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국민의 나라'가 아닌 ‘자신들의 나라’인가
입력: 2023.02.28 00:00 / 수정: 2023.02.28 00:00

‘내 자식, 남의 자식’ 가르는 가족 이기주의가 '학폭 원흉',
‘제 식구, 딴 식구’ 나누는 마피아적 사고로 악의 몸집 키워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자가 아들의 학폭 관련 불미스런 행적이 드러나며 하루 만에 임명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더팩트 DB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자가 아들의 학폭 관련 불미스런 행적이 드러나며 하루 만에 임명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더팩트 DB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학교폭력이 잘 근절되지 않는 기저에는 크게 세 가지의 이유가 있다. 학폭 사건 관련 취재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꼈던 점이다.

첫 번째는 가해 학생 학부모의 가족 이기주의다. 피해 학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편협한 방향으로 오작동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교육당국의 무책임한 태도이다. 사건의 무마와 봉합을 최상의 결론으로 여기는 관료주의적 접근방식이 근원적인 해결책을 방해한다.

세 번째는 피해 학생과 그 학생 학부모 간의 소통 단절이다. 피해 학생은 심각한 고통을 견디고 있음에도 부모들이 자녀를 온몸으로 껴안지 않았을 때, 아무도 자신의 편이 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종종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원인들 중에서 가장 심각한 한 가지 문제를 고른다면 첫 번째인 가해 학생 학부모들의 가족 이기주의다. 사태의 본질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기보다는, ‘내 자식’과 ‘남의 자식’으로 편가르는 가족 중심 철저한 이기주의가 피해 학생을 더욱 절망의 나락에 빠트린다. 더구나 가해 학생 학부모들이 평범한 사람들이 상대하기 버거운 큰 힘을 가진 사람이면 피해자의 고통은 더욱 극대화된다.

이것이 바로 학교폭력이 쉽게 단절되지 않는 저변에 깔린 적나라한 모습이다. 이 왜곡된 현실을 그저 하나의 현상으로만 지나칠 수 없는 것은, 폭력적인 공동체의 정형화된 양상으로 진화하고 고착된다는 심각성 때문이다.

‘가족 이기주의’는 권력을 공점하고 이해를 함께하는 ‘집단 이기주의’로 형체를 바꾸고,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의 편가름은 ‘우리 편 사람’과 ‘남의 편 사람’이라는 마피아적 사고방식으로 악의 몸집을 전 키워간다.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자가 아들 학폭 사건 처리 과정의 불미스런 행적이 불거져 하루 만에 낙마했다. 폭력의 내용도 아이들 사이의 갈등이라 보기에는, 지나치게 천박하고 잔학하다. 낙마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결론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임명 취소 결정에 그저 우리는 만족하고 지나쳐가야 하는 것일까? 기자는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병폐의 본질은 낙마라는 결론이 아닌, 사태의 진전 과정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순신의 아들 학폭 문제는 인사 검증 절차라 부를 무게에도 못 미치는 명백한 사건기록으로 남아있는 진실이다. 언론에 보도가 되기도 했다. 포털만 검색해도 드러날 일이었고, 더구나 사건기록을 자료로 보관하고 있는 검‧경 관련 인사에서 이를 몰랐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한마디로 알면서도 밀어붙인 것이다. 그 이유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우리 편 사람’이라는 마피아적 사고가 공정과 상식의 눈을 가렸다는 의혹을 품을 수밖에 없다.

정순신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때 인권 보호관으로 함께 근무했다. 또한 사법연수원 27기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동기다. 만일 낙마사태가 없었다면 세 명의 연수원 동기생이 국가 수사권력을 완전히 독점하는 국면이 펼쳐졌을 것이다.

국민들이 이번 사태를 고약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나라가 너희들 것이냐’는 반감이 고개를 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검찰 독재정권이라는 말이 저잣거리에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정국이다.

우리는 한국의 현대사에서 끼리끼리 뭉친 소수의 사람들이 국가권력을 독점하고 자행한 숱한 탐욕과 야만적 행태들을 목격해 왔다. 또한 그런 폐단으로 국민의 눈 밖에 난 공화국들이 한결같이 말로가 좋지 않았다는 점도.

‘국민의 나라’가 아닌, ‘자신들의 나라’로 만들려 했던 권력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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