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의 왜들 그러시죠?〕인터넷신문 지역기자 무임금 고용구조, 언론적폐 ‘온상’
입력: 2021.10.17 00:00 / 수정: 2021.10.17 00:00
인터넷 신문 지역기자들의 비정상적인 무임금 고용구조가 언론적폐의 온상이 되고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법적인 개선책이 시급한 상황이다./일러스트레이터 류혜원
인터넷 신문 지역기자들의 비정상적인 무임금 고용구조가 언론적폐의 온상이 되고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법적인 개선책이 시급한 상황이다./일러스트레이터 류혜원

광고수주 인센티브로 살아가는 생존구조, 지자체 일선 홍보맨 전락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기자와 쓰레기를 합성한 ‘기레기’라는 신조어는 이제 SNS 공간에서 숱하게 등장하는 일반어가 됐다. ‘수준 낮은 기사를 쓰는 기자를 비하한 속어’라는 설명글로 포털의 어학사전에 명시될 정도니 세태어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셈이다.

물론 이런 지칭에 시달리는 기자들은 죽을 맛이다. 자신의 입맛에 안 맞거나 혹은 정치적 견해와 어긋난 기사가 뜨면 어김없이 기레기라고 모욕을 주는 댓글이 줄줄이 달리며 마음에 상흔을 남기기 때문이다.

특히 진영이 서로 엇갈려 피터지게 싸우는 선거 관련 기사의 경우 기레기 악플은 그 정도가 심각해진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거친 비속어들이 쏟아진다. 정신 건강을 지키려면 댓글을 아예 보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는 이들도 많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행정을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끼는 아이템 기사의 남발도 독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 중의 하나다. 아무런 가치를 담고 있지 않을 뿐더러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에나 실릴 만한 정보가 기사로 포장돼 인터넷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솔직히 기사가 쓰레기처럼 쌓이고 있다는 표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 신문의 지역 취재본부들이 만들어지면서 이 같은 폐해는 더 심각해졌다. 독립경영체제를 표방하면서 소속 기자들의 고용 구조가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대다수 지역본부들이 기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관할 지자체나 업체에서 주는 배너 광고 수익의 일정 비율이 해당 기자들의 몫으로 할당될 뿐이다.

특정 언론의 경우 급료는커녕 지역 기자들이 통신료라 불리는 일정액을 매월 지역본부에 올려야 하는 등 착취에 다를 바 없는 상식 밖의 ‘갑질 경영’이 운영되기도 한다. 노동법을 피해가기 위한 소위 ‘프리랜서 계약’이라는 편법이 이같은 왜곡된 고용구조에 동원된다.

기자들이 이러한 입장에 놓이다보니, 지자체가 주는 홍보 광고 수주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다. 공보 담당 공무원들도 이 같은 기자들의 생존구조를 이심전심으로 적극 활용한다. 홍보기사 게재 횟수를 광고 지원의 기준으로 제시하며 노골적으로 기자를 압박하는 경우도 많다.

지자체와 출입기자들 간에 이러한 공생 메카니즘이 형성되면 공직사회의 비리나 행정의 오류를 캐내는 언론의 ‘워치 독(감시견)’ 역할은 실종될 수밖에 없다. 비리를 발견해도 광고와 바꿔치기하는 검은 거래가 예사롭게 이뤄진다. 이러한 왜곡된 커넥션이 상시로 작동되며 기자들은 지자체의 일선 홍보맨으로 전락해간다.

일정 소득이 없는 기자들은 용돈 벌이를 위해 각종 민원의 해결사로 나서기도 한다. 담당 공무원과의 관계를 활용해 사업수주와 같은 이권에 개입하고 업자로부터 뒷돈을 챙긴다. 정확히 김영란법 위반이다.

아예 기자직과 사업가의 역할을 바꾼 이들도 많다. 건설업 등 지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며 기자증을 수의 계약 같은 사업도모의 도구로만 활용하는 경우다. 한마디로 언론인 신분은 이들에겐 돈벌이의 수단일 뿐이다.

언론인으로서의 윤리의식도 없고 기사 생산 능력도 없는 무자격 기자들 채용은 이 같은 적폐들을 더욱 확장시키고 부추긴다. 기자들이 벌어오는 광고에 온전히 경영을 기댄 지역본부 입장에서 ‘기사 잘 쓰는 기자’를 애써 찾을 필요가 없기에, 기자로서 능력은 뒷전이요 ‘광고 수주 잘하는 기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지역본부는 마치 가마우지를 풀어 물고기를 잡는 어부처럼 이런 수준 이하 기자들을 거느리며 경영을 유지한다. 물론 이런 폐해를 중앙의 본사가 모를 리가 없다. 애써 외면할 뿐이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중앙의 유력 진보언론조차 이러한 기형적인 고용구조를 방관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역취재본부 설립의 취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지역뉴스의 가치에는 아랑곳없이 단지 본사경영의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지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동종 업종에 종사하는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웃픈 지역 언론의 자화상들을 독자들에게 펼쳐 보이는 것 자체가 솔직히 고통스럽고 참담할 뿐이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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