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장관 대신 차관급 대폭 개각한 尹의 속내
입력: 2023.07.04 00:00 / 수정: 2023.07.04 00:00

'정부 국정 기조 이행 등 업무 역량을 평가해 인사에 반영'
이번 개각은 총선 향배 가를 첫 관문..‘새로운 피'로 물갈이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신임 장차관급 인사 14명에 임명장을 수여했다. 취임 후 단행한 첫 개각에서 대통령실 비서관 5명을 부처 차관으로 발령 내고 통일부는 장차관을 모두 바꿨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신임 장차관급 인사 14명에 임명장을 수여했다. 취임 후 단행한 첫 개각에서 대통령실 비서관 5명을 부처 차관으로 발령 내고 통일부는 장차관을 모두 바꿨다./ 대통령실

[더팩트ㅣ김병헌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3일 신임 장차관급 인사 14명에 임명장을 수여했다. 취임 후 단행한 첫 개각에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체화한 대통령실 비서관 5명을 부처 차관으로 발령 내고 통일부는 장차관을 모두 바꿨다.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강화라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대통령실 비서관이 차관으로 발령난 부처는 해양수산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4개 부처다. 이들 부처의 현안은 대부분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직면해 있지만 민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해수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핵폐기물 투척'이라는 야당의 괴담성 주장을 차단하는게 급선무다. 여기서 밀리면 한일 관계와 수산업에 직격탄이 된다. 과기정통부는 대통령 공약인 우주항공청 설립에 속도를 내야 한다.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가 해체하려고 했던 4대강 보 활용도를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보는 시각에 따라 장단점이 공존한다는게 관련학계의 지적이지만 활용에 따라 용수 공급과 홍수 조절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국토부는 1·2차관이 모두 물갈이가 됐다. 전세사기와 건설노조의 폭력적 행태를 근절해야하는 지상과제를 안고 있다. . 통일부는 한미동맹 강화를 토대로 자유와 인권에 기반한 대북 정책으로 환골탈태 해야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과 교류·협력이라는 기존 틀에 얽매여 대북 억지라는 국가안보 전략을 앞장서서 추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신임 차관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신임 차관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신임 장차관급 인사들에게 "우리 정부는 반(反)카르텔 정부"라며 "헌법 정신을 무너뜨리는 이권 카르텔과 싸워달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공무원과 산하단체 직원들에 대한 인사 평가도 강조했다. 현 정부 국정 기조 이행 등 업무 역량을 평가해 인사에 적극 반영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통상 차관급 인사는 국무총리가 임명장을 수여한다. 윤 대통령이 직접 임명장을 준 대목도 공직사회 쇄신에 나서달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여 동안 국정 운영에 있어 민주당이 다양한 형태의 발목잡기로 흠집을 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내년 총선에서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노리는 민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총선 결과는 ‘정권교체 완성’을 이루느냐, 아니면 민주당이 지금 국회 우위를 지켜 ‘절반의 정권교체’를 이어 가느냐로 갈릴 수밖에 없다.

이후 3년 국정의 운명도 이에 맞춰 결정될 것이다. 하반기 민심에 이 모든 것이 달렸다고 볼 때 이번 장차관 인사는 총선 향배를 가를 첫 관문이다. 그런측면에서 윤 대통령은 이번 인사에서 차관 교체 카드에 방점을 가져간 이유도 보다 명백해진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장관은 국회에서 민주당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검증 논란이 증폭되면서 국정 전반에 주름이 갈 가능성을 가급적 차단하겠다는 뜻을 엿볼수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지명자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에 도착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임영무 기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 지명자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에 도착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임영무 기자

바른길이라고 보기는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지만 차관급 인사는 실무총책임자로서 대통령의 의지와 신념을 고스란히 국정에 반영시키기에 가성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국회청문회를 안해도 되고 부처 및 공공기관에 대통령의 국정철학 전파 및 침투등의 효과는 좋다는게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다. 집권 2년 차에 부처 및 공공기관등의 장악력을 높이고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도 확인된다. 특히 차관들에게 윤 대통령이 "산하단체와 공직자들의 업무능력 평가를 늘 정확히 해 달라"고 한 당부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집권 1여년을 보내면서 나타난 윤석열 정부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각 부처와 기관이 다소간 편차는 있으나 저마다 ‘한 지붕 두 가족’ 양태를 보였다는 점이다.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인사가 수장으로 버티고 있는 기관은 말할 나위도 없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도 구성원들이 전 정부 사람, 현 정부 사람으로 나뉜 양태가 곳곳에서 노정됐다. 1차관이 교체된 산업통상자원부만 해도 여전히 내부 알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최근의 국정원 1급 간부 인사 번복 파동도 다르지 않다. 다른 부처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런 것들이 윤석열 정부 국정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되어왔다는 사실은 국민들도 익히 알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은근히 바라고 있었고 조장했다는 일각의 주장도 일부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윤정부의 입장에서 당장 필요한 조치는 무엇이겠는가? 지금 상황으로는 대규모 차관 인사를 통해 인적쇄신및 정책쇄신과 내부기강을 바로잡으려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본다. 집권 2년차의 핵심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피’로 물갈이해 공직사회 전체가 일신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장차관급 인사 발표 이후 환경부 등 일부 부처에서 1급 공무원들에 대한 일괄 사표를 받은 것도 인사 쇄신 차원었다는 설명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인사에 대해 "대통령 직할 체제 구축"이라는 비판한다. 맞지 않다고 본다. 삼권분립에 따라 행정부는 원래 대통령 직할체제다. 대통령이 장관 중심으로 인사를 단행하지 못한 점은 오히려 아쉽다. 이번 인사가 만사(萬事)가 되길 기원한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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