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진격의 이준석’, 호남 자주 찾는 이유는?
입력: 2022.07.27 00:00 / 수정: 2022.07.27 00:00

‘방랑정치’ 일정 절반을 호남에서 소화...지역 정가 “큰 산에 오르기 위한 장기적 포석”

지난 22일 전남 진도를 찾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주민 축제 버스킹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며 주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이준석 페이스북 캡처
지난 22일 전남 진도를 찾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주민 축제 버스킹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며 주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이준석 페이스북 캡처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이준석과 박지현이 최근 한국 정치판의 가장 강력한 인플루언서라는 일컬음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뉴스를 몰고 다닐 만큼 정치적 메시지가 강력하고도 지속적이기도 하다.

박지현은 민주당의 거물급 정치인들과 날선 코멘트를 주고 받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이준석 또한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은 '윤핵관'들과 나름의 방식으로 맞짱을 뜨고 있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시련도 끊이지 않는다. 때로는 사방의 적들에 둘러싸인 고군분투의 안타까운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세 가지 이유에서 정치적으로 손해 볼 장사는 아닌 듯싶다.

우선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데다 노회함과는 거리가 먼 젊음이라는 무기가 있어 그들의 행보에서 정치적 탐욕의 빛깔이 옅어 보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현역 정치인 그 누구와 전선을 형성하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여론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다윗의 이미지에 반감을 가질 사람은 없다.

또한 쟁점을 두고 펼치는 논란의 질적 수준에 상관이 없이 범용화된 ‘청년정치’라는 프레임에 따라 이들의 동태는 늘 정치혁신과 쇄신이 치를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갈등으로 배려된다는 점도 유리한 측면이다.

이러한 감성적 구도 속에서 ‘싸가지 없다’로 대변되는 기성정치의 공격은 설자리가 없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차마 맞대응을 할 수 없어, 팬덤이라 불리는 그들의 지지자들이 대리전을 치르는 형태로 공방이 전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감추고 싶은 속내를 집요하게 할퀴는 박지현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출사를 회피할 수밖에 없는 이재명의 난감한 처신이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전례가 없던 예기치 못한 공격 패턴을 선보이고 있다는 측면도 기성 정치인들로선 당혹스런 부분이다. 주변에서 칼춤을 추는데 어느 때, 어느 곳을 향해 칼이 들어올지 헤아리기가 어렵다.

특히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행보가 전형적인 사례다. 이 대표는 매 위기 때마다 ‘진격의 이준석’이라 불릴 만큼 굽히지 않는 태도를 취하지만, 기존의 공식이 아닌 자신만의 스타일로 대응한다. 최근의 ‘방랑 정치’ 또한 예외는 아니다.

당 대표직을 정지당한 지난 12일 이후 이 대표는 전국을 떠돌고 있다. 일정도 잘 알려지지 않는다. 잠항을 하다 불쑥 수면 위로 잠망경을 들어 올리는 잠수함처럼 전국 여기저기에서 잠깐씩 노출될 뿐이다. 그때마다 이 대표는 SNS를 통해 짧은 소회를 밝히고 다시 모습을 감춘다.

그 행적에서 긴장감이 느껴지는 데다 마치 다음 회가 기다려지는 드라마를 보듯 해 그를 쫓는 정치면 뉴스가 그때마다 넘쳐난다. 이같은 상황전개를 두고 볼 때 허허실실 방랑인 듯싶지만 정작은 교묘하게 계산된 전략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방랑 정치의 와중에도 일정의 절반 이상을 호남에서 소화한 점도 눈길을 끈다. 기존의 관례에 비춘다면 방문 이벤트도 외관상으로는 전혀 정치적이지 않다. 반바지 차림으로 당원들과 떡볶이를 함께 먹거나 주민들과 섞여 노래 부르고 춤추고, 치킨을 먹으며 콜라를 마시는 ‘치콜’ 파티를 벌인다.

하버드 출신 이준석이 진도에 와 송대관의 트롯트 ‘네 박자’를 부른 것은 정치적 논평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주민들은 마냥 즐거워했고, SNS에 게재된 댓글들도 우호적이다. 엔터테인먼트에 정치를 숨긴 전략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증거이며, 방랑 정치를 호남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정치적 함의가 다분하다.

호남은 영남을 기반삼은 보수정당이 집권의 과정에서 가깝게도, 그리고 멀리도 할 수 없는 계륵의 선거구다. 공을 들인다고 선거에서 큰 도움을 받지도 못하지만, 또한 호남에서 최소한의 득표를 하지 못하면 승리할 수도 없다.

지역정가는 이 대표의 호남 공들이기를 큰 산에 오르기 위한 베이스캠프 설치, 이를테면 장기적 정치 포석의 일환으로 분석한다. 또한 그 시기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정권과 윤핵관을 향한 호남의 비판 열기가 드센 상황이기에 절묘한 타이밍이기도 하다.

정치는 생물이다. 지금으로선 이준석의 명멸을 아무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준석 정치’가 한국의 현대 정치사에서 훗날 어떻게 기록될지 자못 궁금하긴 하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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