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위기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사퇴만으론 부족하다
입력: 2023.12.14 00:00 / 수정: 2023.12.14 00:00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역풍 한나라당때보다 더 '위기'
'희생' '불출마' 이어져도... '험지출마'는 제한적일 가능성 높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공항에서 네덜란드 국빈방문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기다리며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김 대표는 장재원 의원의 12일 불출마 선언 하루 뒤인 13일 당대표직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박헌우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공항에서 네덜란드 국빈방문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기다리며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김 대표는 장재원 의원의 12일 불출마 선언 하루 뒤인 13일 당대표직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내 주류의 용퇴’를 촉구하며 활동을 종료한 가운데, 12일 핵심 친윤(친윤석열)계인 장제원 의원이 친윤계에선 처음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역사의 편에서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혁신위 활동 기간 이미 용퇴 결심을 어느 정도 굳혔던 것으로 알려진다. 꽤 오래 전부터 그는 측근들에게 "혁신위의 압박에 떠밀리듯 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전해진다. 인요한 혁신위의 불출마·험지출마 압박에 반감을 드러내왔던 대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방문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 불출마와 관련한 일부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 의원이 본인의 결단으로 당내 중진들의 불출마 러시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13일 김기현 대표의 당대표 사퇴는 다른 친윤계 의원들에게도 '희생'을 결단할 가능성을 크게 높인 것은 사실이다. 당대표 선출 당시의 ‘김장연대’ 한 축인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그동안 김 대표의 '중대 결심'의 시기에 관심이 쏠렸던 건 당연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장 의원과 윤심으로 만들어진 김 대표도 더이상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장재원 의원이 지난 12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더팩트 DB
국민의힘 장재원 의원이 지난 12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더팩트 DB

김 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김 대표가 당초 "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던 혁신위의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안에 대해 머뭇거리면서 의심의 눈초리가 많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인지 당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은 확실해졌지만 '총선 불출마''험지 출마'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현재로서는 울산 지역 출마는 원하는 것 같아 보인다.

김기현 대표의 당대표 사퇴를 계기로 향후 국민의힘에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는 의원들이 이어지더라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 등의 험지 출마 희망자보다 국민의힘 우세지역에서의 불출마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지난 12일 시작된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서울 강남과 영남 등 여권 우세 지역에서만 출마 희망자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반면 험지로 꼽히는 서울 강북과 수도권은 도전자를 찾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기존 ‘꽃길’에 사람들만 교체 된다면 그건 쇄신도 혁신도 아니다.

물론 더불어민주당 사정도 간단치는 않다. 최근 중앙위원회를 열고 권리당원 표의 반영률을 높이는 당헌 개정과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인 ‘개딸’의 영향력을 강화했다. 경선에서 현역 의원 페널티를 강화하는 규정도 통과시키는 등 이재명 사당화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코인 논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등은 당 이미지를 더욱 추락시켰다. 강서구청장 보선 승리 이후 쇄신 목소리는 아예 사라졌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 행보나 비명계 의원들의 움직임.이상민 의원의 탈당 움직임등으로 민주당 등 야권의 내홍도 복잡다단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연내 처리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연내 처리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그래서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낫다고? 국민들이 여권의 혁신과 쇄신을 체감할까? 불행하게도 대답은 '아니다'이다. 총선 4개월 전인 현재 여권이 처한 상황이 매우 처참하기 때문이다. 객관적 사실이 이를 대변해준다. 지난 8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선에서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친다. 반면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51%에 달했다. 대구·경북을 뺀 전 지역에서 ‘정부 견제론’이 앞선다. 세대별로도 ‘정부 지원론’은 60대 이상에서만 우세했다. 문재인 민주당 정부이던 지난 대선 전의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가 55%, "정권 재창출"이 36% 정도였던 것과 정반대가 됐다.

많은 국민은 민주당 못지 않게 국민의힘 모습에도 실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권을 잡자마자 당 대표와 대통령 측근들이 집안싸움을 벌였다. 지금은 이준석 전 대표가 매일 같이 탈당을 말하고 신당을 이야기한다,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 의원들에게 ‘희생’을 권유한 것은 국민 앞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국민 여론을 받드는 것 또한 여당 의원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총선에서 완패하면 윤석열 정부는 남은 3년 동안 식물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경제 사회 위기를 극복할 동력을 잃는 것은 불문가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인의 이익보다 당, 당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숙고해야 할 중요한 때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였던 한나라당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 국민의힘의 처지는 천막 당사까지 치고 의원 수십명이 불출마를 결심했던 당시 한나라당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전혀 덜하지가 않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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