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년, 어떤 성과를 낼 것인가
하루가 멀하다고 당정협의회가 열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자주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반대로 여당이 정부에 끌려다닌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요즘 '당정협의회'가 하루가 멀다하고 열리고 있다. 정부·여당이 자주 만나 정책 논의를 한다는 건 국민에게 좋은 일이다. 소통을 자주 하니 주 69시간제 논란 때와 같은 정책 엇박자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문득 좋기만 한 건가 싶을 때가 있다. 정말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나. 여당의 역할은 정부 정책에 민심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인데 여당이 과연 민심을 제대로 바라보고 전달하고 있나.
그도 그럴 것이 민심에 귀를 기울였다면 "시럽급여"라든가 "윤석열 대통령은 입시 전문가" 등과 같은 말들이 나오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윤 대통령의 수능 발언이나 장관이 직을 걸고 국가사업을 백지화하는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들이 몇 번 반복되니 당정 관계가 정부는 결정하고, 여당은 여론몰이 정도가 아닌가 싶다. 여론몰이도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겠다. 다만, 민심에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여론몰이가 얼마나 소구력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심과 동떨어졌다'는 건 여러 여론조사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양당이 번갈아 가면서 '리스크'를 터뜨리는 데도 서로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당층 비율이 '제3당' 수준으로 늘어나는 건 국민이 여야 모두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의미다. 여야 모두 엄중히 받아들이고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에 주목하는 건 국정 운영에 책임을 진 '집권여당'이기 때문이다. 여당 지지율은 단순히 '여당을 좋아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여당은 물론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따라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이 30% 중반 정도의 지지율을 보이는 건 콘크리트 지지층만 남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야당보다 낫다'는 걸로 안심하거나, '여론조사가 편향됐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여당에 바라는 건 '야당 견제'가 아니다. 좋은 정책을 만들고 이를 통한 '성과'를 기대한다. 야당과는 비교도 안 되게 더 어려운 일이다. 민심을 더 들여다봐야 하고 연구도 많이 해야 한다. 그렇게 내놓은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도 설득해야 한다. 여기엔 야당과의 협상과 절충도 포함된다. 그 모든 골치 아픈 과정을 거쳤을 때 비로소 국민이 기대한 '성과'가 나온다.
지난 25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며 웃는 모습. /남용희 기자 |
물론 여소야대 상황에 여당이 할 수 있는 건 극히 제한적이다. "야당과 잘 협상하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국민은 야당이 아닌 여당에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여기에 "야당이 발목 잡아 못한다"는 여당의 답은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집권 1년이 지났는데도 "지난 정부 때문이다"라는 답은 국민 기대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다.
'지금 여당에 무엇을 기대하냐'는 질문에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 여론을 '괴담 선동'으로만 치부하는 모습에 우려를 불식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야당의 각종 의혹 제기와 공세에 '가짜뉴스'라는 반박만 반복하는 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반응이 아니다.
여당이 민심을 바라보는 것부터 삐걱거리는데 국민에게 성과를 기대해 달라는 건 좀 염치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여당이 야당을 향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지난 정부는 정권교체로 심판받았다", "국민은 윤석열 정부를 선택했다" 등이다. 국민이 선택 할 땐 그저 지난 정부에 대한 분노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는 국정운영 지지율로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0% 중반에 불과하다.
기대를 저버리면 실망이 되고, 실망이 계속되면 분노가 된다. 분노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여당을 향한 무언가가 남아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분노가 계속되다 보면 더 이상 분노도 생기지 않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 그건 좀 심각하다. 어떤 기대도 없고 뭘 하든 상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했다. 고만고만한 지지율과 역대급으로 늘어난 무당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건 분노일까 아니면 무관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