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김건희 여사 비판과 논란에 대한 고찰
입력: 2022.07.16 00:00 / 수정: 2022.07.16 06:07

정치권 '치킨 게임', 말초적 기사 경쟁 언론 탓도...겸허한 자기 비판이 공평무사 비판의 시작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6일 고 전두환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를 예방할 당시 수행원은 부속실 직원 1명으로 축소됐다. 김 여사가 직전 불거진 이른바 비선 논란을 의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뉴시스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6일 고 전두환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를 예방할 당시 수행원은 부속실 직원 1명으로 축소됐다. 김 여사가 직전 불거진 이른바 '비선 논란'을 의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뉴시스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1 어떤 사람이 아끼던 도끼를 잃어버렸다. 아무래도 이웃집 아이가 수상쩍다. 마주쳤을 때에도 도망갈 듯한 자세였고 안색이나 말투도 어색하기만 했다. '내 도끼를 훔쳐 간 놈이 틀림없어'. 갑자기 지난 번에 나무하러 갔다가 도끼를 놓고 온 일이 생각나 달려가 보니 도끼는 현장에 있었다. 이후 아이의 행동거지(行動擧止)는 별로 수상쩍어 보이지 않았다.

#2 "집안에 말라죽은 오동나무가 있으면 재수가 없다네"라고 이웃이 말했다. 그래서 오동나무를 즉시 베어 버렸다. 이웃이 나타나 땔감이 필요하다며 달라고 한다.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난다. "땔감이 필요해서 날 속였군. 어떻게 엉큼한 거짓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열자(列子) 설부편(說符篇)에 등장하는 의심암귀(疑心暗鬼)와 관련된 2개의 설화(說話)다. 의심하는 마음이 있고 거기에 관심을 더하면 갖가지 망상이 생겨나며, 선입관이 판단을 빗나가게 한다는 의미다. ‘진실을 찾는다는 행동’이 어쩌면 자신 만을 위해 짜맞추는 조각일지도 모른다는 느낌과 오버랩 되는 까닭은 뭘까.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썸트렌드에 따르면 김 여사에 대한 온라인상 관심도를 나타내는 소셜 언급량(뉴스·블로그·트윗)이 이를 방증한다. 김여사에 대한 소셜 언급량이 정권 첫주 대비 2배 넘게 오른 가운데, 부정적인 언급량이 긍정적인 언급량의 2배를 넘어선다고 한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 여론조사 부정평가 이유 목록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여사의 행보가 노출될 때마다 정치권 안팎으로 공격이 이어지면서 대선 전 떠오르던 '김건희 리스크'가 재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이 아닌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오인해서 파급되거나 주변의 말들을 논리적으로 재가공해 확인된 정보처럼 퍼뜨리는 사례와 다르지 않다. 진영 논리 등이 작동하고 지나친 관심에서 비롯된 작의적 판단이 가미된 뒤틀린 정보나 뉴스와 같은 종류라고 여겨진다. 미디어나 포털이 갖는 신뢰도에 대한 미필적 확신이 작동했을수 있다. 논란을 부르고 국민들의 부정적이고 비생산적인 말초적 관심을 증폭시키는 소재들도 이것들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한 호텔에서 열린 스페인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한 호텔에서 열린 스페인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4일 썸트렌드에 따르면 김 여사의 7월 1주차 소셜 언급량은 7만 3130건. 윤 대통령 취임한 5월 2주차에 김 여사의 소셜 언급량은 3만 1358건이었다. 5주 간 온라인에서 김 여사에 대한 관심이 2배 넘게 늘어났다. 관련 뉴스는 1579건에서 최근 959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김 여사에 대한 언급량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부정적인 언급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5월 2주차 김 여사에 대한 긍정적인 언급량은 4242건, 부정적인 언급량은 7405건으로 2배가 안 됐다. 하지만 지난주에는 긍정적인 언급량 2만456건, 부정적인 언급량은 4만4432건에 달했다. 부정적인 언급량이 긍정적인 언급량의 2배를 넘어선 것이다.

김 여사는 최근 공개적인 언행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여사가 6월 중순부터 각종 국내외 행사를 통해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패션과 스타일이 화제를 일으키긴 했으나 크고 작은 잡음도 끊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안팎으로 김 여사에 대한 공격이 확대된 탓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지난달 13일 김 여사가 김해 봉하 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났을 당시 지인 이 동행해 야당의 비판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고 해도 ‘무속인이다’,‘비선 실세다’는 비판은 지나칠 정도였다.

지난달 말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 동행한 김 여사의 옷차림이나 행보에 대해서도 일부 논란은 있었지만 6000만원대의 명품 목걸이를 착용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나왔다. 어쨌든 김 여사에 대한 관심이 매사 부정적이고 비판적 언급으로 이어지는 행태는 다소 정치적 행위라는 점을 감안해도 정상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김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을 운영하는 강신업 변호사의 발언이나 관련물 게시에 대한 논란도 부정적 언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김 여사가 최근 지인들에게 "강 변호사와 교류하지 않는다. 저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하고 선을 그은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이선화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이선화 기자

윤 대통령 지지율에서 일부 여론조사기관이 김 여사를 부정 평가 항목으로 등장시킨 이유도 부정적인 언급과 밀접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순방 이후 이렇다 할 공식 일정 없이 공개 활동을 자제하는 대목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김 여사가 여론의 시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읽힌다. 자신의 허위 경력 의혹과 관련한 서면 답변서도 얼마전 경찰에 제출했다.

김 여사는 박빙이던 대선 과정에서 ‘쥴리’ 논란과 주가조작과 허위경력 의혹 등 해명 및 사과 인터뷰로 모습을 드러낸다. 부정적 소셜 언급량 폭주의 시발점이다. 물론 김 여사가 초래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진영 논리로 상대편의 부정적 프레임에 천착했던 정치권의 '치킨 게임'과 여기에 동조해 국민적 관심 유발을 위한 말초적 기사 발굴에 경쟁적이었던 일부 언론들이 이를 확대 재 생산한 탓이 크다고 본다.

야당이 된 민주당이 정부·여당과 대립하면서 증폭시키고 유도한 측면이 강하다는 인식을 지울수 없다. 개인적으로 김 여사가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러한 행태가 지지층 결집을 가져올지는 몰라도,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지지와 신뢰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비판적 합리주의를 표방하는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K.R.Popper)는 "건강한 사회로 발전하려면 오류의 지속적인 교정과 점진적인 발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철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도 올바른 비판의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공평무사(公平無私)한 비판적 능력은 자신에 대한 겸허한 비판에서부터 성장한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좇는 ‘강요된 신뢰’나 ‘표피적 선입견’은 결코 진실이 될 수 없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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