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심각한 민주당 공천 갈등, 후유증 걱정해야
입력: 2024.02.27 00:00 / 수정: 2024.02.27 00:00

친명계 대거 '단수공천'…비명계 '경선행'
갈등만 많은 시스템 공천이라는 비판 많아


더불어민주당 공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6일 인천광역시 남동구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배정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6일 인천광역시 남동구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천 파열음이 크게 새어 나온다. 공천 논란을 둘러싼 핵심은 '공정성'이다.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는 이재명 대표의 항변이 무색하게도 비명재명계 의원들은 '공천 학살'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것이 공천이라지만, 당내 인사가 승복하지 못하고 있다. 원로들까지 불만을 제기할 정도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25일 발표한 7차 공천 심사 결과를 보면, 다수의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본선에 올랐다. 최고위원 서영교·정청래 의원과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친명 성향 의원인 강득구·김용민·민병덕 의원도 공천이 확정됐다.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들도 희비가 갈렸다. 수석대변인인 권칠승 의원과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정책위의장 이개호 의원은 단수공천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던 비명계 도종환 의원은 경선을 치르게 됐다. 지도부 당직이 갈랐다는 평가가 많다. 경선 지역으로 정해진 4곳 모두 도 의원을 포함해 비명계 의원들(박영순·송갑석·이용우) 지역구다.

공교로운 주류의 독식이 분열을 부르는 모습이다. 사실상 공천배제(컷오프)인 '현역 의정평가 하위 10%'에 포함된 사실을 공개한 비명계 설훈 의원은 탈당을 예고했고, 전략지역구 지정으로 컷오프된 뒤 탈당을 선언한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연일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를 겨냥한 각종 의혹을 폭로하며 지도부를 긴장하게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에서 불거진 공천 결과 반발에 대해 모든 분을 공천해 함께 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공천 결과 수용을 요청했다. /배정한 기자
이 대표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에서 불거진 공천 결과 반발에 대해 "모든 분을 공천해 함께 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공천 결과 수용을 요청했다. /배정한 기자

문제는 민주당 갈등의 봉합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아직 공관위의 공천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공천 결과에 대한 비명계의 반발이 매우 거세기 때문이다. 송갑석 의원은 26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라 아예 뒤집힌 운동장 같은 느낌"이라며 "(현재) 단수공천 51명 중 지도부 당직자가 아닌 사람은 불과 6명 정도"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민주당 지도부까지 불협화음이 새어 나온다. 전날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비명계 강병원 의원과 친명계 원외 후보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이 서울 은평을 경선을 치르게 된 데 대해 지도부 간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인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공천 과정에서 지속되는 계파 갈등은 민주당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공천의 공정성 훼손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는 것만 보면, 당 지도부와 공관위의 신뢰가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각해 보인다. 그런데도 '사천' 논란의 중심에 선 이 대표는 공천의 원칙과 기준, 공정성, 형평성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시스템 공천'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을 두고 감동은 없고 갈등만 많은 시스템 공천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공천 잡음과 계파 갈등은 유권자들이 실망하는 악재다. 상승곡선을 그리는 여당과 달리 민주당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러다 다 죽는다"는 한 초선 의원의 걱정과 우려가 자꾸 귓가에 맴돈다. 현재 민주당 상황만 보면 4월 총선 결과가 좋든 안 좋든, 후유증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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