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이재명 '불체포 특권 포기', 진의를 보여라
입력: 2023.06.21 00:00 / 수정: 2023.06.21 00:00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완전한 포기 위해선 '개헌' 필요
李 '불체포 특권' 포기 행동 없을 경우 공수표 남발 비판 직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제407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애초 원고에 없던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연설 중 물을 마시는 이 대표.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제407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애초 원고에 없던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연설 중 물을 마시는 이 대표. /뉴시스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저를 향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 (중략)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한다면 10번이 아니라 100번이라도 응하겠다.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만 일삼는 무도한 '압구정' 정권의 그 실상을 국민들께 드러내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다. 이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은 애초 대표연설 원고에 없던 내용이다. 그의 불체포 특권 포기 발언에 여야 정치권이 술렁인다.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왜 원고에도 없던 불체포 특권 포기를 돌연 선언했을까. 정치권의 중론은 최근 민주당 내에서 불거진 이 대표 퇴진론을 일축하고,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수단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 데는 그간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을 누려왔다고 보는 시각에서 비롯한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포기는 가능할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이다. 정확히 말하면 불체포 특권 포기는 개헌해야 가능하다. 국회의원 '불체포'는 우리 헌법 제44조에 '①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②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명시돼 있다.

개헌 문제는 쉽지 않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정을 보면 이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포기는 개헌이라는 걸림돌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신상 발언 중인 이 대표. /이새롬 기자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신상 발언 중인 이 대표. /이새롬 기자

또, 개헌을 위해서는 헌법 제128조 '헌법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29조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후에는 제130조 '①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②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③헌법개정안이 제2항의 찬성을 얻은 때에는 헌법개정은 확정되며, 대통령은 즉시 이를 공포하여야 한다.'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 포기를 위해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그가 말한 것처럼 스스로 포기 선언을 했으니, 개헌이 아닌 자발적 포기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대표의 선언대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할 수 있을까. 그마저도 국회법에 따라 가능하지 않다.

현행 국회법은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서 보고하고, 본회의 보고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한다'고 돼 있다. 즉, 회기 중이라면 해당 의원이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겠다고 해도 반드시 표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법 개정안도 다수 발의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원 본인이 체포동의안을 수용하거나 일정 기간 국회가 열리지 않도록 요청하는 의사를 의장에게 서면으로 제출하면 의장은 이를 각 의원에게 즉시 배부하고 공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개헌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 제도적 절차를 만들 수 있다.

지난 2월 2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 발언을 듣는 모습. /이새롬 기자
지난 2월 2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 발언을 듣는 모습. /이새롬 기자

그런데 정치권과 많은 국민은 이 대표의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불체포 특권 포기를 그동안 수차례 언급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던 이유 때문으로 이해된다.

이 대표는 2020년 9월 SNS에 정정순 전 의원에게 당 지도부가 검찰 출석을 요구한 것에 대해 "불체포 특권은 공익을 위한 것입니다. 법 앞에 평등한 나라에선 부당한 것이 아니라면 수사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김태년 원내대표의 원칙적 판단과 결단을 응원합니다"고 적었다.

2022년 5월엔 "불체포 특권을 제한해야 한다. 불체포 특권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지난 대선 후보 당시 '중대 범죄에 대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2월 27일 정작 본인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는 신상 발언을 통해 "권력자가 국가 위기와 국민 고통을 외면한 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은 주권자에 대한 배반이자 민주공화정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고, 표결 끝에 부결됐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이 대표는 불체포 특권 폐지론자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대표의 실천이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개헌이라는 복잡한 절차도 필요치 않다.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서 작성과 함께 국회로 체포동의안이 보고될 경우 스스로 '가결'을 의원들에게 요청하면 된다. 국민 앞에 다시 한번 약속한 이 대표의 실천을 기대해 본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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