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정치탄압 프레임'이면 다 해결?...민주당의 '딜레마'
입력: 2023.03.24 00:00 / 수정: 2023.03.24 00:00

민주당 '불체포 특권' 딜레마....하 의원 처리 ‘내로남불’?
이 대표 기소는 80조 예외..."부당한 정치탄압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 4대 폭탄 대응단 출범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이새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 4대 폭탄 대응단 출범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대한민국 헌법 제44조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과 헌법 제45조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의원 신체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국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국회의원의 대의활동(代議活動)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다수의 국회의원이 동의할 경우,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원은 국회가 열려 있는 동안에는 언제든지 국회에 나와 무슨 말이든 소신껏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국회의원이 헌법의 취지와 달리 불체포특권을 개인비리 방탄용으로 쓰는 경우가 있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최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놓고 보면 그 개연성에 대한 생각이 더욱 복잡해진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의당의 생각은 물론이고 거대야당인 민주당의 생각도 각자 다르다.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정도의 혐의와 긴급성이 있다면 특권에 앞서 당연히 따라야 하는 게 순리라는 이른바 특권 포기 원칙이 아닌 상황논리의 판단에 치우친 인상이다. 반면 체포동의안에 대한 입장이 찬성이라 해도 정의당은 상황 논리보다는 특권 포기에 좀 더 방점을 둔 듯한 느낌이다.

그러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체포 동의안 부결을 고수한 배경을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공약으로 내세우기까지 했는데 이후 별 다른 설명도 없다. 대통령이 되지못했다고 그러는 걸까.? 현재로서는 국민의힘처럼 상황논리에 천착하는 모습이다. 일단 '검찰의 정치탄압'이 불체포특권 고수 논리의 핵심이다. 민주당이 보기에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수사가 정당하지 못하다에다 무리한 표적 수사라는 시각까지 얹어 체포동의안 부결의 명분을 찾는다. 민주당의 이같은 논리를 과반 이상의 국민들이 동의한다면 설득력과 명분을 제대로 깆출수 있지만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관련 여론조사 결과들은 그렇지 못했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의 자리가 비어 있다./남용희 기자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의 자리가 비어 있다./남용희 기자

그렇다고 해서 불체포특권이 존재 가치가 없을 만큼 불합리하고 부당한 특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17세기 초 영국 의회가 처음 만들었다. 엘리자베스 1세의 왕위를 물려받은 제임스 1세가 왕권신수설을 내세우며 왕권 강화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마구잡이 잡아 가두었을 때 의회가 왕의 사법권 남용을 막으려고 정부가 마음대로 의원을 체포할 수 없게 하는 법을 제정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미합중국 헌법을 거쳐 민주주의 국가에 널리 받아들여졌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자들도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반민주적 헌법 개정을 여러차례 했지만 제헌헌법에서 규정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조항은 손을 대지 않았던 부분도 곱 씹어 볼 필요는 있다.

불체포특권은 집행권을 가진 행정부의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대의기관인 입법부를 보호하려고 만든 제도지만 지금은 뒤집어 생각해 볼 여지도 있다.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한 지금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입법부가 남용한다면? 불체포 특권이 제정된 시절과는 상전벽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치 상황만 봐도 그렇다. 물론 대통령과 행정부가 합법적이나 비논리적인 강제력을 행사한다면 이런 제도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야권 일각에서 지금 그렇다는 주장을 하지만 무소불위의 거대 야당이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소가 웃을 일이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로 논란의 중심에 선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 이번에는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때문에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의 운명이 민주당에 달리면서 더욱 그렇다. 가결 여부가 다수당인 민주당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앞서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부결 전례로 딜레마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육참골단의 각오로 '불체포 특권 포기'를 밀어붙힐 계획이다. ‘하영제 가결’을 계기로 '이재명 방탄'을 더욱 압박하려는 심사다. 의원 개개인 판단에 맡기겠지만, 사실상 '당론'으로 정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태규, 조경태, 유의동, 하태경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대국민 서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태규, 조경태, 유의동, 하태경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대국민 서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낮 51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본인의 범죄혐의로 인해 회기 중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 헌법 제44조에 규정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본회의 신상 발언을 통해 체포동의안 통과를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요청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공개하며 민주당을 더욱 압박한다. 김형동·박정하·유의동·이태규·최형두 의원이 지난 17일 자당 소속 의원실에 서약서를 배포하고 동의 서명을 받아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무관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115명의 소속 의원중 거의 모두가 참여 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제 민주당의 '불체포 특권'은 딜레마에 빠졌다. 하 의원 처리는 자칫 ‘내로남불’을 넘어 이 대표의 ‘방탄’여론을 다시 환기시키고 일깨우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하 의원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면 ‘내로남불’ 이요, 부결되면 ‘이재명 방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날 한술 더 떴다. 아침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이 대표의 기소가 ‘부당한 정치탄압’이라는 최고위원회의 유권 해석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짜고치는 고스톱 같다. 단일대오도 뇌리를 스친다. 대표직을 유지한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그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한 규정을 이 대표의 대표직 유지를 위해 무력화 한 것이다. 민주당 대표 '방탄’의 끝이 어딘지 궁금해진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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