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배우자도 할 일이 적지 않더라"
대통령실, 金 여사 '조용한 내조' 기조 이제라도 바꿔야
김건희 여사의 최근 행보를 놓고 정치권에서 다양한 말이 나온다. 김 여사는 과거 대선 당시였던 2021년 12월 26일(왼쪽)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행보는 정반대라는 평가를 받는다. /더팩트 DB·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김건희 여사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아니다. 김 여사는 늘 눈길을 끌어왔다. 최근 눈에 띄게 행보가 많아지면서 김 여사 관련 보도가 많아졌다는 말이 맞겠다.
김 여사의 가장 최근 행보는 지난 27일이다. 물론 대통령실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참석한 국민의힘 일부 의원을 통해 알려진 일정이었다.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9명과 비례대표 의원 1명 등 총 10명의 여성 의원이 참석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오찬에 참석했던 의원에 따르면 김 여사는 약 2시간 동안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다보스포럼 순방, 청년 자립과 미혼모 관련 문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 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했다.
김 여사의 이번 여당 여성의원들과 오찬은 윤석열 대통령이 배석하지 않은 단독 일정이었다.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다. 김 여사를 향한 긍정과 부정 여론이 동시에 쏟아졌다. 이번 김 여사의 단독 일정에 대한 여론을 보며 다시 한번 느낀 게 있다면 '여전히 호불호가 확실하다'는 것이었다.
대통령 부인의 외부 활동은 새로운 게 아니다. 그리고 대체로 취임 1년이 안 된 대통령 부인의 외부 활동은 대체로 부정보다는 긍정 여론이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를 고려할 때 김 여사의 외부 활동이 많아지는 것에 대한 여론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은 대통령실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더해 김 여사가 윤 대통령보다 주목을 더 끈다는 점은 대통령실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들의 속을 들여다보진 않았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현재까지 논란의 중심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아직 가시지 않은 논란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또, 김 여사가 직접 언론 앞에서 약속한 탓도 있다.
2021년 12월 26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아내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기 전 인사하던 당시. /더팩트 DB |
시간을 2021년 12월 26일로 되돌려보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기자회견을 했다. 학력 위조 및 허위 경력 등이 대선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자 직접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학력 위조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다"라며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고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다.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고개 숙이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도록 하겠다."
윤 후보는 부인의 기자회견보다 5일 앞선 21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통령 부인은 그냥 대통령의 가족에 불과하다"며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했고, 그랬다. 윤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을 지킨 셈인데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김 여사 약속에 대해서는 최근 말들이 더 많아졌다.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는 김 여사가 대구 서문시장 등을 홀로 방문했을 때는 "요새 (사람들이) 김건희 대통령이란 말 참 많이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기에 최근 여당 여성 의원들과의 오찬은 '식사 정치'로 풀이되는 등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김 여사가 정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지난 21일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방문 해외 순방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건희 여사가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
정치권에선 '김건희 여사의 조용한 내조는 끝났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광폭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간 김 여사 행보와 관련한 반응을 볼 때 그 휘발성은 짐작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윤 대통령의 성과를 덮어버리는 상황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쯤에서 대통령실이 다시 생각해볼 것이 있다. 김 여사의 달라진 '자격'이다. 눈물까지 보인 2021년 12월 26일 김 씨는 대선후보의 아내였다. 현재는 대통령의 부인으로 '자격'이 바뀌었다. 자격이 바뀌면서 역할도 달라졌고, 책임감도 더해졌다. 따라서 대통령실과 김 여사가 '조용한 내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조선일보'와 신년 인터뷰에서 김 여사 활동과 관련 "선거 때는 (당선되면) 영부인이 특별히 하는 일이 있겠나 생각했다. 그런데 취임해보니 배우자도 할 일이 적지 않더라"라며 "처에게 드러나지 않게 겸손하게 잘하라고 했다. 저녁에 귀가해보면 그날 일정이 많아 고단해하면서 지쳐있는 경우도 있더라"라고 했다. 사실상 김 여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대통령도 김 여사 역할을 인정한 만큼 대통령실도 '조용한 내조' 기조 유지를 버리고, '대통령 부인 자격으로 더욱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밝히는 게 어떤가. 다만, 공적이고 투명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