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결렬이 ‘불가역적' 결렬로...윤 후보 결단 '주목'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인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더팩트DB |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24일 공표된 2개 기관의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 재명 민주당후보의 차이는 2%포인트 이내다. 먼저 리얼미터가 20∼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20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이 후보는 40.5%, 윤 후보는 41.9%의 지지율을 보인다.
윤 후보는 1주일 전보다 1.0%포인트 하락한 반면 이 후보는 1.8%포인트 올랐다. 격차가 4.2%포인트에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2.2%p) 내인 1.4%포인트로 좁혀진다. 또 엠브레인퍼블릭을 비롯해 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21∼23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4자 가상대결에서는 이 후보가 37%, 윤 후보가 39%의 지지율을 나타낸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직전 조사 대비 윤 후보는 1%포인트 하락했고 이 후보는 6%포인트 상승해 격차는 2% 포인트. 직전 조사 대비 격차가 7%포인트 줄었다. 전날인 23일에 공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0.7%포인트까지 바짝 좁혀진다. 21~22일 성인 1014명을 대상으로 해 조사한 결과다. 이 후보는 38.3%, 윤석열 후보는 39%. 같은 기관의 2주 전 조사에 비해 이 후보는 1.4%포인트 오르고 윤 후보가 1.1%포인트 하락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0일 전격적으로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이후에 진행된 3곳의 여론조사 결과다. 안 후보의 결렬 선언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일단’ 무산된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윤 후보 간에 지지율이 한층 더 초박빙으로 옮겨가는 추세로 읽힌다. 이 후보는 ‘상승세’ 윤 후보는 ‘정체 또는 하락세’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9일 오후 여의도 인근 카페에서 열린 김근식 교수의 대북정책 관련 북콘서트에 참석해 손을 잡고 있다. /이선화 기자 |
이런 결과를 보고도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이 대부분 오차범위 안에서 선두를 유지해온 윤 후보의 지지율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가 과연 있을까?
그런데도 이후의 단일화 관련 상황은 아예 ‘불가역적 결렬’로 흐르는 듯 해 보인다. 단일화를 놓고 양측 간 벌여온 신경전은 지난 23일 폭로전으로 번지면서 ‘쪽박’을 완전히 깨자는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서로의 불신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불을 지른 것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23일 오전 안 후보 측에 ‘배신자’가 있었다는 주장을 하면서 쪽박은 깨지기 시작됐다. 그 과정을 국민들이 고스란히 지켜봤다. 이권을 놓고 다투는 시정잡배 수준을 넘어섰다고 한다면 평가가 아주 후한 편이다. 대장동 수사를 받는 '5인방'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것 같다면 너무 박한 평가일까? 시정잡배의 이권을 노린 이전투구처럼 비친다
(이 대표):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 측에 ‘안철수를 (대선을) 접게 만들겠다’는 등의 제안을 해왔다." (국민의당 이태규 본부장):"(이 대표가)내부 이간계를 쓴다. (배신자가)누군지 밝히라." "안 후보를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나 6월 지방선거 부산시장 공천을 조율했다." (안 후보): "그럼 (배신자를) 말하면 될 것 아니냐. 터뜨리시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24일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건에 대해 "(결렬로)끝난 것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윤 후보 쪽에서)홀로 가도 자신이 있는 것처럼 해서 이 상황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적지않게 당황해하는 기색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6일 오후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선거 운동원 빈소를 찾아 안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천안=이선화 기자 |
이쯤에서 이 대표에게 이유를 물어야 한다. 이 대표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상대 주장의 부당함과 우리의 정당성을 드러내 관망하는 국민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오는 일과, 상대방의 약점과 상처를 들춰내고 조롱해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일은 차원이 전혀 다른 일이다. 전자가 정치의 영역이라면, 후자는 ‘패드립’(패륜적 말싸움)에 가깝다. 물론 안 후보도 도긴개긴이다.
바둑의 대국에서 볼 수 있는 패중 '꽃놀이패'라는 게 있다 한쪽에만 부담이 일방적으로 큰 패를 말한다. 패 싸움에서 이기면 이익이 크지만 지더라도 손해가 거의 없는 패를 말한다. 그러나 상대 편은 지면 그 피해는 아주 크다. 그래서 본인은 부담없이 장난심아 여유있게 해도 괜찮다. 하지만 상대편은 무조건 이겨야 해 필사적으로 달려든다.
물론 아니겠지만 이 대표의 그동안 단일화 관련 발언이나 행동을 보면 혹시 단일화를 바둑의 꽃놀이패 정도로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물론 가설이지만 윤-안 단일화는 ‘윤일화’가 될 가능성이 높고 단일화가 되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아지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혹여 단일화가 안 되더라도 윤 후보와 이 후보가 그래도 백중이지만 약간 유리하니 확률은 50%는 충분히 되고, 불편한 안 후보에 채무도 안 생기고 같은 당을 함께 안 해도 되니 본인 입장에서는 ‘일석이조’가 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는 의심까지 가능할 정도다. 이 대표의 단일화 관련 발언과 행보를 보면 이같은 의심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은 못할까? 심히 유감스럽다.
또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지지자들 극히 일부에게라도 혹여 건곤일척의 반대편에 서있는 이 후보를 돕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지도 궁금할 따름이다. 이제 윤 후보 만이 단일화를 살릴수 있지만 주말이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