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선을 약 두 달 앞두고 선거대책위원회의 사실상 해체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는 지난해 6월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윤석열 대세론'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불과 6개월 만에 정반대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지난해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지지자들에 둘러 쌓인 윤 전 총장. /이동률 기자 |
'휘청' 윤석열, '상승' 이재명, '주목' 안철수...민심은 바다와 같아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 새해 벽두부터 여야 대선 후보들의 롤러코스터 지지율이 관심을 받는다. 어떤 후보는 올랐고, 또 누구는 하락했다. 일희일비(一喜一悲) 않겠다며 애써 태연한 모습도 보인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오른 후보 역시 그렇지만, 올라간 입꼬리나 주변인들의 흥분된 언행은 감추래야 감출 수가 없다.
현재 지형을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표정 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반대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표정 관리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12월부터 하락 중인 지지율이 2022년 시작과 함께 급행열차를 탄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지지율 하락과 함께 당내 자중지란도 심각한 수준으로 보인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쇄신 카드를 꺼내자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와 선대위원장 등이 줄줄이 사퇴했다. 윤 후보 지지율 하락에 제동을 걸고, 다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분위기만 놓고 보자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괴 없는 창조 없다'는 말도 있는데 지금이 꼭 그렇게 보인다.
윤 후보는 지난해 3월 4일 검찰총장을 전격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와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여당을 향한 내로남불 등도 윤 후보의 대세론에 힘이 실렸다. 그는 같은 해 6월 29일 '윤석열 대세론'을 등에 업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대세론은 분명한 이유가 있었고, 그 역시 시대의 부름 또는 흐름을 마다하지 않았다. 뭔가 특별하다고 보였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입당을 원했고, 그렇게 됐다. 윤 후보를 대통령이 될 '특별'한 재목으로 판단했고, 0선 검찰총장 출신을 대선 후보로 만들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윤석열 후보의 하락세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10%에 육박하면서 여야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선화 기자·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대세론' 분위기는 한동안 순풍에 돛단 듯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윤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 장모 등을 둘러싼 논란과 본인 설화가 끊이지 않으면서, 대세론은 '위기론'으로 뒤바뀌었다.
영화 '관상'을 보면 수양대군이 왕위에 오른 후 한명회가 관상가인 내경을 찾아가 묻는 장면이 있다. 한명회는 내경에게 수양대군과 거사를 함께한 이들이 특별하지 않았을까 싶어 물었다. 그러나 내경은 "그날 당신들 얼굴에 뭐 별난 거라도 있었던 줄 아시오? 염치없는 사기꾼 상도 있고, 피 보기를 쉬이 여기는 백정의 상도 있고, 글 읽는 선비의 상도 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얼굴들이었소"라며 특별할 것 없었다고 말한다.
한명회가 다시 "수양은 왕이 될 사람이었다는 말이오?"라고 묻자 내경은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라고 과거 본인의 판단이 부족했음을 시인한다.
그러면서 "당신들은 그저 높은 파도를 잠시 탔을 뿐이오. 우린 그저 낮게 쓸려가고 있는 중이었고. 뭐 언젠간 오를 날이 있지 않겠소. 높이 오른 파도가 언젠간 부서지듯이 말이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대선 정국인 요즘 지지율의 오르고 내림을 보며 영화의 이 장면이 자꾸 오버랩된다. 특히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와 묘하게 비슷하다.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고려할 때 후보들 지지율은 또 몇 차례 요동칠 것으로 전망한다.
민심은 바다처럼 바람을 타고 큰 파도를 만들다가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민심의 바람과 파도는 언제 어떻게 뒤바뀔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특히 역대 최고 비호감 대선을 고려할 때 어떤 후보도 장담할 수 없다. 민심 앞에는 대세론도, 승리 확신도 일순간에 지나지 않음을 알고 좀 더 겸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