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민생 경제 살리기' 민심 전하면서 '정쟁'만
민심 파악도 아전인수식…정치권 무책임
윤재옥(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고 악수를 하는 모습. 이들은 협치와 타협을 다짐했다. /뉴시스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지난 추석 연휴에 자주 들었던 말은 '고물가'였다. 장을 보는 것도, 외식하는 것도 겁이 난다는 하소연이 명절 밥상머리에서 나왔다. 한마디로 물가가 너무 올라 가계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고, 외식 품목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0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3% 증가했다.
민생이 어려울수록 서민들의 삶은 고단하다. 생활고에 허덕이는 이들은 하루하루를 버겁게 살아간다. 교통비가 얼마인지도 모르는 고위 공직자와 자산이 수억 원에 달하는 '금배지'는 과연 실물 경제를 체감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명절 연휴에도 한 푼이라도 더 벌고자 현장으로 나서는 노동자와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폐지를 줍는 서민의 고달픔을 그들은 알까.
여야는 추석 민심의 현주소를 확인했다며 민생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민생을 위해 협치와 타협을 다짐했다. 모처럼 반가운 약속이지만 공허하게 여겨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이미 여야는 엿새간의 추석 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대치하고 있고, 아전인수식으로 제 입맛에 맞는 민심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민생 영수회담 제안에 '뜬금포' '방탄'이라며 비아냥대는 반응을 보이고, 대통령실은 묵묵부답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추석 민심에서 분명한 것은 요약해 보면, 윤석열 정부의 오만과 독선, 독주에 대해서 국민께서 확실하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주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의 대치 정국은 추석 전후 달라진 게 없다.
여야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추석 민심을 전하면서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치권은 끝없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기고 있다. /남용희 기자 |
오는 11일 치러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의 진흙탕 싸움은 더 가관이다. 아무리 이번 보궐선거가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라는 평가가 많다지만, 여야는 강서구민을 위한 비전보다는 상대 당 후보를 깎아내리는 데 혈안이다. 또, 대선·총선급 선거에 버금갈 정도로 총력을 쏟아붓는 여야는 절절한 반성 대신 서로 잘못을 떠넘기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두고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향한 정치공세와 가짜뉴스 선동을 일삼는 저열한 모습만 남겼다"고 했다. 민주당은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인 김 후보를 공천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자신들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국민 심판의 시작이 될 것임을 명심하라"고 했다.
이뿐 아니라, 야권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격 미달이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당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발목잡기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두고서도 민주당 내 부결 기류가 흐름에 따라 6일 본회의에서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오는 10일부터 18일 동안 열리는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을 고려하면 여야의 정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여야가 앞다퉈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이 추석 민심이라고 입을 모았음에도 정작 다투고만 있다. 매년 명절 이후 반복되는 상투적인 거짓말의 재연이다. 이 정도면 정치권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치권에 묻고 싶다. 추석 민심이 어떻다고요? 정말 무책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