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투표 D-1, 이재명vs윤석열...대선 승리의 열쇠는?
입력: 2022.03.08 00:00 / 수정: 2022.03.08 07:58
이번 대선에서 친문과 친박 지지층이 진영을 벗어난 지지를 밝히면서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 유세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이선화 기자
이번 대선에서 '친문'과 '친박' 지지층이 진영을 벗어난 지지를 밝히면서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 유세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토론이나 논쟁에서 상대가 이치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다 도리에 맞는 것처럼 말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십중팔구 어처구니가 없다거나 어이가 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상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지켜보는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쌍방이 서로에게 똑같은 행태를 보이며 막무가내식 자신의 억지 주장만 내세운다면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누가 들어도 말도 안되는 엉터리 풀이나 해석 또는 전망이 우연히 그대로 맞아떨어진다면 굳이 탓할 일이 못 되는 건지 궁금하다. 굳이 멀리 찾을 필요가 없다. 투표 하루를 남긴 우리의 20대 대선이 그렇다. 역대 비호감 대선이라는 대목과도 관련이 깊어보인다.

한비자(韓非子) 외저설좌(外儲說左) 상(上)편은 이 같은 사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른바 영서연설(郢書燕說)의 사례가 먼 옛날에도 비일비재했던 탓 같다. 초(楚)나라 수도 영(郢)에서 보낸 편지를 받은 연(燕)나라는 편지 내용과 상관없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억지 해석했다는 의미다. 초(楚)나라발 편지에 대한 연(燕)나라식 억지풀이다. 아전인수 및 견강부회의 끝판왕이 따로 없다.

초나라 관리가 집사를 시켜 편지를 쓰던 중에 날이 어두워져서 "등촉을 들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집사는 구술(口述)로 알고 편지에 거촉(擧燭:등불을 들라)이라고 쓴다. 편지를 받아본 연나라 대신은 문맥상 맞지 않는 ‘거촉(擧燭)’을 "명철함을 존중하라"는 뜻으로 멋대로 해석을 갖다붙이고 현자(賢者)들을 많이 중용해 치적을 쌓았다는 이야기다.

별 뜻 없이 쓴 말을 좋은 뜻으로 해석하여 선정을 끌어낸 지혜로움도 좋긴 하다. 허나 명확한 그 뜻이 보이는 데도 자신들을 위해 부풀리고 왜곡하고 상대는 폄훼하고 몹쓸 인간으로 몰아가는 어리석음은 경계하는 게 우선이다.

한비자도 이 이야기를 다 쓰고 나서 말미에 ‘상상 밖의 효과는 있었지만, 적지않은 이들이 자기의 현학적인 도취에 빠져 제 멋대로 해석하는 짓을 하는 것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고 적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전 대선후보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서로 포옹을 나누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전 대선후보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서로 포옹을 나누고 있다. /남윤호 기자

지금 같은 초박빙 대선의 막바지 상황에서 잘못된 해석으로 나온 엉뚱한 결과가 훗날 국가 존망에 관계된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이 벌어지겠는가? 이 대목에서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들은 모름지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국민은 그들의 민심이 왜곡되어 기만당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다시 일어선다는 사실을 알고 지금까지 임해왔으리라 믿고 싶다. 진정성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우리는 이미 광화문 촛불 혁명에서 목도했다.

일각에서는 영서연설을 정치프레임이라고도 하지만 나름 매우 강력한 힘도 지닌다. 선거 국면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결함을 지닌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진정성과 대치되는 대목이다

프레임이 아무리 객관적인 사실과 주관적인 주장을 교묘하게 섞어서 특정한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인지적 장치라고 해도 그렇다. 그러니 프레임이 현실정치에서 그 순간에는 일견 쓸모가 있는 것처럼 모르나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

피상적 현상과 근본적 이유를 구분하지 못하도록 사람들을 현혹한다 해도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예컨대 이번 대선에서 최대 이슈인 '대장동 의혹'이나 '대선후보 가족의 문제' '단일화' 등도 겉으로 드러나는 표층 프레임에 불과하다. 정권을 바꿔보고 싶다는 막연한 변화 지향 욕구가 더 깊은 차원의 심층 프레임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선거에서 프레임이 단순명료할수록 현실의 복합성은 무시되기 쉽다. 실제로 지금 상당수 국민들도 믿고 싶은 것만 믿을려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 프레임의 전쟁터만큼 우승열패(優勝劣敗)의 원리가 신봉되는 곳도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스타필드 앞에서 열린 시민이 행복한 나라, 시민이 주인 되는 나라 선거 유세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지지를 호소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스타필드 앞에서 열린 "시민이 행복한 나라, 시민이 주인 되는 나라" 선거 유세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지지를 호소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우승열패의 과정으로 이어지는 선거는 지극히 한시적이라는 특징이 프레임 신봉에 대한 믿음을 가속화 시킨다. 이런 점에서 프레임은관전자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일면도 있지만 대단히 위험한 게임의 논리라 할 수 있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가장 비판적으로 보아야 할 대상인 것이다.

특히 하나의 프레임이 다른 모든 의제를 압도해 버린 경우에는 그 폐해는 극심하다. 그러나 선거가 있든 없든,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인간의 기본권, 환경 정의와 같은 이슈는 우리에게 극히 중요한 문제로 계속 남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분신하는 노점상이 있고, 시한폭탄과 같은 전지구적 에너지·환경 문제가 째깍거리고 있음을 똑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대선 후보나 정치인들이 설정한 프레임 또는 역프레임에 대해 민주시민으로서 관심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본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간의 우승열패의 한판승부는 이미 진행중이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투표사상 최고인 36.93%를 기록했다. 양 후보의 막판 경쟁은 공식 선거운동일 끝나는 9일 0시까지 계속될 것이다.

정치에는 이성과 함께 감정이라는 변수가 늘 개입한다. 그래서 정치란 종종 알다가도 모를 것이기도 하고, 모르다가도 알게 되는 것이라도 한다. 우리 국민들은 다알고 있으면서 침묵하고 있다. 특히 특정 정당이나 진영의 지지자들은 다 알면서도 지지후보를 위해 외면하거나 모른 체한다. 다만 그렇지 않은 국민들도 적지않다. 이른바 중도층, 2030, 여성 등을 중심으로 한 이-윤, 양 후보의 정치 프레임을 객관적으로 보는 국민들이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것이다. 이들이 대안적 가치를 분명히 견지하고 표를 던질 것이며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담보하는 중추가 될 것이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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