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20대 대선, '범죄와 전쟁'인가요?
입력: 2021.10.15 05:00 / 수정: 2021.10.15 05:00
2022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 선출이 한창인 가운데 유력 대선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스틸 컷
2022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 선출이 한창인 가운데 유력 대선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스틸 컷

여야 유력 후보들 의혹 수두룩…유권자만 골머리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느그 서장 어딨어? 강 서장 델꼬와! 니 내 누군줄 아나 에~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내가 임마 느그 서장이랑 임마 어~ 어저께도 같이 밥무꼬 사우나도 같이 가고~ 뭐 이 개X끼야 다했어~ 이 새X끼들이 말이야, 개X끼들아~'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전직 비리 세관원 최익현(최민식 씨)이 경찰에 체포됐지만, 오히려 경찰서장과의 관계를 과시하는 장면의 대사다. 영화는 조직폭력배와 손잡고 이권을 위해 권력을 이용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담았다. 영화에서 최익현은 경찰, 검찰, 정치인 등에게 뇌물을 건네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1990년 10월 13일 노태우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살아남기 위해 배신하고 살아남은 최익현의 모습에서 결국, 승자는 살아남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의 내용은 지극히 허구 같으면서도 이권 앞에서 권력이 이용되는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약 30년 전을 배경으로 했지만, 현재 벌어지는 이권 카르텔 범죄들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약 5개월 앞둔 요즘 이 영화가 다시 생각난다.

영화와 현실에선 막대한 수익의 이권 사업 사건에는 로비스트, 정치인 그리고 검·경 등이 대부분 등장한다. 이들은 한 몸처럼 움직인다. 이권 카르텔이라 부르는 구조는 이렇게 단순 명료하다. 그러나 사건이 수면으로 오르면 증거가 있느냐, 없느냐, 꼬리냐, 몸통이냐에 이목이 쏠린다. 또,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등장하고, 이들은 모두 '사실무근' '모함' '정치적 수사' 등이라며 손절하는 시나리오가 어김없이 반복된다.

검찰은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관련한 대장동 개발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 중이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고발 사주 등을 수사 중이다. /더팩트 DB
검찰은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관련한 대장동 개발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 중이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고발 사주 등을 수사 중이다. /더팩트 DB

요즘 정치권도 꼭 영화처럼 '범죄와 전쟁'이 한창이다. 아니 상대는 무조건 범죄인이어야 한다는 희망사항으로 읽히기도 한다. 여야가 따로 없는 상황이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의혹' 등이 가장 핵심이다. 야당은 특히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사활을 걸고 있다.

내년 3월 9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이 지사의 대장동 의혹을 물고 늘어지는 모습은 당연하다. 문제는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도 이 지사의 대장동 의혹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이면서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 씨가 말한 '그분'이 이 지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했으니 말이다. 심지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섰던 장기표 전 예비후보는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조직폭력배와 관련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도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 '고발 사주 의혹'부터 아내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스폰서 의혹' 등이 있다. 윤 전 총장은 '털어서 나온 게 있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 대권 주자들을 둘러싼 의혹은 단순하지 않다. 관련 인물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진실은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수사 속도를 볼 때 대통령 선거 이전에 결론 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결국 오는 대선은 '범죄와 전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웃픈(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생각이 든다.

범죄자인지는 모르지만, 유력 후보들의 의혹이 가득한 상황에서 유권자인 국민만 골머리를 앓게 생겼다. 범죄자이기만을 바라는 여야 정치권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희망이라면 20대 대통령 선거가 '범죄(자)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아니기만을 바라본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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