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의혹 검찰조사 급물살... 뜬금없는 단식은 왜?
이달 중 체포동의안 표결 가능성...먼저 단식 중단부터
무기한 단식 14일차에 접어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당대표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국회=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기국회 개회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국회에 설치한 텐트에 "이념보다 민생, 갈등보다 통합,사익보다 국익"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시작했다. 좋은 주장이고 애기다.
하지만 검찰의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의혹 피의자 조사를 앞두고 정기국회 개회에 맞춰 국회 다수당 대표가 단식을 시작했다고?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들 사이에서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제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여부를 비롯해 이 대표 관련 의혹 조사들이 전체적으로 본격 궤도에 접어든 상황이라 없던 의구심도 생길 수밖에 없다. '뜬금없는 단식'이 '방탄 단식'으로 의심받는 것도 다름 아니다.
이 대표는 단식 중이던 12일 오후 수원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2차 출석했다. 2번의 출석 불응 후 이뤄진 지난 9일 검찰 조사에서 조사 8시간 만에 조서에 날인도 않고 퇴장한 데 따른 추가 조사다. 사실 이 대표와 민주당, 그리고 그들의 지지자들이 보면 ‘정치 검찰의 강압 수사’일지는 모르나 사실 그렇지 않다. 그들의 주장 자체가 진영 논리에 함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에서 "당당히 임하겠다"던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임에도 조사 일정을 마음대로 정하는 모습에서 '검찰과 사법부를 농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에도 모자람이 없어 보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6년에도 단식을 한 적이 있다.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에 반대하며 했던 단식 농성이었다. 성남시 등 경기도의 부자 지자체로 가는 재정 일부를 가난한 지자체로 돌리는 개편안이 지방자치를 훼손한다며 반대했다. 지금 생각해도 '이기적인 단식'이었다는 평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수원=남용희 기자 |
당시의 단식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뜬금없다’는 혹평은 받지 않았다. 이 대표가 대장동 등 여러 가지 의혹과 연루되면서 받고있는 검찰 조사와 관련, 올들어 이 대표와 이 대표 단식, 그리고 민주당의 발언 및 관련 정치적 행동은 명분을 주고 싶어도 그럴수 없는 대목도 여기에 있다. 살펴보면 먼저 지난 1월10일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조사를 앞두고 민주당은 임시국회를 단독 강행한다. 1월 28일 받은'위례·대장동 특혜의혹' 검찰조사에서 이 대표는 1시간 지각 후 이번에는 묵비권을 행사한다.
앞서 ‘변호사 한 명만 대동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검찰조사를 하루 앞둔 1월 27일 민주당 소속 의원 168명 전원에게 서신을 보낸다. 많은 의원들이 검찰청사까지 동행한다. 2월 10일 '위례·대장동 특혜의혹' 조사에서 이 대표는 늦게 출석해 침묵으로 일관한다. 정말 슬기로운 검찰 조사받기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 덕에 민주당이 '방탄 정당'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쓴지는 시일이 제법 흐른 시점이다.
그러자 이 대표는 6월19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깜짝 선언한다. 이어 8월17일 ‘백현동 의혹’에 출석해 "소환조사 백 번이라도 받겠다" 강조까지 했다. '방탄'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으로 읽힌다. 그러자 검찰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은 8월 30일 " 출석해 ‘대북 송금’조사에 임할 것"을 요청했다. 9월1일 정기국회 개회 이전에 조사를 마치겠다는 취지였다.
이 대표는 정기국회 개회 전날인 8월 31일 돌연 단식에 들어가 ‘대북 송금’ 조사 일정을 놓고 다시 검찰과 줄다리기를 벌인다. 우여곡절 끝에 9월 9일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검찰출석은 했지만 조사받는 것을 중단한 뒤 조서에 날인도 안 하고 돌아간다. 3일 뒤인 9월 12일 오후에 검찰에 출석해 조사는 받았지만 9일 조서에는 끝내 서명을 하지 않는다. 이 대표가 검찰에 피의자로 출석한 것은 여섯 번째. 이 대표는 앞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1회, 위례·대장동 특혜의혹으로 2회, 백현동 특혜의혹으로 1회,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1회 출석해 조사받은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여섯번 째 검찰 소환을 앞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윤석열 정권 야당탄압 중단'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새롬 기자 |
아니나 다를까 이 대표는 소환조사 날짜를 놓고 검찰과 줄다리기를 벌여 '대북송금' 수사도 지연됐다. 하지만 검찰이 조만간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할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주 중 영장 청구가 강행된다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은 추석 전에 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여야는 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오는 21일 열기로 하고, ‘필요한 경우’ 25일에도 본회의를 추가하기로 했다. 18일 본회의 체포동의안 보고, 21일 표결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 대표도 최근 "18일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보고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체포동의안 보고, 25일 본회의 표결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 대표는 단식 14일째인 13일부터 기존 국회 본관 앞 야외 농성 천막에서 당대표실에 옮겨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등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이날 오전부터 이대표를 찾아 건강을 염려하며 단식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또 민주당은 정치적 전례들을 비추어 단식장을 찾지 않은 정부‧여당의 태도를 비판한다. 여권에서도 "김기현 대표가 이 대표를 찾는 것이 도리"라는 목소리가 일부 흘러나온다. 설령 단식 요구 조건이 애매모호하고 드러내지 않은 다른 노림수가 있다손 치더라도 건강은 진심으로 걱정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맞는 말이다. 이 대표 의혹에 대한 검찰조사와 이 대표 단식에 대한 최종 평가는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등 정치권이 이러쿵 저러쿵 할 게재는 아니다. 공정한 사법부와 현명한 국민들이 잘 판단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평가를 행동에 옮길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