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이재명의 민주당, '남국의 바다' 건널까?
입력: 2023.05.24 20:17 / 수정: 2023.05.25 08:27

김 의원 '코인 투기' 의혹...강성 지지층 비호 vs 국민들 분노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 어정쩡한 스탠스로 의혹 증폭 가중


2021년 7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왼쪽)가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첫 합동 토론회에 김남국 의원의 수행을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더팩트 DB
2021년 7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왼쪽)가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첫 합동 토론회에 김남국 의원의 수행을 받으며 들어서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중국 역사상 최고의 위선자이자 위장 전문가라면 왕망(王莽)을 꼽는다. 왕망은 신(新)왕조(8~24년)를 세우기 전 철저하게 자신의 본색을 감춘다. 정체를 드러내기까지 수십년 동안 당대 최고의 군자로 칭송받았다. 겉으로는 근검절약하고 청렴하게 사는 척 했고 재산을 털어 가난한 서생들을 돕는 등 선행 코스프레도 마지않았다.

지금은 무소속이 된 국회의원 김남국은 대학 동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면서 승승장구했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 중 측근이라는 7인회 회원으로 지난 대선 당시에는 수행실장과 선대위 온라인 소통단장이라는 중책을 맡기도 한다. 이런 김 의원이 두 얼굴을 가진 왕망을 뺨 칠 정도의 사람임이 세상에 드러난 건 극히 최근의 일이다.

가난한 줄 알았는데 수십억 원 자산가였고, 청렴한 줄 알았는데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사람이었다. 청년들의 대변자인양 했지만 오히려 청년들을 기만하고 박탈감까지 안겨줬다. 그동안 의정 활동에 충실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도중에 수시로 코인 거래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의정활동 과정에서도 이해충돌 가능성이 없지 않은 ‘가상화폐 과세유예 법안’을 직접 발의했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을 뭘로 알고 있었는지 궁금해질 따름이다. 개인의 이익을 위한 사적 도구로 전락시킨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정말 본업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국회의원 겸직금지 조항을 휴지로 만들어 버린 듯하다. 여기에 겉으로는 구멍난 운동화, 가방 수선 등... 청렴 가난 코스프레 등...김남국발 ‘악어의 눈물’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 의원은 자숙이나 겸손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죄스런 맘으로 눈물을 흘리거나 안쓰러운 표정조차 짓지 않았다. 탈당을 하면서 곧 개선장군이 되어 돌아올 것처럼 당당했다. 공인으로서 도덕적으로나 책임감의 함량에 대해 정말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느낄 정도다. 정작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 되고 국회 윤리위 제소의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연락조차 닿지 않는다.

33김남국 의원은 코인 투자 논란에 지난 14일 결국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더팩트DB
김남국 의원은 코인 투자 논란에 지난 14일 결국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더팩트DB

고대 이집트 나일 강 근처에 살던 한 여인과 악어의 얘기로 전해지는 우화다. 여인이 악어에게 아이를 빼앗긴다. 여인은 악어에게 아이를 돌려달라고 애원한다. 악어는 "내가 아이를 돌려줄 것인지 아닌지 알아맞히면 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여기서 악어의 속셈은 애초 아이를 돌려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의도를 알 수 있다. 여인이 "아이를 돌려줄 것"이라고 답하면 "틀렸다" 고 하고, "돌려주지 않을 것" 이라고 하면 "돌려줄 생각이었는데 맞추지 못했으니 돌려주지 않겠다"고 거절할 심사였던 것이다. ‘악어의 논법’은 ‘자기 멋대로 하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기중심 궤변(詭辯)의 종결판이다.

한 인간의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은 질투, 욕심, 이기심, 내로남불 등 본인의 죄성 가득한 심보에서 비롯된다. 이게 습관이 되거나 관성까지 붙어 또 다른 잘못까지 한다면 죄의식 없이 교활한 궤변만 늘어 놓고 자기합리화만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합리적 판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김 의원의 '코인 의혹'이 세간에 '남국의 바다'로 불리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은 탈당 직후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해 자신의 탈당을 놓고 "법적 책임과 정치, 도의적 책임은 별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당에 누를 끼치고 여러 피해를 보는 것을 계속 지켜보는 게 너무나 힘들었고, 탈당해 모든 의혹을 홀로 광야에서 다 해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또 "지난해부터 수사해 영장이 2차례 기각됐는데 갑자기 5월을 앞두고 터져나왔다"며 "지금 이 시기에 터뜨린 이유를 보면 윤석열 정부가 하는 실정을 이 이슈로 덮으려고 의도적으로 수사기관 혹은 국가기관에서 흘린 것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학습효과 때문인지는 몰라도 민주당의 '기승전 검찰탄압'의 논리를 여기에도 갖다 붙인다. 어이가 없다.

'개딸' 등 민주당 강성 지지층과 초선 강성모임 '처럼회'등도 김 의원을 적극 거든다. 민주당 국민 응답센터에 ‘저희 민주당 당원은 김남국 의원의 출당을 원하지 않습니다’라는 청원을 올렸고 강성 지지자 수만 명의 동의도 받았다. 청원 글 게시자는 "김 의원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투자에 따른 수익을 얻었을 뿐"이라면 "청년들이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을 이유로 출당하라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말한다. 여기에 김 의원의 코인 투자가 청년층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고 비판한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에 대해 직위해제 시킬 것을 요구하며 올라온 청원도 도긴개긴이다. 역시 수만 명이 동의한다.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도 마찬가지. 옹호와 지지의 이유가 이 대표의 최측근이기 때문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쇄신 의원총회에서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쇄신 의원총회에서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이재명 대표는 개인적 정리 때문에 먼저 읍참마속(泣斬馬謖)에 나서지는 않아도 최소한 국민의 눈높이에서 김의원을 처리했어야 한다. 민주당이 진상 규명도, 징계도 못 한 채 내분에 여론의 비판을 온몸으로 떠안게 된 상황을 맞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윤리위 뒷북 제소 때처럼 엉거주춤한 스탠스를 계속 유지해 가는 것 같다.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본회의만 남겨두고 있으니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대응이라면 정말 큰 코 다친다.

'남국의 바다'는 '조국의 강'을 넘어선다고 본다. 당연히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니다. 민주당 일각에서 김 의원의 제명 이야기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사건도 검찰이 24일 윤석관·이성만 의원에 대해 영장청구를 했다. 적지않은 국민들이 '돈봉투' 송영길 전대표와 이 대표 간의 커넥션 여부에도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김 의원 징계 조처 움직임에 민주당 지도부가 마지 못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국민 여론 눈치만 보며 김의원에 대한 징계조처를 하는 척 시늉만 하는 모양새다. 여당인 국민의힘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그럴 가능성에 힘을 실으며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행여 그런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면 그 결과는 민주당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재명-김남국 커넥션 의혹에 대한 확대 재생산으로 이어질 것 이라는 게 정치권 일각의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김남국 리스크'는 단순한 '리더십 리스크'에 머물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예단할 순 없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은 현재 엄존하는 '사법 리스크'에 '돈봉투 리스크' '김남국 리스크'까지 혼재되면서 '의혹'이 '의혹'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공당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 대표나 지도부, 강성지지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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