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민주당의 '장외투쟁', '조국 사태' 혼란을 잊었나
입력: 2023.02.02 00:00 / 수정: 2023.02.02 00:00

 재·보궐선거,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도 '조국 사태'가 악영향
민주당 장외투쟁 대부분 성과 없어...막연한 기대와 환상 금물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1일 난방비 폭탄, 물가 상승과 관련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남윤호 기자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1일 '난방비 폭탄, 물가 상승'과 관련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4일 예정된 장외집회는 3년 전 ‘조국 사태’라는 좋지않은 기억을 연상시킨다.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각각 ‘조국 사수’와 ‘조국 수사’를 외치며 양 진영으로 갈라져 서로를 비난했던 일은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과 무관했다. 소모적인 진영 싸움일 뿐이었다. 단지 ‘조국 일가 의혹’을 개인적 차원을 넘어 한국 사회를 뒤흔든 ‘조국 사태’로 격상시키는 오류만 범한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작품(?)이다.

민주당은 당시 상류층 탈법적 교육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마치 진보적 가치를 위해 싸워야 할 일처럼 둔갑시키는 우를 범한다. 물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수사가 다소 과했다는 진보 측의 지적을 일부 감내하더라도 민주당의 대응은 납득하기 힘든 측면이 강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마치 모든 부모가 (조국같이) 다 그런다는 식으로 상류층의 탈법적 입시비리를 두둔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여기에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로 상징되는 ‘팬덤정치’는 민주당의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자초하는 계기가 된다. 일반시민들은 "조국 사태에 대해서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가, ‘내 자식이나 내 옆집 사람도 자식 대학 보낼 때 다 그랬다"고 말하는 조국 지지자들을 보면서 놀랐다고 한다. 정치에 무감각해도 자녀들의 교육에는 예민한 대한민국의 상당수 학부모들의 반응이 ‘이런 게 민주당의 상식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민심 괴리가 아니라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았다. 민주당은 아니라고 부인할지 모르나 2021년 재·보궐선거,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의 잇단 패배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박범계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장(왼쪽)과 조정식 사무총장이 지난해 9월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추석민심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더팩트DB
박범계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장(왼쪽)과 조정식 사무총장이 지난해 9월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추석민심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더팩트DB

만약 이런 진흙탕이 또 재연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암울한 분열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더 이상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견디지 못해 거리로 나서려 한다"며 이른바 ‘장외집회’를 선언한다. 민주당은 이번 주말인 4일 윤석열 정부 규탄 장외집회를 앞두고 17개 시·도당에 총동원령을 내린다. 조정식 사무총장 명의로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서울 숭례문광장에서 여는 행사명은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로 명명하고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의 정치탄압과 민생파탄, 무능·무책임·무방비 국정운영을 국민에게 보고하는 대회’라고 규정했다. 이보다는 최근 압박수위가 더욱 높아가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검찰수사에 대한 강경 대응의 일환이라는 색채가 강하다.

장외투쟁은 통상 야당이 정부·여당에 자신들의 뜻을 관철할 수 없을 때 선택하는 최후의 카드다. 시기의 상황판단 실책 가능성과 불확실성이 관건이다. 민주당은 2008년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7차례 장외투쟁에 나선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08년 6월 광우병 파동 때의 장외투쟁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송구하다’는 대국민 담화를 끌어내 일부 성과를 거둔다. 문제는 이후 해마다 이어진 장외투쟁에서 대부분 성과가 없었다는 대목이다. 투쟁기간이 길게 이어진데 따른 피로감과 여론 악화로 그리 재미를 보지 못했고 강경 대응에 따른 중도층 표심이 이탈하는 경우도 잦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명분도 그럴싸하지 않다. 방탄국회에 이은 방탄집회에다 거대야당의 사상초유 장외투쟁이다.

장외 투쟁의 동력은 막연한 기대와 환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공감과 지지에서 비롯된다. ‘처음에는 낮은 수준의 장외투쟁’으로 시작한다고 말하자만 거대 야당으로서의 상식에 맞지 않는 초강경 모드의 배경은 뭘까. 정치권 일각에서 이재명 대표의 ‘자신감’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는 한다. 이 대표가 2번의 검찰 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검찰에 대한 ‘전력 분석’을 끝내고 본격적인 공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희망사항 같아 보인다.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등의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등의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이보다는 "궁지에 몰린 이 대표가 취할 수 있는 것이 장외 투쟁을 통한 정치적 저항밖에 없기 때문에 강경 모드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보다 우세하다. 여기에 강경모드의 전술 변화는 이판사판이 빚은 자승자박(自繩自縛)의 ‘패착’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차악의 '사법리스크'를 최악의 ‘제2의 조국 사태’로 만드는 자멸 시나리오를 쓸지모른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실제로 이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사건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됐을 때 '개딸'등 지지자들이 수원지검 성남지청 주변에서 보여준 물리적 세과시에서 국민들은 이미 '제2 조국사태’의 전조를 봤는지도 모른다. 결백을 소명하는 일과 전혀 무관한 물리적 세과시는 무망하다는 사실은 3년 전 서초동에서 확인됐다.

일부 언론이 1일 "쌍방울 대북송금 시점에 이 대표가 북에 초청 요청했다는 친서를 검찰이 확보했다"고 전한다. 성남FC, 대장동, 변호사비 외에 쌍방울 의혹도 점차 이 대표를 궁지로 몰고 있다. 이들 모두 민주당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이 대표 개인의 문제다. 당내에서도 개인적 사법 리스크를 당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줄곧 이어져 왔다. 이제 이 대표 개인이 연루된 사건에 민주당뿐 아니라 지지층까지 일제히 단일대오로 뛰어들어 함께 맞서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어게인 서초동'이 더욱 선명해지는데 이 대표와 민주당의 향후 행보는 점점 혼란의 안갯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모양새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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