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옳은지, 검찰이 맞는지...아직은 알 수 없어
'이재명리스크'는 본격 시작, 민주당 선택지는 어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지청에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검찰의 왜곡과 조작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적법한 광고 계약을 하고 광고를 해주고 받은 광고 대가, 광고비를 굳이 무상의 후원금이라고 우깁니다. 성남시의 적법한 행정과 성남FC 임직원들의 정당한 광고 계약을 관계도 없는데 서로 엮어서 부정한 행위처럼 만들고 있습니다. 성남FC가 운영비가 부족하면 성남시 예산을 추가 편성해서 지원하면 그만인데 시장과 공무원들이 성남시 예산을 아끼려고 중범죄를 저지르려 했다는 것이 과연 여러분은 상상이 되십니까.
지난 10일 ‘성남FC 비리’ 의혹으로 12시간가량 검찰 조사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출두 직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 포토라인에서 밝힌 입장문에서 검찰이 밝힌 자신의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검찰조사에서도 같은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검찰은 이 대표가 과거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를 겸하면서 2016~2018년에 걸쳐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등 민원성 현안이 있는 6개 기업을 골라 모두 170억여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하고 그 대가로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9월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기소한 두산건설 전 대표와 성남시 공무원의 공소장에서도 이 사실은 확인된다. 공소장은 이들의 공범으로 이재명 대표와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었던 최측근 정진상 실장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소장은 이 대표 등이 구단 운영 자금에 대한 일반 공모 실적이 저조하자 두산건설에 분당구 정자동 부지 용도 변경을 대가로 후원금을 요구했고 두산건설은 2016년부터 3년간 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검찰조사를 받은 이재명 대표의 말이 맞는지 검찰의 혐의 적용이 옳은지는 사법부의 판단을 받지않아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제3자 뇌물죄는 상식적으로 일반 뇌물죄와는 다른 구도다.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성립한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의 구단주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기업들로부터 해당 기업의 이슈와 관련된 인허가 청탁을 받고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제3자인 성남FC의 거액을 후원, 즉 돈을 내게 했다는게 검찰의 판단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찬대 최고위원, 서영교 최고위원(왼쪽부터)이 11일 오전 인천광역시 남동구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인천=이선화 기자 |
등장 인물및 기업에 대한 팩트는 이 대표나 검찰측이 같다. 사실관계는 다툼이 크게 없을 듯하다. 다만 당시 전개 상황이나, 행위 과정과 이유 등에 대한 법리 규명에서는 평행선을 달린다. 쟁점은 대가 관계로 볼 수 있는 부정한 청탁 성립의 요건이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는 경찰이 불송치 처분한 사안이라 진영논리로 양분된 현실을 감안하면 정치 및 사회적으로도 대립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당시 광고비 집행 내역을 보면 전과는 달리 엄청나게 액수가 증가하는 등 현격하게 다르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은 정상적인 광고비로 당시 성남FC가 FA컵 우승에 따른 아시안컵 진출, 프로축구 1부 중위권, 시민구단 중 관중 수 1위 등 성적이 좋아 많은 중계로 광고 노출 효과도 커진 상응 대가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는 논리다. 두산도 병원 부지를 상업용지로 전환 노력을 계속해왔고 기업의 민원 성격도 있지만 지역의 어떤 발전과 관련되는 등으로 미루어 부정 청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두산 입장에서 병원부지의 용도 변경은 두산의 민원성은 맞고, 용도 변경해서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은 것도 확인되며 그 대가로 지원해 주면 안 되는 건데 성남FC에 후원성 광고비 내게 했다는 판단이다.
최근의 판례를 보면 대단히 폭넓게 제3자 뇌물죄를 인정하는 추세라는 점이 변수로 여겨진다. 대표적 사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징역 15년을 확정 받았다. 법원은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낸 것은 대통령으로 인해 롯데가 혜택을 얻을 것이란 기대에 이뤄진 것이라 이를 부정한 청탁으로 봤다.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사찰 시주’ 도 유사 사례다. 2006년 당시 SK텔레콤으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선처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자신이 다니던 사찰에 10억원을 시주토록 한 혐의로 대법원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직무집행 자체가 위법·부당한 것이 아니라 해도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라면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며 제3자 뇌물죄를 인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하는 가운데, 성남지청 앞이 지지자 측과 보수성향 시민단체가 집결하면서 혼잡이 일었다.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08년에 산지 전용 허가를 내주는 대가로 시청 앞에 나무를 심어달라고 요구했던 강릉시청 공무원도 유죄가 선고됐다. 인허가 청탁과 제3자한테 대가관계로 인과관계에 관련성 입증이 되고 구체적으로 청탁의 내용이 있으면 제3자 뇌물이 돤다. 이 대표의 입장문 논리처럼 "회사에 후원할 수도 있다. 기부채납도 하는 판에" "이런 식이라면 전국 지자체 다 이런 식으로 한다" "적극행정이 이런 법의 잣대로라면 가능한 게 맞느냐"는 문제 제기도 법리 규명에는 크게 도움이 안되는 셈이다. 법리를 세세하게 따져 봐야 되겠지만 ‘기업에서 아무 것도 후원받으면 안 된다’는 것처럼 보일수 있지만 법은 법이다.
법조계에선 두산건설의 청탁성 공문이 이 의원의 제3자 뇌물죄 적용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옥 신축 시 후원 등을 검토하겠다는 공문 내용이 있어 3자 뇌물수수죄 성립이 안 된다고 보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무죄 사례도 있지만 사정이 약간 다르다. 2007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10개 기업들로 하여금 성곡미술관에 총 8억5320여만원의 후원금 또는 광고비를 내도록 개입, 제3자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했다. 협찬 요청에 기업들이 응한 사안이나 변 실장한테 요청한 특정된 이슈도 정확히 없어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밤 검찰조사를 마치고 나와 "답은 정해져 있어 기소할 것이 명백하고, 결국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소 가능성은 높아보이지만 법원의 판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이외에도 사안이 여럿이라 '이재명 리스크'는 올해 내내 이어질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 주장처럼 야당탄압 정치검찰이 아니라도 검찰의 시나리오는 차고 넘쳐 '이재명 리스크'는 경제·안보 위기 속에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재명 리스크'는 이제 시작이다. 민주당의 ‘단일대오’가 그래도 유리할까? 이 대표를 제외한 민주당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단골메뉴인 정부여당검찰의 '야당탄압' '경제실정' '안보무능'의 책임을 물을 틈도 없어 보인다. 내년 총선에서 패배의 길로 접어드는 시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무엇이 대의인지, 숙고를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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