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근의 영화 속 도시이야기] 사운드 오브 프리덤-카르타헤나(Cartagena)
입력: 2024.03.19 11:19 / 수정: 2024.03.19 11:20

알록달록 중남미 색깔로 가득 채워진 카리브해의 보석

사운드 오브 프리덤(Sound of Freedom) 영화 포스터. (IMDb photo)
사운드 오브 프리덤(Sound of Freedom) 영화 포스터. (IMDb photo)

[더팩트ㅣ대구=김승근 기자] 할리우드(Hollywood)에서 1년에 만들어지는 영화는 1000편가량이고 '볼리우드(Bollywood)'라는 별칭이 붙은 인도는 1600편이 넘는 작품을 쏟아낸다. 모두 다 큰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제작 편수로만 보면 엄지 척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남미에서 제작·배포되는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다. 열악한 제작 환경이 다작 생산을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흥행은 당연히 기대할 수 없었다. 할리우드에서도 간간이 중남미 배경 영화가 제작됐다. 하지만 다루는 주제가 마약, 인신매매, 고문, 인권유린 등 어두운 것들이 많아 중남미 영화는 수익보다는 메시지가 우선이라는 인상이 강한 게 사실이었다. 수치적으로 입증되는 범죄이긴 하지만 중남미의 밝은 부분을 간과하는 것 같아 아쉬운 점이기도 했다.

2024년 2월 개봉한 '사운드 오브 프리덤(Sound of freedom)' 역시 어둡지만 알아야 할 중남미의 실정을 다룬 미국 영화다. 다만 여태까지와 달리 흥행과 메시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보기 드문 중남미 배경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데가 메가폰을 잡고 짐 카비젤, 미라 소르비노, 빌 캠프가 주연을 맡은 영화다. 영화에서 카비젤은 콜롬비아에서 성매매업자들로부터 아이들을 구출하는 임무를 맡은 전 미국 정부 요원인 팀 발라드를 연기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영화 속 사건들이 실제와 다르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렇지만 1450만 달러 예산을 들인 독립영화라는 점이 무색하게 2억 5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메가히트를 기록했다. 연 1500억 달러 규모의 인신매매시장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점은 수익 못지 않은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중남미의 여성과 아동의 납치와 인신매매는 심각한 수준이다. 20년 전 개봉한 덴젤 워싱턴 주연의 '맨 온 파이어(Man on fire)'도 멕시코 아동 납치 범죄를 다뤄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통계전문기업 스태스티카(Stastica)의 2021년 기준 납치 현황에 따르면 브라질이 하루 12건으로 카리브해 인근 국가 중 납치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페루와 멕시코가 각각 3건, 칠레와 콜롬비아가 각각 1건씩 발생했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해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이다.

최근 우리 국민들의 중남미 여행이 늘면서 외교부 여행 경보에 납치 경고도 심심찮게 뜨고 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현지 사정상(?) 외국인 납치는 그리 많지 않다. 콜롬비아의 경우 정부가 파악한 무장반군이 6000여 명 정도 되고 아직도 칼리를 비롯한 일부 도시에 마약 카르텔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이들 역시 외국인 납치를 주도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돈 많고 명망 높은 자국민과 그의 가족이 우선 납치 대상이다. 외국인을 납치할 경우 그 뒤에 발생할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통역, 외교적 문제 등)에 비해 돈을 받아낼 가능성이나 물리적 시간이 짧지 않기 때문이다. '웃픈'얘기다. 그럼에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최악의 운이 내게 닥칠 가능성이 '0'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중남미 납치율 감소는 '사운드 오브 프리덤' 같은 영화가 일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짐 카비젤)이 현지 형사인 호르헤(하비에르 고디노)와 카르타헤나에서 잠복 수사를 하고 있다. (IMDb photo)
팀(짐 카비젤)이 현지 형사인 호르헤(하비에르 고디노)와 카르타헤나에서 잠복 수사를 하고 있다. (IMDb photo)

얘기가 길어졌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의 배경은 콜롬비아의 휴양도시 카르타헤나(Cartagena)다. 콜롬비아의 맨 위쪽 볼리바르주의 주도다. 그렇다. 도시 이름은 스페인의 항구 도시 카르타헤나에서 따왔다. 1533년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건설됐으니 이상할 것도 없다. 콜롬비아 제2의 도시이자 미드 '나르코스(Narcos)'로 많이 알려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고향인 메데진(Medellin)에서 버스로 13시간 걸린다. 이 정도면 남미에서 준수한 거리이긴 하지만 초보 여행자들은 윙고나 아비앙카 등 저가 비행기 이용을 권한다. 참고로 아비앙카는 좌석번호가 없이 아무 자리나 앉는 경우도 있다.

카리브해에 접한 카르타헤나는 전설 속 황금의 도시로 알려진 엘도라도가 있는 콜롬비아에서 유럽으로 금을 비롯한 식민지 각국에서 빼앗은 금은보화를 운반하던 항구이자 노예항이기도 했다.(실제로 엘도라도는 수도 보고타 인근에 있다) 이러다 보니 해적이 가만두질 않았다. 그때 방어를 위 16~17세기 100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지어져 지금은 카르타헤나의 아이콘이 된 것이 4km에 달하는 성벽이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의 스틸 사진. 세르베사(맥주)라고 쓰여져 펍(pub)임을 알 수 있다. (IMDb photo)
사운드 오브 프리덤의 스틸 사진. 세르베사(맥주)라고 쓰여져 펍(pub)임을 알 수 있다. (IMDb photo)

성벽 안에 있는 올드 타운(Ciudad Vieja)의 산토도밍고 광장은 수많은 상점과 카페들이 가득 차 있다. 콜롬비아의 대표적 화가인 보테로의 청동상 '누워있는 여인'도 볼 수 있다. 카르타헤나를 나타내는 한마디라고 할 수 있는 '알록달록'을 바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피티가 탄생한 대륙답게 중남미 어느 곳이나 눈만 돌리면 볼 수 있는 벽화지만 카르타헤나는 특히 상점, 카페, 펍의 화려한 색감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나무 발코니, 페블스톤이 깔린 좁다란 골목, 오래된 성당과 꽃이 만발한 테라스, 주민들의 미소가 형형색색으로 조화를 이루고 건물에 도저히 칠할 수 없을 것 같은 페인트를 발라놓아도 그곳의 공기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곳, 올드타운 곳곳에 있는 보석상점보다 도시 전체가 더 화려함을 뽐내는 곳, 바로 카르타헤나다.

모기가 너무 많다는 건 함정.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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