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양상 흐리는 자극적인 언행 삼가야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공방이 거칠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팩트 DB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여야의 4·10 총선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는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시스템 공천과 혁신 공천이라는 여야의 외침이 무색하다. 국민에게 추천할 '일꾼' 선별 작업이 만만치 않겠으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갈등과 논란이 불거졌다. 과거 선거철 때와 분위기가 별반 다르지 않다. 공당이 부르짖는 민주주의에 반목과 혐오만이 가득찬 상황이다.
후보자 등록 전부터 여야 지도부는 전초전을 치르고 있다. 주요 지역을 찾으며 바닥 민심을 훑고 있다. 전통시장에 가서 어묵을 먹고, 온누리상품권으로 장바구니를 채우는 풍경은 익숙하기만 하다. 시민과 지지자들이 운집한 곳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댓글을 보면 대체로 식상하다는 반응이다. 달라진 게 없다.
이번 총선도 여당의 정부 지원론과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주요 의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상대 진영 공세에 집중하는 이유다. 여당은 운동권 특권 세력으로 규정한 야권이 국정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응징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제 폭망과 외교 참사 등에 대한 심판을 당부하고 있다. 정쟁에 몰두한 거대 양당이 '정치 파업'했던 사실을 잊은 듯싶다.
선거철에는 유독 귀에 꽂히는 말들이 있다. 자주 듣기 때문인데 예를 들면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이 외친 공정과 상식, 자유와 법치 같은 경우다.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인 이재명 대표는 최근 "4월 10일은 심판의 날"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13일 중앙선거대책회의에서도, 서울 동작·용산을 방문했을 때도 시민들 앞에서 어김없이 "심판의 날"을 외쳤다.
나름 근거가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가 민생과 경제를 망치고, 한반도의 위기감 고조시켰고, 국민 간 갈등과 분열시켰다는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현 정권의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실패를 거론하며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피는 셈이다.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원인은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겠지만 원내 1당인 민주당의 책임도 가볍지 않음을 알 필요가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방문해 류삼영 동작을 국회의원 후보(가운데)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이 대표는 "4월 10일 심판의 날에 윤석열 정권 지난 2년간의 경제 폭망, 민생 파탄, 평화 위기, 그리고 민주주의 파괴를 확실하게 심판해 달라"고 했다. /배정한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야당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내는 비중이 커지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를 찾아 "얼마 전 이 대표가 여기 와서 욕만 쏟아 놓고 갔다. 그것으로는 영등포시민 삶을 개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기성 정치인이 쓰는 여의도 화법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는 뒷말이 들린다.
한 위원장의 극우 성향 온라인커뮤니티 '일베' 발언은 머쓱할 만한 장면이었다. 그는 지난 11일 이 대표가 여당의 공천을 극우공천이라는 발언에 반박하며 "여기 우리 일베 출신 있나"라고 언급했다. 대구 중·남구 지역구 공천받은 도태우 변호사가 과거 일베 게시글을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3.9%,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대비 4.8%포인트 하락한 41.9%, 민주당은 4%포인트 오른 43.1%로 집계됐다.
선거판에서 상호 공방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선거 양상을 흐리는 자극적인 언행은 정도껏 해야 한다. 혐오와 갈등을 부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야는 처절한 자기반성에는 소극적이다.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도 부동층이 굳건한 의미를 모는 것일까. 부족하지만 지지해달라, 못하고 있으니까 심판해 달라, 그러고는 믿어달라고 한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재방송'에 진심으로 설득되는 유권자가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