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국민의힘 '서진정책', 용도폐기 됐나?
입력: 2023.04.11 00:00 / 수정: 2023.04.11 00:00

윤 대통령 특정 지지세력 ‘올인’ 행보
김종인·이준석 체제 약진 ‘호남 끌어안기’ 성과 무너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윤대통령의 특정 지지세력 올인행보가 당이 오래도록 공을 들인 서진정책의 성과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더팩트 DB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윤대통령의 특정 지지세력 '올인'행보가 당이 오래도록 공을 들인 '서진정책'의 성과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더팩트 DB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마음이 힘들 때 자주 가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교회나 절을 찾는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수의 사람들이 종교를 심리적 의지처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정치의 영역에서도 이런 현상들이 존재하는 듯싶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정치적 난제에 휩싸일 때마다 TK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대구의 서문시장을 찾는다. 대선 유세기간 동안 대구만 4차례 방문했으며, 대선 하루 전날에도 대구에서 마지막 집중유세를 했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좀 달라지리라 여겼지만, 윤 대통령과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대구 사랑은 이어지고 있다. 누가 봐도 편파적이라 느낄 만큼 벌써 여러 차례 서문시장을 찾았다. 또한 그때마다 정권을 향한 여론의 악화가 주요 동기일 때가 많았다. 이 정도면 대구 서문시장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성지와 같은 곳이 됐다.

왜일까?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편중을 개의치 않는 윤 대통령의 상식 밖 행보를 보건데, 이는 통치전략 차원이기보다는 윤 대통령 개인의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오히려 쉽게 가슴에 와 닿는다.

취임 이후 조각과 조직운영 방식을 보면 윤 대통령은 ‘잘한다’는 얘기를 들어야 고무되고 ‘싫은 소리’를 귀에 담지 않는 스타일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 광주 출신의 원로 정치인으로 대선 당시 윤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한 분이 사석에서 했던 말이 새삼 떠오른다. 대선 승리 후 정부 고위직을 제안 받았지만 선거 기간 동안 윤 대통령의 그런 성향을 일찌감치 발견했기에 자리를 고사했다는 것이다. 그분은 그 후 정부 요직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비교적 편해 보이는 자리 한 곳을 차지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윤 대통령의 잦은 대구 방문은 ‘박수쳐주는 곳’을 찾아 정치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한 행보일 가능성이 짙다. 그러나 문제는 타 지역의 시각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지난 2020년 8월 광주 국립5·18 민주묘역을 참배하며 무릎을 꿇은 뜻밖의 장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사건은 국민의힘의 ‘광주 끌어안기’, 이른바 ‘서진정책’의 본격화를 알렸다. 김 전 위원장은 이후에도 세 차례 더 광주를 방문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이에 힘을 실었다. 이 전 대표는 2022년 새해 첫날 광주 무등산에 올라 대선에서 호남 득표율 2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날 산 정상에서 '호남의 힘으로 정권교체'라는 글귀가 적힌 작은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

김종인·이준석 체제에서 본격화된 국민의힘 서진정책은 2년 후 큰 성과를 이뤄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윤대통령 대선 후보 당시 호남 지지율은 25%~29%대까지 치솟으며 역대 우파 후보들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도 27년 만에 국민의힘 후보가 정당투표 14.1%로 광주 광역시의회 비례대표 의원에 당선됐다. 호남 제2당이라는 힘겨운 고지를 탈환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서진정책은 그곳에서 발길을 멈췄다. 아니 오히려 퇴행을 시작했다. 5·18기념식에서 유족들의 손을 잡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던 윤 대통령 행보와도 배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헌법전문 불허 언급 등 실언이 이어지며 서진정책은 용도폐기가 됐다싶을 정도로 망가졌다.

지금 상황에서 국민의힘 서진정책은 전남 순천에 머물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의 언급을 통해 간헐적으로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자신이 당에서 배척을 당하고 있는 처지이기에 그 메아리는 공허하다.

정권 재창출을 기대하는 한 국민의힘은 서진정책을 팽개칠 수는 없다. 유한한 임기의 윤 대통령은 또 몰라도 당의 입장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서진정책 되살리기는 무너진 집을 다시 세우는 난공불락의 과제가 됐다. 조변석개함으로써, 신뢰라는 토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당 수뇌부의 서진정책 망가뜨리기로 당의 소중한 희토류 같은 호남의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다시 절망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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