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윤석열의 '통합과 협치', 문재인 마음부터 얻어라
입력: 2022.03.18 00:00 / 수정: 2022.03.18 08:10

첫 회동 불발 아쉬움, '협치' 보여줘야 '국민 통합' 가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점심식사를 위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박주선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 김은혜 대변인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점심식사를 위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박주선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 김은혜 대변인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 사무실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통의동은 국내에서 가장 핫한 지역이 됐다. 특히 윤 당선인은 인수위 사무실 근처에서 인수위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고 주변도 산책하며 시민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17일로 외부 오찬은 벌써 사흘째다. 국민적 관심도 당연히 통의동으로 쏠릴수 밖에 없다.

선거 때마다 갈등은 늘 있어 왔다. 이번 대선에서 특히 골이 깊어졌다. 각 후보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평가보다는 ’상대 후보가 되는 건 막아야 한다’는 증오와 대결 심리가 선거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당선인의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분열과 갈등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진다면 국가적인 불행이 될 것이다. 윤 당선인은 갈라지고 패인 국민의 마음을 메우기 위해 ‘국민통합' 정부를 출범시키려 노력 중이다. 통의동 주민들과의 소통도 연장선상으로 읽힌다. 나쁘지 않아 보인다. 국민에게 한 ‘소통의 약속’을 이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소야대의 정치 구도를 고려하면, '통합'과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국정을 원활하고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달리 방법이 없다. 진영을 넘어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폭넓게 기용해 정부를 꾸려 간다면 국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쓸어내릴 것이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호남 출신 옛 민주당 인사를 대거 중용하면서 부족하지만 통합과 협치 메시지를 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선 과정에서 성과가 검증된 인물들로 능력을 중시하는 윤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도 엿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산책을 하며 시민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산책을 하며 시민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에는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부위원장에는 광주에서 4선을 한 김동철 전 의원을 임명했다.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에는 전남과 광주에서 4선을 한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임명됐고,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이용호 의원은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로 발탁됐다. 윤 당선인의 '탕평 인사'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원만한 협치를 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협치 시도도 다소 파열음이 있지만 전망이 어둡지 않다. 16일로 예정됐던 문재인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오찬 회동이 4시간 전에 연기되면서 양측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크게 걱정할 바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두 사람 간의 오찬 회동이 잡히면서 순조로운 정권 이양이 예상됐지만 신구(新舊) 권력 간 갈등이 드러났다고들 일각에서는 말한다.

첫술에 배부른 일이 없는 만큼 이제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회동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여겨진다. 양측이 회동 일정에는 쉽게 합의했으나 의제를 두고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윤 당선인 측에서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 동결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요구했으나 문 대통령 측에서 수용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회동이 무산됐다는 애기도 나오기는 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 하루 만인 지난 10일 승리가 확정된 윤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와 함께 "정권 인수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양 측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 이철희 수석을 소통 창구로 지정하고 회동 일정 조율에 들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은 순조로워 보였다. 청와대도 처음에는 정권 이양에 협조하겠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해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서는 "윤 당선인이 요구한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자 지명에 대해서도 "윤 당선인과 협의하겠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고 알려진다.

다만 양측이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이견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를 두고 윤 당선인 측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긴장이 높아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의 불만도 높아졌다고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14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대표와 김병준 전 상임선대위원장을 각각 국민통합위원장,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히며 맡아달라고 부탁을 드려서 본인들의 허락을 받았고 맡아주실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14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대표와 김병준 전 상임선대위원장을 각각 국민통합위원장,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히며 "맡아달라고 부탁을 드려서 본인들의 허락을 받았고 맡아주실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인사 문제 외에도 국민의힘 인사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언급하며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사면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게 회동 무산에 영향을 줬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도 인사권 갈등이 결정적 원인이란 주장이 있었다.

양당의 경우 6.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어 입장이 윤 당선인이나 청와대의 관계자들 보다는 훨씬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덕담을 나누면서 국민 통합 메시지를 내는 자리인데 윤 당선인 측에서 만남의 결과를 합의문 쓰듯이 하자고 하니 답을 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양측은 회동 연기가 신구 권력 간 충돌로 비치면 안 된다며 수습책을 마련 중이다. 윤 당선인의 경우에는 통합과 협치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첫걸음이 될 수 있어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협치와 통합의 토대를 만든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윤 당선인 측 인사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만남이 새 정부 출범과 국민 통합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회동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 여권의 한 인사는 "문 대통령도 권력 이양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거대 야당을 포용할 '협치 리더십’ 발휘가 시급한 과제인 상황에서 민주당의 신경을 거슬린 셈이 됐다. 민주당 역시 비판과 견제는 충실히 하되 앞으로도 국회 과반 의석을 ‘반대를 위한 반대’의 수단으로 쓰는 일은 이젠 하지않으리라 믿는다.

여야 모두 국민을 두려워 하면서 ’협치’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국민통합'이 따라온다. 윤 당선인도 자신을 ’국민이 키운 윤석열’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7년 5월8일까지 항상 국민을 맨 앞에 놓고 통합의 길을 가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가는 길이 험하더라도 결코 포기해서도 안 된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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