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민주당의 '노무현 정신' 어디로
입력: 2022.05.27 00:00 / 수정: 2022.05.27 10:59

盧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 얘기할 수 있어야"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당 지도부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박 위원장의 사과에 쇄신 발표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비판과 조롱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선거를 불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이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5일 선대위 합동회의에 참석한 박 위원장과 윤 위원장. /남윤호 기자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당 지도부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박 위원장의 사과에 쇄신 발표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비판과 조롱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선거를 불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이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5일 선대위 합동회의에 참석한 박 위원장과 윤 위원장.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4일 "맹목적 지지에 갇히지 않겠다.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열세에 놓이자 국민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는 호소였다.

그는 25일엔 당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을 향해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정착시키는 역할을 완수한 만큼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며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박 위원장을 향한 비판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그의 SNS에는 "닥치고 민주당 나가달라. 오늘날 민주당이 있기까지 '박지현' 씨는 했던 공로는 뭐가 있다고 민주당을 사당화하려는 건가?" "박지현의 뭘 보고 믿어야 하지? 정치 커리어가 있나. 업적이 있나. 학벌이 좋나. 성공을 해봤나" 등의 댓글이 달렸다. 민주당 지지층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주류는 1980년대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해 젊음을 내던진 이들이 다수다. 이런 민주당에서 내부비판과 쇄신 목소리를 불편해하고, 오히려 변화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스피커를 비난하는 것은 의아하다. 민주당의 현재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맞나 싶다.

지난 23일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23주기였다.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민주당 인사와 지지자들은 고인을 추모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노 전 대통령의 정치와 삶을 추억하며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했다. 이런 민주당과 지지층이 박 위원장을 향해 비판하는 모습에서 과연 노 전 대통령의 정치와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계승한다고 할 수 있을까.

지난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 /이선화 기자
지난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 /이선화 기자

2001년 12월 10일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은 '노무현이 만난 링컨' 출판기념회에서 16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시 노 고문의 연설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명연설로 기억된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 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했어야 됐다. 눈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 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 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 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과연 26세 젊은 박 위원장의 발언에 지금 민주당 내부나 지지층의 반응을 이해했을까. 누구보다 당당했고, 누구보다 소수자와 약자에 손을 내밀며 부당함에 맞섰던 그리고 누구보다 진취적이었던 '노무현'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2001년 12월 10일 연설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는 우리가 걸어온 길에 대한 반성이었으며,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분명히 제시했다고 본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민주당이다. 박 위원장도 현재 상황이 안타까운 듯 2일 "봉하마을 다녀와서 느낀 것 없나. 노무현 정신은 어디 갔나. 그럼 저를 왜 뽑아서 여기다 앉혀 놓으셨냐"고 따졌다. 이쯤에서 묻고 싶다. 민주당에 '노무현 정신'은 어디로 갔느냐고.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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