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윤 대통령 지지율 반등 해법, '테스형'은 안다
입력: 2022.08.05 00:00 / 수정: 2022.08.05 00:00

‘추종자’ ‘구멍’ ‘꼰대’ ‘고문관’ ‘내로남불’의 탈을 쓴 사람들이 혼란의 주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면서 여권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더팩트 DB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면서 여권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여권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로 내려앉았고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하기 위한 결론을 내리고 본격적인 절차를 밟고 있지만 출범 요건과 역할 등을 두고 내홍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를 출범해야 하는 비상 상황이 맞는지 논의하고 9일 전국위원회를 개최한 뒤 당헌 개정 의결과 비대위원장 선출까지 밀어부칠 계획이다. 늦어도 10일까지 상임전국위, 전국위에서 할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비대위가 만들어지는 즉시 전임 지도부는 해산되고, 자동으로 이 대표도 해임된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사정은 간단치 않다. 졸지에 대표직을 잃을 위기에 처한 이준석 대표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비대위 체제가 사실상 이 대표를 제명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형태라 반발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당 일각에서도 비대위 전환에 부정적인 의견이 분출한다. 어찌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에 여권 전체가 단합하여 힘을 모으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연거푸 이긴 집권세력이 승리의 샴페인을 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왜 이럴까?

일각에서는 정치를 ‘모르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를 ‘너무 잘 아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빗나간 우정’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것 같다. 전문가들도 꼬집어 진단하지 못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권력 핵심들의 밥그릇 싸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는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결국은 근본적인데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지지율 하락은 대통령의 ‘메시지 리스크’, 새 정부에 대한 ‘신뢰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면서 "그 원인을 없애는 것이 첫 순서다. 메시지를 바꾸고, 정부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지지층 내 약한 고리인 합리적 보수층과 중도층, 젊은 지지층 등이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뿐아니라 권성동 국민의힘원내대표, 이준석국민의힘 대표(왼쪽부터)의 각각 행보도 윤 대통령 지지율 등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더팩트 DB
윤석열 대통령뿐아니라 권성동 국민의힘원내대표, 이준석국민의힘 대표(왼쪽부터)의 각각 행보도 윤 대통령 지지율 등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더팩트 DB

근묵자흑(近墨者黑)은 먹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검어진다는 뜻이다.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흉보고 닮는다’는 말이 왜 있겠는가. 5년 만에 정권을 돠찾으니 아집과 욕심,밥그릇 싸움에 실력부족에 안하무인과 내로남불까지 지난 5월 자신들에게 정권을 넘겨준 문재인 정부를 닮아 간다는 느낌이다. 총선은 2년 뒤라 국민의힘은 당권다툼에 바쁘고 지지율 하락에 따른 국정 수행 동력이 떨어진 상황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내각만 다급하다. 이달 17일이면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이다. ‘이대로 가다간 지지율이 10% 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배제 못 할 수 있다.

이제 시작인 정부인데 참신함보다 답답함과 무능함이 더 눈에 들어오는 대통령실과 내각이다. 이런 문제는 리더십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9월 정기국회와 추석, 10월 국정감사 시즌을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려 놓아야 한다는 조급함과 우려만 무성할 뿐 움직임과 실행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 정책도 보이지 않다 못해 '만 5세 취학'은 긁어부스럼만 만들었다. 지지율 반등을 위해 뭐라도 제대로 하려는 노력도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서가 아니다.

과거 정부는 외교나 인사 카드로 국면을 바꾸곤 했다. 2012년 8월, 임기 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저축은행 게이트’로 17%(한국갤럽 기준)까지 떨어졌다. 이 전 대통령은 그달 12일 예고 없는 독도 전격 방문을 통해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며 지지층 결집을 꾀했다. 애국심 상승기인 광복절 전 후에 한-일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면서 지지율은 다음달 인 9월 중순 28%까기 끌어올린다.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었더라도 뭔가를 했다. 임기말까지 지지율을 비교적 잘 관리했던 문재인 정부도 2020년 12월 부동산 실정 탓에 지지율이 30% 중반대로 급락하자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종호 민정수석 등의 사의를 하루 만에 수리해 국면을 돌파하려 애를 썼다.

윤석열 정부는 참신함보다 답답함과 무능함이 더 눈에 들어오는 집권 초반기를 보내고 있다. 사진은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되는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의 모습./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참신함보다 답답함과 무능함이 더 눈에 들어오는 집권 초반기를 보내고 있다. 사진은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되는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의 모습./뉴시스

물론 정권 초기인 윤 대통령은 카드가 마땅찮긴 하다. 인사문제가 지지율 급락의 요인으로 손꼽히지만 청와대 참모나 장관은 임명한 지 채 석 달이 되지도 않아 활용할 여지도 없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가뜩이나 내홍에 시달리는 국민의힘과 도매금으로 야당의 십자포화를 맞을 수 있다. 외교적으로도 한-미 관계가 동맹 강화라는 기조로 이제 막 시작해 운신의 폭이 좁다.

한-일 관계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망으로 일본 내 강경 보수 분위기가 이미 짙어져 활용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북한 문제 역시 공무원 피격 사망과 북한 어민 북송이 정치 쟁점화한 상태고 남북한도 경색국면이며 여야마저 긴장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광복절 특별사면을 반전 카드로 꼽기도 하지만 자칫 본전도 찾지 못 할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은 오히려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윤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전체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국민적 인식이 반영되어 있는 지표다. 이런 상황인데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나서는 정부 여권 인사는 없다. ‘추종자’ ‘구멍’ ‘꼰대’ ‘고문관’ ‘내로남불’의 탈을 쓰고 모두 숨었나 보다. 추종자는 ‘이 일을 왜 해야하는지 모르는 바보'다. 꼰대는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 일방적으로 알리는 비겁자'다. 구멍은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는 멍청이'다. 고문관은 ‘의도를 이해 못하는 바보'다. 여기에 내로남불은 '상황 논리에 따라 입장이나 시각을 바꾸는 얌체'다.

1970년대 발달심리학자 존 플라벨은 나 자신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이 메타인지(metacognition)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너 자신을 알라’를 말한 소크라테스의 말에 대한 이론을 정립한 셈이다. 나 자신이나 속해 있는 단체나 무리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메타인지 능력이다. 여권은 메타인지 능력부터 함양해야 지지율도 오를 것 같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중요한 메타인지가 여권에도 새삼 중요해 보인다는 대목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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