀한 협조와 소통에 나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정쇄신'의 방향이 무엇인지 다음주 초 대국민 메시지에서 분명히 밝혀주길 바란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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