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 문체부는 왜 ACC를 지방 출장소 취급하나
입력: 2022.01.23 00:00 / 수정: 2022.01.23 00:00

문화전당재단 초대 이사장·사장 비전문가 일방적 임명 …시민사회, ‘광주 패싱’ 규탄

문체부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운영기구인 문화전당재단의 초대 이사장과 사장을 지역문화계가 인정할 수 없는 비전문가를 임명하자 시민사회가 임명철회를 촉구하는 등 파란이 일고있다. 사진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경./ ACC 제공
문체부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운영기구인 문화전당재단의 초대 이사장과 사장을 지역문화계가 인정할 수 없는 비전문가를 임명하자 시민사회가 임명철회를 촉구하는 등 파란이 일고있다. 사진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경./ ACC 제공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노무현 정부 출범 후 노 대통령이 광주를 처음 찾았을 때 일이다. 당시 노 대통령 광주 방문의 핵심일정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계획 발표에 맞춰져 있었다. 그날 이창동 장관의 발표에 앞서 노 대통령은 들뜬 목소리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 자리에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던 필자는 노 대통령의 확신에 찬 언급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문화수도 광주라는 말에 우리 장관조차 꺼려 하지만 나는 문화수도 광주라는 말을 이 자리에서 쓰겠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 갈 것이다."

그 무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을 핵심 골자로 문화수도 광주 프로젝트라는 말이 유포되자 타 지역 문화계에서 반발 여론이 드세게 일고 있었던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을 것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라는 조금 과도해 보이는 지칭은 ‘문화수도 광주’를 비켜가기 위한 불가피한 정치적 선택이었던 것이다.

첫걸음부터 전국적인 공감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 까닭이었던지 광주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은 순탄한 길을 걷지 못했다. 박근혜‧이명박 정권을 겪으며 국비투입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국가 프로젝트로서의 위상 또한 추락했다.

핵심 기구인 아시문화전당장은 개관 초부터 문체부 국장급 공무원의 대행체제로 운영돼왔고, 운영 위탁기관인 아시아문화원의 수장 또한 문화 관련 이력이 없는 비전문가가 중앙정권의 줄을 타고 낙하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노 대통령의 ‘문화수도 광주 만들기’ 유지는 지켜지지 못하고 훼손됐다. 기형적인 문화전당장 공무원 대행체제는 여전히 유지됐고, 지역 문화계가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던 문화중심도시추진단과 아시아문화원으로 이원화된 비효율적 운영 시스템도 개선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이 발의한 ‘아특법개정안’이 통과돼 ‘아시아문화전당재단’이 출범하면서 지역문화계의 숙원이었던 운영조직 일원화가 이뤄진 점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아시아문화전당 운영이 이제야 본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지역문화계와 시민사회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일이 또 터졌다. 재단 이사장과 사장에 지역문화계가 도저히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성이 태부족한 인사들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지역문화계와 시민사회는 이 엉뚱한 인사로 다시 충격에 빠졌다. 문화전당 운영 정상화를 위해 오래도록 고군분투했던 시민연대회의가 오죽하면 "도대체 누가 인사권자의 눈과 귀를 가렸는가?" 라고 규탄 성명을 발표했겠는가.

이에 대해 황희 문제부장관은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와 광주시와 협의해 결정한 인사"라는 답을 내놓았지만, 거짓임이 드러났다. 인사 직후 광주시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광주시와 일체의 협의도 없이, 지역사회와의 소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크나큰 실망과 함께 향후 운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전당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단체에 문체부 담당자가 몇몇 인사들을 거론하며 의견을 물었지만 거론된 인사 중에 최종 선정된 이사장과 사장의 이름은 없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한마디로 소통과 협의는 형식일 뿐 이미 누군가의 큰 손에 의해 내정된 인물을 문체부가 굳이 지켜낸 꼴이다.

옛 도청광장, 5‧18의 혈흔이 새겨진 광주시민의 심장에 다를 바 없는 공간을 내준 광주시민사회에 대한 문체부의 ‘광주 패싱’ 경멸은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광주는 문재인 정권의 몇몇 유력 정치인들이 주머니 속에서 가지고 노는 공기돌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문화수도 광주의 심장이라 상징화 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문화체육관광부의 무슨 지방 출장소 취급하는 야만적인 인식을 버리기를 황희 장관에게 간곡하게 권한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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