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계곡살인' 이은해 조현수 검거와 '검수완박' 해결책
입력: 2022.04.21 00:00 / 수정: 2022.05.02 05:55

'계곡살인'이은해 조현수 검거는 검경 공조수사의 개가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인 이은해(왼쪽)와 조현수가 공개수배 17일 만에 경기도 일산에서 검거됐다. /인천지방검찰청 제공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인 이은해(왼쪽)와 조현수가 공개수배 17일 만에 경기도 일산에서 검거됐다. /인천지방검찰청 제공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보험 살인은 대부분 우연한 사고로 인한 사망으로 위장된다. 범죄자가 노리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해자의 유형도 그리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3가지 정도로 나뉜다고 한다. 범죄자의 행동 양태에 따라 외도형, 포식형, 빈곤형으로 분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외도형 범죄자는 주로 외도를 통해 내연관계 공범과 함께 범행 후 뺑소니 교통사고 등으로 위장하는 범행 패턴이 많다고 한다. 포식형 범죄자는 사회적 약자들 중에 피해자를 물색 한 뒤 위장 혼인과 동시에 보험에 가입하고 독극물로 살해하는 등으로 사고사로 위장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빈곤형 범죄자는 궁핍한 자신의 생활에 죄절을 느끼고 배우자와 자녀들을 살해의 대상으로 삼는 게 일반적인 형태다.

최근 보험사기 범죄가 증가하면서 외도형 범죄자는 감소한 반면, 포식형 범죄자는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19일 ‘계곡 살인’ 협의로 검찰에 구속된 이은해 조현수의 범죄행각도 보험살인 범죄의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포식형에 외도형이 절묘하게 가미한 형태처럼 보인다. 범인 검거 과정에 이르기까지 언론들의 과열경쟁으로 그들의 사생활까지 자극적으로 알려진 측면도 없지않다.

범죄의 본질과 사회적 파장에 대한 관련 보도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사실 핵심은 범죄자의 바람처럼 자칫 묻힐 뻔한 지점이다. 처음에는 현지 경찰이 사고사로 종결하면서 완전범죄의 문턱까지 갔다가 보험사의 의심이 재수사의 단초가 되었고 이후 검찰과 경찰의 공조 수사 노력에 우리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16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오피스텔에서 검거된 ‘계곡살인 용의자 이은해씨가 인천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뉴시스
16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오피스텔에서 검거된 ‘계곡살인' 용의자 이은해씨가 인천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뉴시스

2020년 12월 일산 서부서가 재수사를 통해 이들을 살인 등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인천지검이 추가 수사를 벌여 ‘복어독 살인미수’, ‘용인 낚시터 살인미수’ 사건 등 2건의 추가 범행을 발견하고 공개수배를 통해 이들을 검거하고 구속했다.

피해자인 남편 명의의 생명보험을 2017년 8월 가입해놓고 세차례의 살해 시도 때마다 월 납입금을 내지 않아 실효된 생명보험을 잠시 되살린 점, 보험 효력이 유지되는 한 달 동안 범행을 시도했던 사실. 또 당시 계곡에 배치돼 있던 안전요원이 퇴근한 시간 이후 저녁 8시쯤 피해자가 물에 빠진 대목 등등... 치밀한 계획 살인의 정황은 차고 넘친다, 이제 본격 수사가 시작했지만 우려가 앞선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 여부를 가리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위험방지 의무를 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형법은 부작위범을 결과에 의해 처벌하도록 했다. 따라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피의자에게 사망이라는 결과를 방지할 의무가 있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저버린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익사 위기에 처한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인 부작위 살인 사례다.

예전에는 실제 살인 행위와 버금갈 정도로 강한 위법성이 있어야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였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달라졌다. 대법원은 세월호 침몰 관련 범죄자들에 대한 재판에서 "반드시 결과 발생에 대한 목적이나 계획적 범행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쉽게 방지할 수 있었는데도 결과 발생을 용인하고 방관한 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하면 족하다"고 판시했다.

또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도 인정해 부작위 살인죄의 범위를 넓힌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인천지검이 범죄사실을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검수완박 법안 입법과 관련한 의견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검수완박' 법안 입법과 관련한 의견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조재빈 인천지검 1차장 검사는 지난 17일 "계곡 살인 외 ‘복어독, 낚시터 살인미수는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밝혀낼 수 없었다"며 "신체접촉 없이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이라 고의를 입증하기 굉장히 어려운 사건이다"고 말했다.

특히 "정황상 상호 모순되는 점 없는지 미진한 점 없는지 확인한 후 판사가 보기에 '살인한 게 맞다'고 확신이 설 수 있을 정도로 증거 확보해서 법원 보내는 게 우리의 목표다"며 "경찰과 검찰 합동해야만 진실을 밝힐 수 있으며 결국 검경이 확보한 증거로 자백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 대목이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현재 피의자인 이은해와 조현수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이 이들의 입을 열 수 있는 단서 확보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 부작위 살인이라는 범죄입증의 '허들'을 넘는 것은 결코 쉬운 일 같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검찰이 재수사에서 결정적 성과를 올리면서 공교롭게 ‘검수완박’ 논란과도 맞물리는 형국이 돼버렸다.

'계곡 살인' 을 당시 내사종결을 지휘한 검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 내용 서류만 보고 판단했을 때 실체적 진실을 놓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고, 현 수사팀 관계자는 "검사와 수사관이 밤새워 새로운 살해 시도를 밝혔다"며 검찰 직접 수사 필요성을 강조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검찰로서는 '검수완박' 을 막아내기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야기 했으리라 믿는다.

이러한 공조수사는 이은해 일당의 진술거부와 범행 부인을 단숨에 깨부술 수 있는 혐의 입증의 단서 확보에 첩경이 되는 진정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사법부의 판단이 남아있지만 이를 통해 ‘계곡 살인’을 검찰과 경찰이 합동해서 해결한다면 ‘검수완박’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꽉 막힌 대치 정국을 뚫어주는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

검찰과 경찰은 상호보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수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안타깝게 경찰도 알고 있지만 대놓고 애기를 못할 뿐이다. 일부 정치인들만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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