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뒷전' 여야, '尹心 vs 李心' 네 탓 공방만
여야가 내년도 정부 예산 법정 처리시한인 12월 2일을 넘겼다. 그러나 여야는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2 예산안 협의에 나선 성일종 국민의힘(왼쪽),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정기국회가 3일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도 예산안 법정 시한(12월 2일)은 이미 넘겼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예산안에 갇혀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 또 여야는 주말까지 반납하며 만나서 협의했다고 티를 낸다.
여야가 법정 시한을 넘긴 배경에는 '네 탓'이 있다. 각자 입장은 극명하게 갈리고, 주장은 또 구구절절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회의 다수 의석을 이용해서 정부 예산안을 마구 칼질하는 탓에 도저히 시한을 맞출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새 정부의 핵심 추진 사업은 전액 혹은 대폭 삭감한 반면 문재인 정권의 실패한 정책이나 이재명 대표의 선심성 정책과 관련된 예산은 일방적으로 증액 처리했다"면서 "이것은 새 정부의 출범을 사실상 막고 자신들의 수정 예산안을 통해서 사실상 이재명 정부를 만들어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민주당도 이유가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합당한 요구(초부자 감세 철회, 위법 시행령과 낭비성 예산 감액, 따듯한 민생예산 확충)를 여당이 적극 수용한다면 당장이라도 예산안을 처리 못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와 여당이 윤심만 바라보며 끝내 예산안 협상에 성의 없이 계속 무책임하게 나온다면 민주당은 정기국회 내 처리를 위해 단독 수정안 제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여야의 주장에 등장인물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내년도 예산을 처리함에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가 거론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으로선 이해하기 어렵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지만, 여야의 이 핑계는 궁색해 보일 뿐이다.
지난달 23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두번째)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왼쪽부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이새롬 기자 |
그런데 또, 정치인 본연의 역할(?)엔 정말 충실하다. 요즘 휴대 전화로 국회의원들의 문자메시지가 줄을 잇는데, 대체로 정치자금 후원을 요청 내용이다. 국민을 위한 국민을 섬기겠다며 후원해달란다. 해야 할 일은 정쟁으로 시한을 넘기면서도 염치없게 정치후원금은 또 달라니, 낯이 두꺼워도 너무 두껍다.
지난 주말 영화 '올빼미'를 보았는데 작금에 현실이 대비되며 많은 생각을 했다. 조선 16대 왕 인조(仁祖) 때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소재가 참신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제목 '올빼미'는 주맹증(밝은 곳에서의 시력이 어두운 곳에서보다 떨어지는 증상)을 앓는 소경(시각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 경수(류준열)가 밤에는 시야가 밝아지는 데서 올빼미의 습성을 닮아 지은 것으로 이해한다.
영화에서는 인조의 아킬레스건을 잡은 최대감 등 권력자들이 경수의 증언 따위는 안중에 없는 모습에서 우리 현실 정치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국민은 보지 못했고, 보았어도 어찌할 수 없다는 오만함을 말이다. 눈물 흘리는 국민 앞에서 웃거나 슬픔의 정치화 등등.
스스로 법을 무시하며 네 탓 하는 여야 정치권이나 윤석열 정부의 눈에 국민은 경수와 같은 존재로 비치나 보다. 여야는 정쟁에 몰두하다 서로 이해득실을 따진 후 '합의'라는 허울 좋은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진영을 떠나 국민이 경수처럼 한밤중에도 지켜보고 있다고 명심해야 한다. 국민이 못 들은 척, 못 본 척할 것이라는 건 정치권의 착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