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이정선 교육감 공소시효 놓친 ‘넋 나간’ 광주 경찰
입력: 2023.06.14 00:00 / 수정: 2023.06.14 00:00

수사 과정도 탐탁찮아…경찰청 자체 감찰로 해당 수사관 ‘솜방망이’ 처벌 논란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의 사전선거운동 혐의 수사가 경찰의 실수로 공소시효를 넘긴 사실이 알려지며 시민들은 이 교육감의 관운이 하늘을 찔렀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시 교육청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의 사전선거운동 혐의 수사가 경찰의 실수로 공소시효를 넘긴 사실이 알려지며 시민들은 "이 교육감의 관운이 하늘을 찔렀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시 교육청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선거법 위반 수사는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하게 하는 끔찍한 스트레스다. 당선 무효에 해당되는 결과가 나오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지옥문 앞에까지 갔다 기사회생했다. 혐의를 벗어서가 아니다. 수사를 하던 경찰이 공소시효를 놓쳤기 때문이다. 하늘이 돕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이 교육감의 관운(官運)이 하늘을 찔렀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뒤끝은 씁쓸하다. 도저히 일어나서도 안 되고, 일어나기도 쉽지 않은 상식 밖의 사태이기 때문이다. 기소도 되지 않고 올가미를 홀가분하게 벗어난 이 교육감이야 자다가도 일어나 웃을 일이지만, 경쟁상대가 있었던 선거법 위반 혐의라는 사안의 성격을 두고 볼 때 운세 타령으로 끝날 일은 결코 아니다.

그동안 수사 과정 또한 탐탁치가 않아 보였다. 지난해 거제도에 사는 한 시민이 이정선 광주시 교육감 측으로부터 선거 관련 문자를 받았다며 국민신문고에 진정을 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진정을 접수한 경찰은 이 교육감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사전 선거운동’ 등 두 가지 혐의를 두고 수사를 해왔다. 이상한 대목은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은 사전 선거운동은 뒤로 미뤄놓고 개인정보위반 혐의만 조사하다 공소시효를 놓친 것이다. 공소시효 소멸 사실 또한 경찰 자체 발견이 아닌, 검찰이 통보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육감은 수사 과정 중에 한차례 소환됐지만 사전 선거운동에 대한 조사는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경찰관이 발등의 불은 놔두고 먼 불부터 끈 격이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시민사회는 ‘짜고 치지 않았느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시민사회에 논란이 일고 사태가 확산되자 경찰도 해당 경찰관을 상대로 특별감찰에 나섰다. 사안이 중대했던 터라 감찰기간도 한 달 여가 소요됐다. 그러나 결과는 허허롭다. 해당 경찰관은 지난 1일 일반인들에게는 그 용어가 낯선 ‘불문 경고’ 처분을 받았다.

불문경고는 징계위원회가 징계의결이 요구된 사람의 비위가 성실하고 능동적인 업무처리 과정에서 과실로 생긴 것으로 인정하거나, 직무와 관련이 없는 사고로 인한 비위로 인정될 때 정상을 참작해 내리는 처분이다.

또한 승진이나 승급에는 제한을 받지 않으며 견책보다 낮은 수위로 징계라고도 보기 어려운 가벼운 처분이다. 시 교육감이 당선무효에도 이를 수 있는 혐의의 위중함을 두고 볼 때 한마디로 ‘솜 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비켜갈 수 없는 결과다.

사태의 발원지인 광주 경찰청의 셀프 감사에 맡겨둘 일은 아니었다는 때늦은 지적이 시민사회로부터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 교육감의 도덕 불감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교육감이 공소시효 소멸이라는 사건의 종결소식을 들은 것은 올 1월로 추측된다. 그 직후 2월 광주시 교육청은 법망을 벗어난 이 교육감의 해외 출장 계획을 짰다. 이후 지난 4월 10일 이 교육감은 독일과 체코를 다녀오는 6박 8일 해외출장길에 올랐다.

이런 과정들을 돌이켜볼 때 떳떳하게 혐의를 벗어나지 못한 이 교육감은 그 경과들을 밝히고 시민들에게 사과를 했어야 옳다. 경찰이 공소시효를 놓쳤다는 검찰 발 정보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았다면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넘기려했다는 꼼수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혐의는 이제 ‘공소시효 소멸’이라는 제도의 무덤에 묻혔지만, 그 막중한 수사 책임을 실수로 놓쳤다는 경찰의 석연찮은 행태는 공수처나 검찰이 분명히 되짚어 볼 사안이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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