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정치생명 연장의 꿈?...탄핵은 '장난'이 아니다
입력: 2023.11.22 00:00 / 수정: 2023.11.22 00:00

민주당, 강경파의 尹 대통령 탄핵 주장에 "자제해야"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배 의문…탄핵 주장 신중할 필요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21일 강경파를 중심으로 나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발언에 대해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들은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사진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21일 강경파를 중심으로 나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발언에 대해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들은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사진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선거철이 다가왔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내년도 예산 정국이 이어지는 시기에 국회의원은 지역구 일정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비례대표 의원들은 점찍어 둔 지역 행사마다 얼굴을 비추며 유권자와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다. 권력의 속성이란 게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진영을 떠나 여야 의원들이 '정치생명 연장'의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원내에서만 그럴까. 원외에 있는 정치인들도 국회 입성을 노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통령실 출신 정치 신인은 말할 것도 없고, 대중에게 익숙한 정치인들도 장밋빛 미래를 바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출발 신호를 알릴 총성에 대비해 열심히 몸을 푸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선거는 긴 호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욕을 부리면 탈이 나고, 너무 강하면 부러지는 게 세상 이치다. 그런데 최근 정쟁을 유발하는 듯한 일부 정치인의 주장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더불어민주당 강경파로 분류되는 민형배·김용민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지난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반윤 연대'를 거론하면서 민주당이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했다. 민 의원도 맞장구를 쳤다. 이틀 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했던 송영길 전 대표는 CBS라디오에서 야권이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어 윤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야권 인사가 주장하는 탄핵 근거는 호우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다 급류에 휩쓸렸던 채 모 해병대 상병의 순직 사건에 대한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방송 등 언론 장악 의혹 등이다. 구체적으로 실체가 밝혀진 점이 없는 상태에서 의혹만으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절차를 밟았던 야권은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았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200석을 확보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헌우 기자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200석을 확보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헌우 기자

탄핵은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만 가능하다. 우리 헌법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65조)고 명시하고 있다. 취임 이후 줄곧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에서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보다 높다고는 하지만,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아무리 야권이라지만 선거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 대해 탄핵을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은 걸핏하면 탄핵을 거론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 대한 탄핵을 거론한 바 있다. 실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었다. 지난 9일 본회의 산회로 표결이 무산됐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언론 탄압의 주범이라는 게 주된 탄핵 사유인데, 이 위원장이 헌법과 법률을 현저히 위배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보는게 타당한지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막무가내로 탄핵을 정치적 소재로 삼는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올 수 있다. 내년 총선은 여느 선거 때처럼 중도층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인사에 대한 탄핵만 외친다면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거라는 분석이 많다. 오죽하면 윤영덕 민주당원내대변인이 21일 당 일각의 대통령 탄핵 주장을 두고 "논란이 되는 발언을 자제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을까.

'정치인은 잊히면 끝장'이라는 정계의 속언이 자꾸 떠오른다. 일부 개별 의원과 전직 의원의 강경 발언은 공천과 반윤 연대의 공감을 통한 신당 창당의 명분을 위한 것은 아닌지 짐작해 본다. 한국 정치사의 비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처음이자 끝이었으면 한다. 국가적으로 큰 혼란이 따르고 국정 공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탄핵은 아이들의 장난이 아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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