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단식 13일째…당 안팎서 건강 염려 목소리 커져
與, '방탄 단식' 비난만…타협 위한 노력 필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길어지면서 건강 악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12일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이 대표.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한 무기한 단식은 12일로 벌써 13일째다. 50대 후반인 이 대표가 국회 본청 앞 단식 농성 천막에서 체력적으로 힘든 듯 자주 눕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갈수록 초췌해지고 있다. 누구든 몸에 필요한 에너지원이 보충되지 않으면 갈수록 기력이 쇠할 수밖에 없다.
단식이 길어지면서 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건강 악화를 염려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의 천막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포함한 민주당 중진 10여 명은 11일 오전 이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이 대표의 열성 지지자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도 단식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멈출 기색이 없다.
이 대표의 단식 선언에 대해 당내에서도 '뜬금없다'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자기를 향한 검찰의 수사로 본인과 당이 위기에 처한 데 대한 방어 차원의 단식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는 보좌 직원들의 말도 들렸다. 국민의힘은 연일 이 대표를 겨냥해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선동에 혈안이라며 명분도, 실익도 없는 '방탄 단식 쇼'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대표의 단식이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피의자로 지난 9일 검찰에 출석한 이 대표가 약 8시간 조사받은 뒤 조서에 서명·날인을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사흘 만에 검찰에 재출석했다. 조사 회피와 9월 체포동의안 표결을 피해 보려는 꼼수라는 여당의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어 보이지 않는다.
이 대표는 당 안팎의 만류에도 단식을 지속하고 있.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방탄 단식'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새롬 기자 |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단식으로 인한 검찰 수사는 전혀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 대표의 단식을 만류할 의사가 없다.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인신공격을 당했다며 농성장에 항의 방문한 태영호 의원을 제외하고 여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에서 이 대표의 단식장을 찾는 이는 없었다.
특히 대통령실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단식을 선언하면서 정부를 향해 ①민생 파괴와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②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천명과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③전면적 국정 쇄신 및 개각 단행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고, 여당은 강경한 태도다.
애초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라는 평가가 많다. 첫 번째 조건은 정부가 민심 악화와 위헌 소지를 우려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고, 두 번째 조건은 정부가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점과 배치된다는 분석이 많다. 세 번째 조건도 윤 대통령이 조만간 소폭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대표의 요구를 수용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계속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이 대표의 출구전략을 두고 '병원행밖에 없다'는 말이 무성하다. 자기 뜻을 관철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 이 대표의 단식은 무모한 승부수일지 모른다. 안타깝게도 이 대표의 단식이 명분을 얻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령 그렇더라도 여당과 이 대표는 건강과 직결된 정치적 대결을 지양해야 한다.
이제 이 대표는 단식을 멈추고 본연의 직무를 수행했으면 한다.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때문에 국민의힘도 타협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가 출구를 모색할 수 있도록 인간적·도덕적인 부분을 두루 살펴봤으면 한다. 당은 달라도 어쨌든 동료면서 '한솥밥 먹는' 사이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