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광주·전남 팽개친 윤 정권 첫 내각…지역사회 ‘부글부글’
입력: 2022.04.17 00:00 / 수정: 2022.04.17 00:00

19명 장관 중 광주·전남은 0명, 노골적인 배제에 시민사회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네”

윤석열 정부의 첫 내각 인선이 마무리됐지만 광주.전남이 철저하게 배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역 시민사회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추가 인선 발표를 하고 있는 윤 당선인./더팩트 DB
윤석열 정부의 첫 내각 인선이 마무리됐지만 광주.전남이 철저하게 배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역 시민사회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추가 인선 발표를 하고 있는 윤 당선인./더팩트 DB

[더팩트 | 광주=박호재 기자]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국민통합을 외쳤다. 이 대표는 통합을 앞세워 이례적으로 광주와 전남을 여러 차례 방문했으며, 윤 당선인 또한 관련 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5·18 국립묘지 참배에 나서 통합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14일 마무리된 윤석열 정권 1기 내각을 보면 통합은 종적을 감췄다. 통합은커녕 특정 계층과 특정 세대, 특정 지역, 특정 대학에 올인한, 탕평과 균배와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편중인사로 드러났다. 대선 당시 윤 당선인이 입만 열면 강조했던 통합기치에 비춰본다면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표변의 이중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인사에 다를 바가 없다.

특히 특정 대학과 특정 지역, 특정 인맥 편중 현상은 심각하다. 19명 중 서울대 출신은 10명, 이들 중 절반은 서울 법대 출신이다. 법조 내각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다. 가장 유능한 분을 인사 원칙으로 삼았다지만 윤 당선인의 개인적 인연에 얽힌 조각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지닌다. 행정안전부 장관에 고교 대학 직계 후배, 보건복지부 장관에 40년 지기, 통일부 장관에 사시 공부를 같이 한 선배를 지명한 데서 보듯 사적 인연이 노골적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월 23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기 위해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의도행 여객선에 오르고 있다. /신안=이선화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월 23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기 위해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의도행 여객선에 오르고 있다. /신안=이선화 기자

지역 편중 인사도 소외된 지역 민심이 상처를 입을 정도로 심각하다. 서울 4명, 경남 3명인 반면 호남은 1명에 불과하다. 그 1명조차 전북 출신이기에 광주·전남은 한명도 없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이런 사례는 없었다. 광주·전남을 대놓고 내팽개친 셈이다. 그래, 대통령의 고유권한인데 뭐 불만 있어? 이렇게 다그치고 있는 서슬이 느껴질 정도다.

능력과 인품이 인사기준이라 공언했지만, 그렇다면 광주·전남엔 능력과 인품을 갖춘 인사가 한 사람도 없다는 말이냐고 되물었을 때 답변이 궁금하다. 윤 당선인의 이번 조각은 ‘내 맘대로 인선’ 이라는 의구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윤석열 후보 대통령 만들기에 안간 힘을 다했던 이 지역 출신 정치인들도 얼굴을 못 들게 됐다. 호남을 위하는 마음에서 ‘윤석열은 다를 것이다’는 그들의 호언이 철저히 광주·전남을 배제한 지역 홀대 인사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들 정치인들이 어떤 얼굴을 들고 다시 지역을 찾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 때문에 광주·전남 시민사회가 부글거리고 있다. 어떤 이는 지역출신 장관 한 사람 세우는 게 무슨 대수로운 일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국책사업과 국비지원에 지역발전의 상당 부분을 기댈 수밖에 없는 지역의 현실에서는 가볍게 지나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 시민사회가 가장 통렬하게 절망하는 대목은 이번 내각 인선에서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권의 호남을 대하는 인식을 예고편처럼 확인했다는 점이다. 본편에 대한 기대를 일찌감치 접은 지역민들이 향후 윤석열 정권을 어떠한 자세로 지켜볼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어쩌면 이 차가운 시선은 윤석열 정권 내내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리고 더 우려스런 측면은 호남에 텃밭을 둔 거대 야당이 이 반목을 불쏘시개로 활용하면서 진영 간의 갈등은 더 심각한 양상으로 치 닫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증오와 불통의 정치가 반복되면서 미래로 나아가야 할 공동체의 에너지를 소진시킬 수 있음은 물론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호남에 올 때마다 김대중 정치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 첫 조각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TK 출신 정치인 김중권을 청와대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탕평의 지혜는 왜 존경의 목록에서 배제됐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코란을 가르치는 교사를 하면서 리비아 독립전쟁을 이끌었던 오마 목타르는 ‘사랑은 곧 균형’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제국주의가 민족 간의 호혜와 균형을 깨트리고 있기에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사랑과 균형의 등식에서 찾은 것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유세 중 대구에 가서 ‘광주가 잘돼야 대구도 잘된다’는 발언으로 지역민들의 호감을 샀다. 그렇다면 그의 호남사랑은 선거 승리를 위한 단순한 레토릭이었을까? 지도자가 갖춰야 할 사랑의 진면목은 차별이 없는 균형의 정신을 지키는 일임을 윤 당선인이 하루빨리 깨달았으면 싶은 마음 간절하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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