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부인' 논란 尹-李의 사과, 퇴보된 盧 '오마주'
입력: 2022.02.10 00:00 / 수정: 2022.02.12 09:15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비치는 '7시간 통화' '과잉 의전' 해명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나란히 부인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두 후보는 최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려 이목이 쏠렸다. 지난 5일 제주도 강정 마을에서의 윤 후보와 6일 김해 봉화마을에서의 이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눈시울을 적신 모습. /뉴시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나란히 부인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두 후보는 최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려 이목이 쏠렸다. 지난 5일 제주도 강정 마을에서의 윤 후보와 6일 김해 봉화마을에서의 이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눈시울을 적신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대통령 후보 검증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가족'이다. 가족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 후보가 나라를 이끌 수 있겠느냐는 관점일 수 있다. 가족 검증에서는 후보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부인, 자녀, 부모는 물론 친척까지도 대상에 포함되기도 한다.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제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대선 후보들을 향한 가족 검증도 역시나 뜨겁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혜경 씨가 대표적이다.

두 후보는 당이 다르고 추구하는 노선도 극명하게 갈린다. 그런데 부인 논란을 동시에 겪고 있다는 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존경과 눈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두 후보 부인은 여러 의혹을 받는다. 김건희 씨 논란은 '쥴리'를 시작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최근엔 유튜브 채널 기자와의 7시간 통화 녹취 내용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김혜경 씨를 둘러싼 논란은 김건희 씨 의혹 못지않게 대선 정국의 뜨거운 감자다. 김혜경 씨는 과잉 의전, 대리 처방, 법인카드 유용, 관용차 수시 이용 등이다. 두 사람 모두 사과했고, 칩거 중이다. 윤 후보와 이 후보도 부인들과 마찬가지로 논란에 고개 숙였다.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왼쪽)와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과잉 의전과 7시가 통화 등으로 대외 활동 없이 칩거를 이어가고 있다. /이새롬·남윤호 기자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왼쪽)와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과잉 의전과 7시가 통화 등으로 대외 활동 없이 칩거를 이어가고 있다. /이새롬·남윤호 기자

두 번째 공통점을 보자. 최근 두 후보는 하루 차이로 노 전 대통령은 언급했다. 울컥하고 눈물도 보였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강정마을을 방문해 "2007년 노 전 대통령께서 주변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뇌에 찬 결단을 하셨다.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의 필수적 요소다. 무장과 평화가 함께 있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라고 하셨다"며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자주국방과 평화의 서막을 연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고 말하다 눈시울을 붉혔다.

이 후보도 다음 날인 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혹했던 순간을 잊기 어렵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꿈은 노무현의 꿈이고 문재인의 꿈이고 이재명의 영원한 꿈이다"라며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 이재명이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두 후보가 눈시울을 붉혔는데, 유권자인 국민에게 얼마나 감동을 전달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필자가 만난 대부분 지인은 두 사람의 눈물에 "왜 울지?" "쥐어짠다"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마도 많은 국민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앞서 언급했듯 두 후보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 역시 지난 2002년 4월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부인 논란을 겪었다. 4월 6일 노 후보의 인천 경선 연설은 당시 선거 판도를 바꾼 결정적인 장면은 물론이고, 여전히 회자되는 명연설로 꼽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장철영 전 청와대 전속 사진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장철영 전 청와대 전속 사진가

당시 경선은 노무현, 이인제, 정동영 세 후보가 경쟁했다. 이인제 후보는 인천 경선에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노 후보의 부인 권양숙 여사 부친의 좌익 활동을 꺼내 들었다. 색깔론을 자극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었다. 노 후보에게는 정치 악재였다. 하지만 노 후보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제 장인은 좌익 활동을 하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해방되는 해에 실명해서 앞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무슨 일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결혼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 사실 알고 제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잘 키우고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며 잘살고 있습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계속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이 자리에서 여러분이 심판해주십시오. 여러분이 그런 아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신다면 대통령 후보 그만두겠습니다. 여러분이 하라고 하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결과는 알다시피 노 후보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됐고, 제16대 대통령에 당선했다. 만약 노 후보가 가족 리스크를 소나기 피하듯 적당히 덮거나 해명했다면 이 같은 결과는 없었을 수도 있다.

윤 후보나 이 후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역시 부인 리스크에 휩싸인 상태다. 해명도 하고 사과도 했지만, 국민은 여전히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두 후보 공히 노 전 대통령을 '오마주(hommage, 프랑스어로 존경, 경의를 뜻하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의 사과와 해명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과 너무 거리가 멀어 보인다. 표를 위한 '선택적 존경'과 '선택적 눈물'이란 의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한 국민의 마음을 울릴 수 없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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