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또 위성정당' 승리에 매몰된 정치권
입력: 2024.02.07 00:00 / 수정: 2024.04.15 09:14

정치권, '준연동형' 승자독식 정치 수단 전락시켜
여야의 조변석개식 정치개혁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결정하면서 준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당장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대응을 예고하면서 2020년에 이어 다시 한번 위성정당 꼼수가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이 35곳에 달하면서 정당투표 용지 길이가 48.1cm를 기록했다. /더팩트 DB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결정하면서 준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당장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대응을 예고하면서 2020년에 이어 다시 한번 위성정당 꼼수가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이 35곳에 달하면서 정당투표 용지 길이가 48.1cm를 기록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48.1㎝. 2020년 4월 15일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용지 길이다. 선거제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 위성정당이 난립한 결과다. '승리'를 위해 거대 양당이 비례정당을 만들면서 벌어진 그야말로 촌극이다.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도 4년 전 당시를 그대로 재연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5일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연동제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한걸음 진척된 소중한 성취'이다. 과거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통합형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의 위성정당 창당에 대등하기 위해 야당 및 진보 세력과 선거용 비례정당을 창당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국민께 약속드렸던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 그리고 결국 준(準)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 발표에 대해 "이 중요한 선거제도가 이재명 대표 마음에 달려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국민이 모두 이재명 대표가 마음을 바꾸면 거기에 따라야 하나.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비례대표제도 관해서 2020년경부터 2024년 2월 오늘까지 이 대표가 얼마나 말이 바뀌었는지 한번 비교해 봐 달라"며 "그리고 그게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철학을 담아서 '이건 절대 안 된다'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이 대표 하는 말을 어떻게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는지 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정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정한 기자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한다. 정치권은 4년마다 치러지는 선거에서 '승리'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이 꽃 꺾기를 반복하고 있다. 민주주의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말이다. 정치권이 그 어느 때보다 겸손해지는 시기가 또 선거철이다. 공약이라며 민심을 호도하는 의도가 다분한 사탕발림을 입에 침도 바르지 않은 채 마구 던지기도 한다.

지금 다시 논란이 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가 온전한 평가를 받기 위해선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창당을 안 하면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승리'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준연동형이기에 정치권이 싸잡아 비판을 받는 것이다. 4년 전 이미 경험한 국민이 보기엔 준연동형 유지는 나눠 먹기에 불과하다.

그리고 한 위원장이나 일부 야권은 이 대표의 준연동형 유지 결정을 놓고 말 바꾸기라고 지적한다. 이들이 지적하는 지점은 이 대표가 대선 후보였을 당시였던 2022년 2월 3일 TV토론에서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도를 개혁해서 제3의 선택이 가능하게 해야 된다는 거 분명히 말씀드린다. 저희 당도 노력할 것", "저는 국민의힘이 그러더라도 우리는 하지 말자. 이거 내부적으로 주장했다가 결국 관철은 안 됐는데" 등의 발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대선 후보였을 때나 현재나 말을 바꿨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 후보에게 "위성정당 문제를 국민의힘에서 시작한 게 맞다. 그런데 어쨌든 지금 위성정당 문제는 법이 고쳐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안 하면 되는 거거든요. 그러면 민주당은 '법 개정과 상관없이 우리는 위성정당 안 하겠다. 이것은 원칙에 어긋난 거고 위헌적인 것이다.' 이런 결의를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계획이 있으십니까?"라고 물었다.

제21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된 배지. /더팩트 DB
제21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된 배지. /더팩트 DB

이 후보는 "위성정당 문제는 거대 야당이 위성정당 만들면 우리도 대응 차원에서 안 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러니까 입법으로 못하게 하는 게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즉, 입법이 안 됐으니 이 대표의 대선 당시 발언은 약속을 어긴 게 되지 않는다. 그냥 이 후보의 말이 민주당 대표가 된 후에 그대로 실행한 것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그때도 지금도 정치개혁보다는 '승리'라는 목적에 누구보다 충실할 뿐이다. 그리고 민주당은 위성정당 방지법에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오는 4월 10일 총선에선 또 얼마나 긴 투표용지를 받을까. 또, 각 정당은 얼마나 꼼수를 부릴까. 입법부가 나서서 위법이 아니니 '꼼수'를 부리면서 공정과 상식 그리고 법치를 떠드는 모습이 참으로 역설적이다. 정치권이 본인들 유불리에 말 바꾼 게 처음도 아니지만, 2024년도에도 이런 어이없는 일이 반복되는 현실이 기가 찰 뿐이다. 언제까지 정치권의 아침에 바꾼 것을 저녁에 다시 또 고치는 '조변석개'를 22대 총선에서 국민이 끝내야 한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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